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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2020년이면 비구름을 부린다

구미에 맞는 구름 골라 인공강우 유도

역사적으로 가뭄은 온나라에 근심을 가져오는 기상현상이었다. 가뭄이 닥치면 한해 농사를 망치게 돼 백성들이 굶어죽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옛사람들은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기우제를 지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과학의 첨단을 달리는 오늘날에도 가뭄은 여전히 인류가 극복하지 못하는 숙제다. 올여름 유럽 전역은 40℃가 넘는 폭염과 가뭄이 휩쓸어 불가마를 연상케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이번 가뭄으로 농작물 수확이 80%나 감소할 것이라고 하고, 프랑스에서는 10만 마리의 가축이 집단 폐사했다. 또한 사망자가 수십명에 달하는 등 인명피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21세기 교황청의 기우제


1940년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사의 빈센트 쉐퍼 박사가 안개로 가득 찬 냉장고 속에 드라이아이스 파편을 떨어뜨리자 얼음결정이 형성되는 것 을 목격하고 있는 모습.


이런 지경에 이르자 교황청이 나서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소식이 지난 8월 10일 영국의 국영방송인 BBC에서 보도됐다. 교황이 더위와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비를 기원하는 기도행사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학의 첨단을 달린다는 21세기에도 인류는 기우제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일까.

인류는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의 능력을 갖고자 오래 전부터 시도해 왔다. 중세기 영국에서는 마을에 있는 모든 교회의 종들을 동시에 두드림으로써 그 소리로 대기를 흔들어 비를 내리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20세기 초반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구름 속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인공강우 기술의 역사는 60년이 채 되지 못한다.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사의 빈센트 쉐퍼 박사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과냉각된 안개로 가득 찬 냉장고 속에 드라이아이스 파편을 떨어뜨려 수많은 작은 얼음결정들이 형성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그해 최초로 인공강우 실험을 수행했다. 11월 13일 뉴욕 한 교외의 비행장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실은 경비행기가 이륙했다. 그 비행기는 매사추세츠주의 바크쳐 산맥 근처 4천m 높이의 두꺼운 고적운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렸다. 그리고 약 5분이 지나자 구름이 눈송이로 변해 떨어졌다.

1947년 버나드 보네거트는 요오드화은(AgI)이 얼음결정과 비슷한 구조라는데 착안해 인공강우용 ‘구름씨’ 물질로서 적당함을 알아냈다. 이후 그는 요오드화 고체분말이 구름씨로 작용하기 위해 기체상태로 연소하는 장치인 요오드화은 연소탄을 개발해 인공강우 항공실험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1950-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인공강우 실험이 진행됐고 1950년 기상조절학회(Weather Modification Association)가 창설됐다.
19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인공강우 실험은 순수한 연구 차원보다 상업성을 고려한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미국,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태국,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그리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 33개국에서 정부의 주도하에 인공강우 연구 프로그램이 수행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인공강우 시행 전문용역회사가 생겨났을 정도로 실용화가 추진중이다.

구름입자가 1백만배 성장

그렇다면 인공강우는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로 가능한 것일까. 지름이 평균 20μm(마이크로미터, 1μm =10-6m)인 구름입자가 약 2천μm(=2mm)의 빗방울이나 1-10cm의 눈송이로 되려면 1백만배 이상 성장해야 한다. 이때 순수한 수증기만으로 빗방울이나 눈송이가 되려면 습도가 400% 이상이어야 한다. 구름이 비나 눈이 되기 무척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연에서는 습도가 100% 이상이면 비가 내린다. 수증기가 빗방울이나 얼음덩어리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는 구름입자가 빗방울이나 눈송이가 되도록 그 중심에 핵이 되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 핵은 보통 0.1 m 크기로, 바다소금(해염) 입자나 공장, 가정에서 나오는 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물질, 먼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핵이 빗방울을 형성하는 경우를 응결핵, 그리고 작은 얼음덩어리(빙정)를 형성하는 경우를 빙정핵이라고 한다. 인공강우에서 구름에 뿌려주는 구름씨가 바로 이 핵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구름씨로는 역사가 긴 드라이아이스와 요오드화은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가 개발되고 있다. 최근 들어 염화나트륨이나 염화칼륨 같은 흡습성 물질이 구름씨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구름씨가 개발되는 까닭은 구름의 조건(계절 및 고도에 따른 구름의 온도나 수증기 함유량, 구름 입자 크기, 응결핵 포함 정도 등)이나 대기상태(기압, 풍향, 풍속, 상승류 존재 유무 등)가 항상 변하고 이에 따라 구름씨가 활성화되는 범위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수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게 다양한 구름씨의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구름씨의 적용은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2가지 과정에 따라 다르다. 구름입자가 빗방울이나 빙정으로 성장하는 강수 과정은 초등과 중등 교과서에 잘 나와 있듯이 빙정설과 병합설로 설명된다. 이 빙정설과 병합설에 해당하는 구름에 따라 구름씨의 종류가 달라진다.

