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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 탐사선 갈릴레오호가 남긴 것

달 유로파에서 바다 존재 증거 포착해

지난 9월 21일 새벽 3시 57분 지구에서 7억km가 넘게 떨어진 우주공간에서는 조용하지만 장엄한 발걸음이 시작되고 있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무인탐사선 갈릴레오가 초속 50km로 목성의 대기권에 몸을 던지며 14년의 생애를 극적으로 마감했다. 갈릴레오는 46분 후 지구에 마지막 신호를 보낸 후 목성의 품에서 불꽃처럼 사라졌다.

17세기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름을 딴 목성탐사선 갈릴레오는 그동안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천문학자 갈릴레이가 1610년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의 4대 위성인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를 처음 발견했듯이 탐사선 갈릴레오는 목성 주변을 34차례 돌면서 4대 위성을 비롯한 목성 가족들의 진면목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갈릴레오는 최초로 목성 대기에 탐사장비를 떨어뜨려 구성성분을 조사했고, 4대 위성 가운데 유로파, 칼리스토, 가니메데가 표면 아래에 바다를 품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으며, 이오에서는 거대한 화산의 폭발 장면을 포착하기도 했다. 총 46억km에 달하는 거리를 탐험하며 30GB(디스켓 2만장 분량)의 정보와 1만4천장의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다.


1993년 8월 갈릴레오가 만난 소행성 이다와 위성 댁틸(오른 쪽)의 모습. 놀랍게도 지름 1.5km 정도의 댁틸은 길이 55km의 이다 주변을 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혜성 충돌 우주 쇼 직접 목격


갈릴레오의 탐사장비가 낙하산에 실려 목성 대기에 투입 되는 상상도. 탐사장비는 온도, 기압, 성분 등을 측정했다.


갈릴레오는 1989년 10월 18일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에 실려 지구 궤도에 올라갔다. 원래 3년 반 동안 목성으로 직접 갈 계획이었는데, 이럴 경우 강력한 힘을 내기 위해 다른 추진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1986년 챌린저 폭발사고 이후 NASA의 안전제일 원칙에 따라 우주왕복선에 많은 장비를 싣지 못하게 됐다. 결국 갈릴레오는 목성까지 가는 데 필요한 힘을 얻기 위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갈릴레오는 금성과 지구 사이를 세번 왔다갔다 하면서 중력의 도움을 받아 목성으로 향했다. 마치 줄에 다 돌을 매고 빙빙 돌리다가 줄을 풀면 돌이 힘차게 날아가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물론 목성으로 가는 데는 원래보다 긴 6년이 걸렸다. 하지만 목성으로 가는 도중 뜻하지 않은 성과도 거두었다.

1991년 10월 갈릴레오는 탐사선 최초로 소행성을 만났다. 가스프라라는 이름의 소행성에 1천6백km까지 접근했다. 갈릴레오의 사진에 드러난 가스프라는 구덩이 투성이에 길이가 20km인 제멋대로 생긴 럭비공 모양이었다. 신기하게도 표면에는 먼지 같은 미세한 흙이 덮여 있었다.
또 2년쯤 뒤인 1993년 8월에는 우주 관측 역사상 최초로 소행성을 돌고 있는 달을 발견했다. 가스프라보다 더 큰, 길이 55km의 소행성 이다를 만났는데, 1.6km 떨어진 거리에서 조그만 달이 이다를 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름 1.5km 정도의 이 조그만 달에는 댁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94년 7월에는 20세기 최고의 ‘우주 쇼’를 직접 목격하는 행운을 누렸다. 바로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는 모습. 1993년 3월에 발견된 슈메이커-레비9 혜성은 점차 목성에 다가가면서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고 발견 후 1년 4개월 만에 목성과 정면 충돌했다. 충돌은 지구에서 볼 때 목성의 반대편에서 일어났는데, 공교롭게도 목성으로 다가가던 갈릴레오의 시야에 들어왔다. 갈릴레오는 혜성 충돌이라는 놀라운 장면을 직접 포착할 수 있었다.

갈릴레오, 목성 대기에 자폭한 이유


1996년 6월 목성에서 관측된 뇌우(화살표)의 변화양상. 아래 흑백사진 둘은 확대사진으로 70분의 시간차가 있다.


