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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벨상도… 2003 '엽기 노벨상' 닭도 미녀를 사랑한다?

닭이 아름다운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물오리가 죽은 동성(同性)과 교미하는 장면을 처음 발견했다고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미국의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AIR)는 지난 10월 2일 하버드대에서 이 두 업적에 ‘이그(Ig) 노벨상’을 수여했다. 이그 노벨상은 처음엔 사람들을 웃게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업적에 주는 상이다. 한마디로 노벨상을 빗대어 만든 ‘엽기 노벨상’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에 속한 세명의 과학자들은 닭을 훈련시켜 원하는 초상화를 부리로 쪼게 했다. 실험 결과 닭들은 건장한 남자와 도톰한 입술에 머리가 긴 여자를 선택했다. 닭이 아름다운 사람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이들은 이 결과로 학제간 연구상을 수상했다.

공동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인 마그너스 엔키스트는 “이는 사람과 닭이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닭이 이성으로 사람을 선택할 리는 없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뜻밖”이라고 말했다. 또 “이 결과는 사람이 좋은 유전자를 남기기에 적합한 이성을 선호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네덜란드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의 키스 묄리커는 1995년 박물관 건물 옆에 유리벽으로 된 부속 건물을 새로 짓자마자 이 신축 건물에 새들이 부딪치기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유별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쿵하고 나서 묄리커는 밖으로 나갔다.

땅에는 물오리 한 마리가 죽어있었고 또 한 마리의 수컷 물오리가 옆에 있었다. 잠시 후 놀랍게도 멀쩡한 물오리가 죽은 놈 위에 올라가 뜯어 말릴 때까지 한 시간 이상 교미를 하는 것이 아닌가. 묄리커는 이 사건을 정리해 ‘물오리에서 죽은 동성과의 교미에 대한 최초의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한 덕분에 생물학상을 받았다.

이 밖에 올해 이그 노벨상에는 진짜 노벨상과 같은 분야도 있다. 물리학상, 화학상, 의학상이 그것이다. 존 컬버너 박사를 비롯한 7명의 호주 연구자들은 양을 털 깎는 곳으로 끌고 가기에 가장 좋은 바닥과 필요한 힘을 분석해 물리학상을, 일본 가나자와대학의 유키오 히로세 교수는 비둘기를 쫓아내는 가나자와시의 청동상에 대해 화학적 조사를 한 업적으로 화학상을 받았다. 영국 런던대의 엘레너 맥과이어 신경과학자가 이끄는 연구팀은 런던 택시기사들의 뇌가 보통 시민들보다 훨씬 더 발달돼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공로로 의학상을 수상했다.

또 50년이 지난 일에도 이그 노벨상이 돌아갔다. 1949년 “어떤 일이 잘못될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는 말을 남겨 ‘머피의 법칙’을 창시한 고(故) 에드워드 머피가 공학상을 거머쥐었던 것. 실제 수상식에는 머피의 아들인 에드워드 머피 3세가 참석했다.

이그 노벨상은 1991년 처음 제정된 이래 매년 기발한 연구나 업적에 수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권혁호씨가 향기 나는 정장을 개발한 공로로 환경보호상을, 2000년 문선명 통일교 교주가 1960년 36쌍에서 1997년 3600만 쌍까지 합동 결혼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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