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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구조

 

우리는 우주 전체를 볼 수 없다. 그 이유를 138억 년 전에 지구를 향해 출발한 빛을 따라가며 알아보자.


138억 년 전 우주가 아주 작았던 시절, 현재의 지구 위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지구를 향해 출발한 빛은 아무리 달려도 지구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한 탓에 지구까지 남은 거리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엄청난 속도의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뛰어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것처럼 빛이 아무리 제 속도를 내도 지구와 가까워지지 않았다. 


마침내 138억 년을 걸려 지구에 도착했을 때, 그 빛이 뒤돌아보자 출발점은 지구에서 465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빛은 현재 지구에서 465억 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138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이다. 그보다 더 멀리서 출발한 빛은 앞으로도 영원히 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가 빛으로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는 지구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465억 광년인 구 형태로 제한된다.


그간 과학자들은 다양한 파장의 빛을 이용해 관측 가능한 우주 안의 별과 은하를 하나씩 그려나갔다. 그리고 이것들을 한 장의 사진에 모으자 우주의 ‘거대 구조’가 나타났다.


거대 구조는 크게 둘로 나뉜다. 은하가 없는 공간은 ‘우주공동(Void)’으로 불린다. 이곳은 은하가 없거나 극소수의 은하로 구성된 아주 거대한 빈 공간이다.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주공동은 지름이 2억 광년에 이르지만, 이곳의 은하는 단 2개뿐이다.


반면 은하가 몰려있는 공간은 실 가닥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필라멘트(Filament)’로 불린다. 필라멘트는 주변의 우주공동을 둘러싼 형태를 하고 있으며, 은하단에 새로운 은하들과 가스를 보충하는 통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필라멘트 중에서도 거대한 규모로 길게 늘어져 있는 것들은 ‘장성(Great wall)’이라고 한다. 장성 중 하나인 ‘헤라클레스자리-북쪽왕관자리 장성’은 길이가 100억 광년에 이른다. 관측 가능한 우주 지름의 약 11%를 차지하는 엄청난 크기다. 

 

초은하단

필라멘트에 있는 수많은 은하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단위로 묶여 있다. 따로 떨어져 있는 은하도 있지만, 이 역시도 시간이 흐르면 다른 은하 무리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은하 무리의 가장 큰 단위는 초은하단이다. 초은하단은 관측 가능한 우주 내에 1000만 개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크기는 다양하다. 우리은하를 포함하고 있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크기는 5억 광년이며, 가장 거대한 초은하단 중 하나인 사라스와티 초은하단은 6억5000광년가량 된다. 일반적으로 1억5000만 광년 이내의 영역마다 초은하단보다 작은 단위인 은하단(또는 은하군)이 수십 개 이상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우리은하는 처녀자리 초은하단에 속해 있으며, 이것이 가장 큰 단위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브랜트 툴리 미국 하와이대 교수가 처녀자리 초은하단을 포함해 주변 초은하단이 모두 어느 한 지점으로 끌어당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 한 지점은 1986년에 밝혀진 ‘거대인력체(Great attractor)’라는 영역이었다. 이곳에는 좁은 영역에 무수한 은하들이 모여 있어 거대한 중력을 행사하고 있다. 비록 은하들은 허블의 법칙에 따라 우주가 팽창하면서 간격이 멀어지고 있긴 하지만, 동시에 거대인력체가 당기는 힘 때문에 멀어지는 속도가 달라졌다. 거대인력체 때문에 바뀐 초은하단의 이동 속도를 특이속도라고 부른다.


툴리 교수는 처녀자리 초은하단을 포함한 주변 초은하단의 특이속도를 계산한 결과, 세 개의 초은하단이 하나의 거대인력체에 이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4년 툴리 교수는 세 개의 초은하단을 묶어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이라 명명하고, 초은하단을 새롭게 정의했다. 기존의 처녀자리 초은하단은 이제 초은하단의 일부라는 의미에서 국부 초은하단으로 불린다. 


이렇게 정의된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은 300~500개의 은하단(또는 은하군)을 포함하며, 총 10만 개의 은하들이 자리하고 있다. 초은하단의 존재를 통해 우리는 우주의 은하가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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