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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를 하다가 외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진저리를 낸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암기해야할 내용을 알약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즉 약을 복용하면 그 내용이 머리 속에 저절로 저장이 되는 방식이다. 이런 생각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엉뚱하고 말도 안되는 상상이라고 치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상을 실현시키고자 ‘과학적인’ 실험을 거듭한 이가 있었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는 제임스 맥코넬이라는 화학자가 벌레를 대상으로 ‘기억 이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멕코넬은 편형동물의 일종인 플라나리아 벌레를 갖고 실험을 했는데, 벌레에게 여러 가지 훈련을 시켜 ‘학습’이 일어나도록 했다. 훈련내용은 벌레에게 빛을 비추거나 전기충격을 가해 이에 대한 반응으로 몸을 뒤틀게 하는 단순한 것이었다.

한편 이 벌레는 반으로 잘리면 두도막에서 각각 다시 온전한 벌레가 재생해 나온다. 그런데 맥코넬은 잘린 두도막 가운데 뇌가 있던 부분에서 재생된 벌레뿐만 아니라 뇌가 없는 부분에서 재생된 벌레까지도 훈련내용을 간직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맥코넬은 훈련내용이 벌레의 뇌가 아니라 화학물질의 형태로 몸에 저장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훈련받은 벌레에서 화학물질을 추출해 이것을 훈련받지 않은 벌레에 주입했다. 그랬더니 훈련받지 않은 벌레도 훈련을 받은 것처럼 행동을 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실험결과가 발표되자 과학계에는 큰 논란이 일어났다. 가장 강력한 반대주장으로는 벌레들의 반응이 훈련에 의해 학습된 것이 아니라 그저 감각의 반응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논쟁 속에서도 이 실험에 대한 ‘인기’는 상당했다. 실험 자체는 일반인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실험과 관련한 글들을 싣는 ‘벌레훈련사 다이제스트’라는 학술잡지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실험은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왜냐하면 반대논증이 강력하기도 했지만, 이 맥코넬의 실험결과가 모든 사람들한테서 똑같이 반복해서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실험을 할 때 맥코넬이 내놓은 결과가 나오지 않자 멕코넬의 의견을 불신하게 된 것이다.

멕코넬은 실험결과를 달라지게 하는 변수들을 무려 70여가지나 들면서 -심지어는 벌레에게 먹이를 어떻게 얼마나 자주 주는지도 그런 변수에 포함됐다-자신의 실험을 옹호했다. 하지만 실험을 제대로 하려면 그처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멕코넬의 주장을 두고 사람들은 임시방편으로 늘어놓는 '변명'이라고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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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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