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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공학응용물리학제의 책임교수로 있는 노도영 교수(가운데)가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한껏 포즈를 취했다. 노 교수는 “광공학응용물리학제의 목표는 광과학의 원천기술을개발하면서 이를 나노과학과 정보통신 같은 여러 기술에 응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통주 막걸리가 일본으로 건너가 새콤달콤한 칵테일 막걸리로 새롭게 태어났다. 막걸리의 매력이라고 여겨지던, 약간은 텁텁하고 구수한 맛은 과감히 빠졌다. 대신 일본 젊은 여성들의 입맛에 맞게 상큼한 과일 맛이 추가됐다. 결과는 대성공. 칵테일 막걸리로 돌아온 막걸리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맛을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든 것이 비법이었다.
융합은 비단 음식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발전하던 학문들도 경계를 허물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2년 전부터 국내
대학에 생긴 자율전공학부도 그 선상에 있다. 학과 간의 벽 자체를 허무는 일도 있다. 성균관대는 문과와 사회과학, 경제학, 자연과학부를 문리과 대학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는 2012년 공대 학부과정으로 나노과학과 환경·에너지 기술을 배우는 융합전공을 개설한다.
이런 움직임은 석·박사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원에서도 일어난다. 학제전공이 그것이다. 학제는 2개 이상의 전문분야가 협업해서 시너지를 얻는 시스템이다. 대학원 과정은 타 학문간 협업이나 융합이 어렵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카네기멜론대의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ETC)와 매사추세츠공과대 미디어랩처럼 성공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학원에서도 융합교육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광주과학기술원도 2006년부터 ‘광과학기술학제학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정보통신공학부, 신소재공학부, 기전공학부, 환경공학부, 생명과학부를 구분하지 않고 빛과 관계된 모든 연구를 함께 한다. 올해에는 ‘광공학응용물리학제전공’이라고 이름을 새롭게 바꿨다. 2008년에 신소재공학과의 노도영 교수가 이끄는 ‘극한광응용기술센터’가 교육과학기술부의 국가핵심연구센터(NCRC)에 선정된 영향이 크다. 국가핵심연구센터는 국가가 전략적으로 키울만한 융합과학기술에게 최장 7년 동안 약 15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노 교수는 “광학과 응용물리 지식을 바탕으로 광과학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면서 이를 나노과학과 정보통신, 바이오, 에너지 기술에 응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철저한 기초과학 강의로 융합전공 이끈다대학원에서 융합 연구와 교육을 실시하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학제전공은 고립된 연구에 한계를 느낀 교수들이 먼저 제안했기 때문이다. 광공학응용물리학제전공의 책임 교수를 맡은 노 교수는 “오랫동안 한 분야를 연구하다보면 새로운 분야를 만날 때 장벽를 느낀다”며 “이런 경향은 교수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물리를 전공한 사람이 태양전지를 만들려면 전자공학이나 재료공학 같은 소자에관련한 지식을 따로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한 분야에 익숙한 교수들은 다른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기초과학 강의다. 광주과학기술원에는 자연과학부가 없이 응용·공학전공만 있다. 그래서 이제껏 정식으로 기초과학 강의가 개설된 적이 없었다. 노 교수는 “광학기술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생이나 타 전공에서 광학을 처음 시도하려는 학생 모두에게 기초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처음 개설했다”고 말했다.
요즘 인기 있는 주제인 발광다이오드(LED)나 태양전지 연구를 위해 맞춤형 강의도 개설했다. LED는 물질로 빛을 만드는 과정, 태양전지는 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둘 다 물질에 있는 전자가 빛을 받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받았다가 내보내는 원리를 이용한다.노 교수는 “빛과 전자의 관계는 고전역학이 아닌 양자역학으로 풀어야 하는 새로운 학문”이라며 “학생들이 전자와 빛의 기본 관계를 몰라 연구의 방향을 잃지 않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기초 교육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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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공학응용물리학제전공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게 될까. 현재 이 전공에는 21명의 교수가 소속돼 있다. 신소재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 등 직접 광과학 기술을 다루는 교수들이 겸임을 맡았다. 현재까지 5명이 전임 교수로 임명됐는데, 이 수를 늘려 전임과 겸임의 비율을 비슷하게 만들 예정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초고속·초고출력의 레이저를 이용한 응용기술과 X선 레이저를 이용한 나노물리 연구, 새로운 광소자의 개발, 바이오광 이미징이다. 초고출력, 극초단 레이저의 설비시설을 갖춘 고등광기술연구소(APRI)는 학생들이 실험하고 연구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조만간 두 개의 빔라인에서 각각 1PW(페타와트, 1PW=1015W)씩, 총 2PW의 고출력 레이저를 완성하는 APRI는 단연 세계 최고 출력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X선 레이저도 만들고 강한 전기장 안에서 원자가 전자, 중성자 등으로 분리되는 초기 우주의 모습도 연구할 수 있다. 학제전공을 통해 열린 사고와 소통에 능한 학자가 많이 양성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