갈릴레오는 1995년 12월에야 목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탐사는 이미 5개월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탐사장비가 목성대기를 향해 투하됐던 것. 탐사장비는 대기 온도가 1백50℃를 넘자 통신이 두절됐다. 대략 22기압(1기압은 지구 해수면에서의 공기압력)에 해당하는 깊이까지 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 원소를 측정한 결과, 목성은 전체 가운데 수소가 81%, 헬륨이 18%로 밝혀져 수소가 73%, 헬륨이 25%를 차지하는 태양과 다른 원소 조성비를 보여주었다.

물론 본격적인 탐사는 목성에 도착한 후 시작됐다. 갈릴레오는 도착 후 23개월 동안 목성 주변을 11회 돌면서 ‘주요 미션’을 수행했다.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인 가니메데에 4회, 칼리스토와 유로파에 각각 3회씩 가까이 접근했다. 이때 NASA의 보이저 1호와 2호가 1979년 목성을 지나가는 동안 접근했던 것보다 1백-1천배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각 접근시기마다 갈릴레오가 각 위성의 표면과 특징을 얼마나 자세히 관측하고 촬영했는지 1주일의 탐사가 끝나면 탐사선의 기록장비가 꽉 찼고 이 자료를 지구에 보내기 위해서는 다음 1-2달이 걸릴 정도였다.

갈릴레오의 주요 미션은 1997년 12월에 끝났다. 이후에도 탐사선은 능력을 십분 발휘해 3차례 미션이 더 진행됐다. 첫번째 연장 미션은 ‘갈릴레오 유로파 미션’. 2년간 유로파를 철저하게 조사하기 위해 8회 접근했고, 칼리스토에 4회, 이오에 2회 다가갔다. 특히 갈릴레오는 유로파의 얼음 표면 아래에 액체 바다가 존재해 왔고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를 더 찾아냈다. 유로파에서 버스만한 물체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접근했다.

유로파 탐사 후 갈릴레오는 4대 위성 가운데 제일 목성에 가까운 이오를 탐사했다. 탐사선은 목성에서 나오는 위험한 방사선을 무릅써야 했다. 탐사선이 목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 사람에게 치명적이라고 생각되는 정도보다 25배나 강한 방사선을 만났다. 지구에서 탐사선을 통제하던 기술자들은 밤을 새워가며 탑재 컴퓨터에 미칠 방사선의 효과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고, 덕분에 갈릴레오는 이오의 강렬한 화산활동을 포착할 수 있었다.

또 갈릴레오는 목성의 대기에서 거대한 뇌우(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를 많이 관측했다. 특히 이들 뇌우는 적도 위아래의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고 그 곳에는 바람이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비록 번개가 치는 횟수는 지구에서보다 더 적은 것처럼 보였지만, 번개의 위력은 지구에서 치는 번개보다 1천배까지 더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번째 연장 미션은 2001년까지 진행된 ‘갈릴레오 밀레니엄 미션’이다. 갈릴레오는 목성의 4대 위성에 이전보다 좀더 가까이 다가갔다. 특히 2001년에 이오의 북극과 남극 위를 지나가며 이오와 주변 자기장을 조사했다. 또 밀레니엄 미션 중인 2000년에는 토성으로 가는 도중이던 NASA의 탐사선 카시니와 공동으로 목성의 거대한 자기권을 관측하기도 했다.

이후 갈릴레오는 2002년 11월 이전보다 목성에 더 가까이 가며 이오 크기의 10분의 1보다 더 작은 위성 아말테아를 탐사하고 목성의 고리와 가장 안쪽의 자기권을 조사했다. 2003년 9월에는 목성의 대기에 정면 충돌하며 마지막 미션을 마쳤다. 탐사선의 연료가 다됐기 때문에 훗날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를 유로파에 부딪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화산 분출물, 남한의 세배 면적 뒤덮어


칼리스토의 침식지형. 충돌구덩이의 들쭉날쭉한 가장자리 는 침식의 증거다.