0℃ 이하의 구름 속에는 물방울과 빙정이 공존하는 부분이 생긴다. 이때 물방울 표면의 포화수증기압이 빙정 표면의 포화수증기압보다 크므로 구름 속의 물방울은 증발되고 그 수증기가 빙정에 달라붙어 빙정이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커진 빙정은 어느 정도 크기가 되면 무거워져서 눈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눈이 어는점을 지나 녹게 되는데, 이를 비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빙정설이다.

병합설은 구름 꼭대기가 영하로 냉각돼 있지 않아도 강수가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해수면으로부터 대기 중으로 이동해온 해염 입자가 응결핵으로 작용해 큰 구름입자가 생성되고, 이것이 작은 구름 입자를 병합하면서 성장해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빙정설에 속하는 구름에 대해서는 드라이아이스와 요오드화은이 쓰인다. 요오드화은 입자를 연소시켰을 때 발생하는 미립자가 영하 5℃ 이하에서 빙정핵의 역할을 한다. 낙하하는 드라이아이스 조각은 표면 온도가 영하 78℃정도로 낙하 경로에 있는 구름입자를 영하 40℃로 빙결시키면서 많은 입자들이 응결핵으로 작용하도록 활성화시킨다. 일반적으로 요오드화은은 영하 4-영하 6℃이하의 구름에 뿌려지고, 드라이아이스는 이보다 더 낮은 영하 10℃ 이하의 구름에 적합하다.

반면 병합설에 해당하는 0℃ 이상의 구름에서는 흡습성 물질이 사용된다. 흡습성 물질은 연구결과 물방울 간 병합효과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흡습성 물질이 구름 물방울을 끌어들여 빗방울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뭄 때는 시행하기 어렵다
 

(그림1) 0℃이하 구름의 인공강우법


 

(그림2) 0℃이상 구름의 인공강우법


현재의 인공강우는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오게 할 수 없다. 구름이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또한 아무 구름에나 적용할 수 없고 빙정을 형성할 만큼 온도가 충분히 낮고 강수를 발달시킬 수 있을 만큼 수명이 긴 구름에만 적용할 수 있다. 수증기를 듬뿍 함유하고 있지 않은 구름은 구름씨를 뿌려도 강수를 얻지 못한다. 비구름이 되는 대류운이나 층운형 구름이 가능하다.

따라서 실제로 가뭄이 들었을 때 인공강우를 실시하면 원하는 강수량만큼 얻기 어렵다. 오히려 인공강우법으로 수자원을 확보하려면 겨울철 산에 눈을 내려 봄철에 녹게 하거나 연중 적절한 구름이 지나갈 때마다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기술발전의 추세로 본다면 2020년 정도에는 우리나라에도 인공강우가 보편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래에는 전자기장을 이용해 구름이 없는 하늘에도 구름을 생성시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대기 중에 떠있는 수많은 입자들을 전기장으로 교란시켜 응집과 병합 과정이 일어나도록 유도해 원하는 구름을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가 미국에서는 벌써 실시되고 있다.

인공강우 효과는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고 있다. 강수 효과는 평균 20%인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강수현상이 어떠한 물리적인 원인과 경로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정확하게 규명된 이론이 없다.

효능 평가 방법의 무획일성, 문제점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부족과 같은 이유로 현재는 기상조절기술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앞으로 미세구름물리와 수치모델, 여러 관측 장비의 구비 및 효과적인 적용, 통계적 평가 방법 등 연구하고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가 많다.

한편 기상제어가 국민의 생활과 산업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과학적인 효과의 입증 못지 않게 사회·경제적인 파급효과,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인공강우를 통해 이득이나 손해를 보는 집단이 생기게 마련이며 생태환경적 변화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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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윤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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