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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 출신 연구원 다나카의 수상 비결

자신만의 창의성과 회사의 연구풍토

혼다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시모.



지난 10월 9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이후 일본과 우리나라의 언론은 앞다퉈 올해 노벨 화학상을 공동수상한 일본인 다나카 고이치에 대한 기사를 전해왔다. 박사도, 교수도 아닌 학사 출신의 기업 연구원이 마냥 겸연쩍어하며 작업복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끌려나오듯 했다고. 다나카 연구원은 학문의 최고 정점에 있는 노벨상과 왠지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도 ‘평범하기’ 때문에 더 큰 화젯거리를 몰고 다녔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던 당시 다나카 연구원은 교토의 정밀기기제작회사인 시마즈제작소의 분석계측사업부 소속으로 직책은 주임에 지나지 않았다. 1978년 도후쿠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한 다나카 연구원은 1년을 유급해 5년만에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가전업체인 소니에 지원했다가 떨어지자, 시마즈제작소에 입사했다. 시마즈제작소에서 그는 생후 1개월때 어머니를 잃은 경험 때문에 사람을 살리는 연구를 하고 싶어서 전공과는 동떨어진 생화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도야마고등학교 2·3학년 때 화학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도야마고등학교의 과학실험교육은 훌륭하다고 일본 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그렇다면 다나카 연구원은 어떻게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을까. 그의 창의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노벨상 수상에 대해 다나카 연구원은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 하지만, 평소 머리감는데 빼앗기는 시간이 아까워 아예 삭발할 정도로 연구에 열심이었다. 시마즈제작소에 입사한 후부터 그는 기존의 화학지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을 많이 했다. 생화학을 잘 몰랐던 탓인지 안될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것이다. 1987년에는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단백질 질량분석방법’을 발견했다.

단백질은 질량을 아는 것이 중요했지만, 막상 질량을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단백질의 질량을 레이저로 분석할 때 시료 상태로 쓰면 이온화돼 흩어지기 때문에 글리세린이나 코발트를 첨가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실수로 코발트 위에 글리세린을 떨어뜨렸는데, 퍼뜩 혼합해서 실험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이 실험은 결국 성공했다. 이렇게 그가 개발한 ‘소프트레이저 탈착법’은 단백질 같은 생체고분자를 간단하게 분석해 신약개발과 암 조기진단에 획기적인 길을 열어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또한 다나카 연구원이 입사 4년만에 후일 노벨상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연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마즈제작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시마즈제작소는 1백30년 가까이 기초연구를 꾸준히 축적해 왔는데, 일본 재계로부터 대학보다 더 학구적인 연구풍토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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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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