이제 5년이 넘는 동안 갈릴레오가 목성의 인공위성으로서 목성 주변을 누비며 거둔 과학적 성과를 살펴보자.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유로파의 얼음 표면 아래에 액체 바다가 존재한다는 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은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물이 지구 밖에도 있다면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유로파 표면에는 한때 완전했던 지형들이 새로운 얼음에 의해 서로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 곳이 많다. 이는 오래된 지형들이 분리됐을 때 지구의 극지방에서 빙산이 떠다니듯이 한때 물에 떠다녔다는 점을 암시한다. 또 유로파 표면에는 그 아래 있는 물이나 따뜻한 얼음이 솟아오르면서 무너진 것처럼 추정되는 특이한 붕괴지형도 보인다.

갈릴레오의 자기장 자료를 보면 유로파뿐 아니라 가니메데와 칼리스토도 표면 아래에 액체 바다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니메데와 칼리스토 주변의 자기장은 표면 아래에 전기적으로 전도된 층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변화한다. 이 전도층이 바로 소금기를 머금은 바다일지 모른다는 얘기다.

갈릴레오는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에 얇은 대기가 존재한다는 증거도 잡았다. 대기층은 전기적으로 대전된 입자인 이온과 중성 가스가 표면에 느슨하게 붙잡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목성의 자기권에서 온 대전 입자들이 얼음으로 뒤덮인 위성 표면에 부딪쳐 수증기와 다른 분자를 방출시켰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갈릴레오는 행성처럼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위성 가니메데의 위력을 확인했다. 사실 가니메데는 자신의 자기장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위성이다. 목성의 다른 위성들이 목성의 강한 자기장에 의해 유도된 2차적 자기장을 갖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가니메데의 자기권은 행성인 수성보다 더 크고, 자기력선의 경우에는 지구의 반알렌복사대와 비슷한 소규모 복사대에 대전입자가 붙잡혀 있다.

또 갈릴레오는 위성 표면을 자세히 관측해 여러 현상을 밝혀냈다. 유로파 표면에는 데워지고 갈라지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남으로써 생겨난 고리 모양의 틈이 수백km에 걸쳐 있고, 수평으로 밀린 거대 단층이 지구에 있는 샌앤드레이어스단층의 캘리포니아 지대에 해당할 만한 규모다. 가니메데에는 단층 및 균열과 함께 고도의 지질학적 활동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특징이 나타나고, 칼리스토에는 수많은 충돌구덩이의 일부가 광범위하게 침식을 받아 매끄러운 외모를 보여준다. 칼리스토의 침식현상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목성의 위성 가운데 돋보이는 표면 현상은 바로 이오의 대규모 화산 활동이다. 이오의 화산 활동은 지구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1백배나 규모가 더 크고, 끊임없이 표면을 변화시키고 있다. 1979년 보이저호의 방문 이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갈릴레오 미션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5개월 동안 필란이란 이름의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 분출물이 남한의 세배 면적을 뒤덮었다.

이오의 화산 활동을 분석한 결과 분출물은 대부분 액체 상태의 규산염 암석으로 구성돼 있고, 용암의 온도는 황과 같은 물질을 녹이기에 충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온도는 오늘날 지구에서 일어나는 화산 분출 때보다 높은 것이다. 아마도 30억년 이상 전에는 지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화산 활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갈릴레오는 이오의 화산 활동이 주변의 플라스마 환경에 복잡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거대한 목성 자기권에 장기간 머물면서 자기권의 전체 구조와 동력학을 파악했다. 특히 강력한 전자가 이오와 목성 대기를 연결하는 자기력선을 따라 움직이며, 목성에서 오로라가 발생하는 지역은 자전에 영향을 받는 자기권과 연결돼 있다.

다시 말하면 목성이 자전할 때 주변의 자기장도 함께 끌려가면서 이오의 물질을 매초 1t씩 벗겨내는데, 이들 물질이 자기장에서 이온화되고 일부 이온이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다가 목성 상층대기에 부딪쳐 오로라를 만들어낸다. 이는 지구와 태양이 상호 작용함으로써 오로라가 발생하는 지구에서와는 상황이 다른 셈이다.

무엇보다도 갈릴레오는 목성 위성에서 바다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아내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한껏 부풀렸다. 이제 생명체를 확인할 수 있는 좀더 강력한 장비를 동원해 다시 한번 목성을 방문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2018년 이후에야 탐사가 가능하지만, 그때가 되면 그동안 정체를 감추었던‘목성인’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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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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