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커넥션’(The Hidden Connections)이란 생명의 기본조직 속에 ‘숨겨진 연결고리’를 뜻한다. 생명과 정신, 그리고 사회 사이에는 이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존재하는데, 이 연결고리를 찾는 일이야말로 과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카프라는 이 책을 통해 생명체와 인간의식, 그리고 생명의 사회적 중요성을 과학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 즉 ‘공존의 과학’을 제시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과학은 물질의 구조를 다루고, 사회과학은 사회의 구조를 다루는 것으로 서로 상반된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름아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건설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질구조와 사회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통일된 개념의 틀이 필요하다. 카프라의 ‘히든 커넥션’은 바로 그 틀을 제시하고자 한 책이다.
카프라는 이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네크워크라고 이해했다. 그는 모든 사물과 사회조직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있고,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생명체에서 작은 세포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도, 사회에서 개인이 세계인으로 성장하는 것도 모두 네트워크를 기초로 한다는 얘기다.
카프라는 생명을 구원할 수 있는 대안 역시 네트워크에 있다고 본다. 오늘날 지구는 나날이 환경오염으로 고통받고 있고, 세계는 신자유주의 혹은 신자본주의로 인해 극심한 기아와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현대사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네트워크에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대국 중심의 신경제질서를 공고히 하려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맞서 시애틀회담을 결렬시킨, 세계 79개국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한 국제시애틀연대 같은 조직이 그것이다.
이런 국제적조직 역시 쌍방향소통이 가능한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가 아니면 이뤄질 수 없었다는 점에서 카프라의 네트워크 이론은 빛을 발한다.
‘히든 커넥션’은 생명체의 진화과정에서 배운 지혜를 사회문제에 적용해 새로운 방향으로 해결해보려는 의지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 해결책을 모두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생명, 정신, 사회가 공존하는 사회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히든 커넥션’은 과학과 철학·사회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카프라의 학문적 깊이와 넓이를 이해해야 하는 만큼 결코 만만치 않은 책이다. 또 과학 안에서도 생물학, 생태학, 인지과학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개념들이 쓰이고 있는 만큼 상당히 까다롭다. 하지만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경계에서 고민한 현대과학의 최전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읽는 즐거움을 충분히 가져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