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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의 공상에서 태어난 통신위성

TV 생중계에서 개인 휴대전화까지 적용

화성에 착륙선이 앉고 탐사선이 해왕성을 스쳐갔지만 이들 ‘사건’보다 우리의 생활 깊숙이 침투해 이제는 ‘일상’이 돼 버린 우주선이 있다. 우주분야에서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통신위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 화려한 등장은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64년 8월 19일 세계최초로 지구정지궤도에 안착한 신콤 3호가 그해 10월 일본 도쿄 올림픽을 태평양과 대서양 너머로 생중계하면서 였다. 바로 지구촌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인 셈이었다.

위성을 이용해 지구전체에 전파를 중계하는 아이디어는 1945년, 훗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로 유명해진, SF소설가이자 영국행성간협회 회장인 아더 C. 클라크가 냈다. 클라크는 지구밖에 펼쳐진 넓은 우주공간 중에서 어느 특정한 영역에 주목했다. 바로 적도상공 3만5천8백80km지점의 궤도이다. 위성이 이 지점에서 지구 주위를 돌게 되면 그 공전주기가 지구의 자전주기와 같은 24시간이 돼 결국 특정 지역의 상공에 계속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클라크는 이 궤도를 정지궤도라 불렀다(훗날 사람들은 그의 업적을 기려 ‘클라크 궤도’라고 명명했다).

클라크는 이 궤도에 위성을 1백20도 간격으로 3대만 배치하면 지구상의 어느 곳에라도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 3대의 위성만으로 지구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당시 이것은 공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1954년 미국 전신전화회사(AT&T)의 연구소에서 일하던 존 피어스가 통신위성의 상업적인 성공가능성을 주목했다. 피어스는 당시 비용이 많이 들던 해저케이블로 대륙들을 연결하는 것보다 위성이 훨씬 경제적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임을 예견했다.

미국의 별이 된 풍선위성


7백80km의 저궤도에 66개 나 발사된 이리듐위성의 모습. 거리가 먼 정지위성의 단점을 극복해 개인휴대통신의 혁 명을 일으켰다.


우주개발초기 미국과 옛소련은 정치적인 선두 경쟁에 매달려 있어 통신위성의 영역은 AT&T와 같은 민간기업이 나섰다. AT&T는 통신위성의 초기 실험으로 미항공우주국(NASA)의 협조를 받아 거대한 풍선을 1960년과 1964년 두차례 저궤도에 발사했다. 이것은 1950년대 미 육군이 실시한 달을 이용한 전파반사실험을 응용한 것으로, 여기서는 진짜 달 대신 풍선이 달의 역할을 한다. 전파를 거울처럼 반사했기 때문에 이 풍선위성의 이름은 에코(Echo), 즉 메아리로 명명됐다. 우주공간에서 휘발성 물질에 의해 30-40m까지 팽창하는 이 풍선위성은 알루미늄으로 코팅돼 있어 훌륭하게 전파를 반사했다. 에코는 전파뿐 아니라 햇빛도 잘 반사하는 바람에 지상에서도 맨눈으로 볼 수 있어 수년간 ‘미국의 별’로 불렸다.

AT&T는 본격적인 실험을 위해 최초의 민간 위성 텔스타 1호를 1962년 7월 10일에 발사했다. 텔스타 1호는 저궤도에 위치하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와 역사적인 TV영상 교환을 하는데 성공했다. 우주를 통해 전달된 최초의 영상은 펄럭이는 성조기였다. 초보적인 수준의 영상이었지만 이것은 국제TV방송혁명의 시작이었다. 1962년 12월에는 전기방송회사(RCA)의 릴레이 1호가 저궤도에 진입, 다음해 케네디 대통령 암살뉴스를 위성생방송하기도 했다. 이 실험들 자체는 성공적이었으나 빨리 움직이는 저궤도 위성은 짧은 통신시간과 고비용의 추적장치가 가장 큰 문제였다. 따라서 언제나 통신이 가능한 정지궤도가 부각됐다. 1963년 휴즈항공사는 최초로 신콤 1호를 정지궤도를 향해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이어 발사된 신콤 2호의 부분적인 성공에 이어 1964년 8월 신콤 3호가 마침내 태평양 상공 정지궤도에 안착해 동경올림픽을 중계하는 등 위성의 놀라운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텔스타, 릴레이, 신콤을 실험하는 동안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일본에 위성지구국이 운영되자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규모의 상업위성망인 인텔샛(INTELSAT)이 설립됐다. 1965년 4월 대서양의 정지궤도에 발사된 인텔샛 1호 위성인 얼리버드를 시작으로 1967년엔 태평양, 1969년엔 인도양에 인텔샛 위성이 자리잡게 됨으로써 클라크의 공상은 24년만에 현실이 됐다. 덕분에 그해 7월의 아폴로 11호 달 탐사장면이 전 세계인에게 위성으로 생중계 됐다.

이에 비해 옛소련은 접근법이 달랐다. 발사장과 영토가 너무 북쪽에 치우쳐있었기 때문이다. 지리적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옛소련은 1965년부터 몰니야 위성을 적도와의 경사각 65도, 근지점 5백km에 원지점 4만km의 매우 긴 타원궤도로 발사했다. 여러 대의 위성이 교대로 원지점일 때 옛소련의 영토 위를 지나면서 중계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1975년에는 적도 위 정지궤도에 통신위성을 올려 동구권을 잇는 국제 통신망 인터스푸트니크(Intersputnik)를 결성했다.

현재 폭주하는 세계의 통신요구에 맞춰 통신위성은 점점 대형화돼 간다. 최근에는 개인 휴대전화가 급증하면서 정지궤도에서 다시 저궤도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정지궤도는 너무 멀어 전파가 왕복하는데 0.24초나 걸릴 뿐 아니라 신호를 받으려면 개인이 휴대하기 힘든 크기의 통신장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저궤도로 지구전체에 서비스를 하려면 3대가 아닌 수십대의 위성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저궤도 위성이동통신서비스를 보면 이리듐이 66대, 글로벌스타는 51대의 위성을 동원하고 있다.

하나의 휴대전화만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통화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은 대담한 발상임에 분명하다. 1901년 마르코니가 대서양 횡단 무선전신에 성공한지 1백년밖에 되지 않아 우린 통신과 위성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지구를 손안에 넣고 다니는 놀라운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200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철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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