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약물을 개발하여 그 활용을 위한 기초와 응용에 관한것을 연구하는 곳이 서울대학교 생약연구소(소장 지형준박사·생약학)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연구소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구내에 있는 생약연구소는 그 역사가 우리나라의 자연과학계 연구소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처음 문을 연것은 개성에서였고 1939년 12월에 구 경성제대 생약연구소로 시작되었다. 그뒤 해방과 더불어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역사가 오래된만큼 자료도 오래된 것이 많아 생약표본실에는 1930년대의 것이 3천여점이나 된다. 티벳, 몽고를 비롯하여 한반도 전역에서 채집한 각종 약용식물의 표본이다.
“주변의 시설이 파괴되고 불에 탄 6·25전란 속에서도 보존된 귀중한 자료입니다. 이 자료를 기초로 동양일대에서 오랜 옛날부터 약용으로 써온 민간요법 약용식물의 성분을 밝혀내고 응용하는 것이 우리 연구소에서 하는 일입니다”
연구실과 표본실을 안내하면서 지형준소장이 설명했다.
4층건물 연건평 8백여평의 연구소 건물안에는 연구실 실험실 표본실 실험동물사육실등 50여개의 방이 있다.
이곳에서 천연물화학연구부(부장 우원식박사), 생물활성연구부(부장 한병훈박사), 자원개발연구부(부장 김제훈박사), 기기분석실(실장 신국현박사), 동물실(실장 이은방박사)로 기능을 나누어 교수 10명과 연구원 대학원생 등 30여명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이밖에 생약재배시험장이 경기도 시흥군 소래에 1만8천평이 있어 자원개발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연구기기도 핵자기공명측정장치, 질량분석기 등 최신 첨단의 고가기기가 60여점이 비치되어 있고 동물실에서는 생약의 성분분석과 이용에 필요한 실험용 쥐 토끼 등 약 3천마리의 동물을 기르고 있다.
연구소 운영예산은 올해3억5천만원.
전래의 약용식물성분을 분석 개발
이 연구소의 각 부문별 기능을 살펴보면 천연물화학연구는 천연약용식물의 성분을 밝혀내는 것이고 생물활성연구는 약용식물의 성분과 약리작용을 밝혀내는 것이며 자원개발연구는 약용식물을 효율성있게 재배 생산하는 것을 다루는 분야다.
“최근 10년간에 우리 연구소는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생약과 한국산 식물 약 8백종의 화학성분을 검색하여 생약성분을 계통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시했읍니다”
천연물화학연구부장 우원식박사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한국산 식물의 항균, 항암, 소염활성, 보간, 항산화작용과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등의 생리활성 검색을 연차 계획으로 계속했다. 우박사는 설명을 계속 했다.
“특기할만한것은 옛날부터 우리조상들이 풍(고혈압)에 좋다하여 썼던 희첨이란 생약이 혈압강화작용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고 상육은 소염 이뇨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아냈읍니다. 또 차전자에서는 간의 해독작용을 하는 오쿠빈성분이 있음을 밝혀 낸 것입니다”
인삼의 세포배양으로 대량생산시험
특기 할만한 것은 따로 더 있었다.
부자에 독성이 강한 극약 아코닌성분이 있음을 밝혀내고 몇 t이나 되는 부자에서 강심작용을 하는 성분인 하이게나민 몇g을 추출한 것이다. 또 이 성분을 합성해내는 데도 성공했다.
인삼에서는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작용 물질이 있음을 밝혀내고 인큐베이터 속에서 조직을 세포배양하는 생물공학적 생산을 시험하고 있다. 유전자 공학적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 방법이 개발되면 넓은 인삼밭이 필요없고 4년~6년씩 기르는 어려운 재배과정이 필요없게 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또 인삼의 주요성분을 합성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생산판매하는 기업이 아니고 생약성분을 인체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연구개발하는 곳일 뿐입니다”
자원개발연구부장 김제훈박사는 이어 유전 공학적 방법으로 대량 생산하게 되거나 성분합성으로 공업화되어 종래의 재배생산 체계가 무너지게 되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 연구성과를 실용화하는 것은 기업이나 전문업자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생약연구소는 약학계나 제약업계등에 많은 인력을 배출했다. 대학원 과정이상의 인력을 최근 5년동안에만도 1백여명이나 길러냈다.
국제적으로도 알려진 연구소
생약연구소의 국제적인 기능도 다양하다. 77년부터 세계보건기구(WTO)의 지원을 받아 생약을 이용한 새로운 피임제개발 연구센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또 78년에는 유네스코 동남아지역 천연물화학 연구센터로 지정되어 동남아지역 각국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뭐니 뭐니해도 우리연구소의 장점은 국내외를 가릴것 없이 한가지 테마를 여러 분야의 연구자가 협동으로 한팀이 되어 연구할수 있는 기능이 있는점 입니다”
지소장은 ‘세계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이란 자부를 자랑스럽게 털어놨다.
한 테마의 한 분야를 연구자가 부분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고 약대, 농대, 가정대의 식품화학, 자연대의 생물, 화학 분야 등이 연계하여 협동으로 연구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론으로 끝나기 쉬운 부분적 연구가 아닌 종합적 연구로 실용화가 빨라진다.
연구소 안을 한바퀴 돌며 설명을 듣고나니 이런 연구기관에서 언젠가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날이 있겠다는 뿌듯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