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역에서 택시를 타고 북서쪽으로 20여 분 달리면 GIST(광주과기원)와 각종 연구기관이 들어선 첨단과학산업단지에 갈 수 있다. 그곳엔 햇빛을 반사해 번쩍거리며 존재감을 발하는, 거대한 우주선 모양의 은빛 건물이 있다. 바로 지난해 11월 15일 공식 개관한 국립광주과학관 ‘루체리움(Lucerium)’이다.
전국에서 체험형 전시물 가장 많은 과학관
루체리움은 ‘호남지역에 들어서는 최초의 과학관’이라는 명성과 함께,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과학문화체험 기회를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로 건립됐다. 빛과 예술이 주제인 테마과학관이지만, 개관 당시부터 천문·우주·해양·생활과학·스포츠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물을 충실하게 갖춘 이유다. 천체투영관·4D관·어린이관·기획전시관 등에서 총 36개 주제로 전시물 151점을 운영해 왔다.
특히 관람객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비율이 국립과학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80%다.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공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 루체리움을 대표하는 체험전시물은 단연 2층 상설전시관에 있는 ‘소리빛’. 미디어아티스트 전병삼 작가가 2012년에 만든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작은 극장처럼 생긴 소리빛 전시관 안에는 높이 1m가량의 기둥이 일렬로 세워져 있다. 그 기둥의 윗부분을 손으로 두드리거나 입으로 소리를 내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소리의 파동을 분석한 뒤 알록달록한 무늬로 재구성해 벽에 비춰준다. 기계식 실로폰이 자동으로 연주하며 관람객의 흥을 돋우는 건 덤이다. 이로써 관객은 소리가 빛으로 표현되고 다시 빛이 소리로 표현되는 공감각적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교육연구실 관계자는 “이런 체험형 전시물에는 관람객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올 여름 ‘반쪽이의 상상력 과학관’이라는 특별전을 열었어요. 고물로 만든 재활용품 전시였죠. 하루는 어떤 아이가 ‘전시를 보고 상상력이 풍부해졌으니 나도 한번 만들어 보겠다’며 결의에 찬 표정을 짓더라고요. 대부분의 관람객이 전시를 보고 나서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듣고 흘렸어요. 그런데 한 2주쯤 지났을까요? 그 친구가 정말로 옷걸이로 안경을 만들어 갖고 왔더라고요. 전시를 기획한 직원들 모두 그날 무척 뿌듯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루 평균 1000여 명 방문…호남에 과학문화를 확산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아이디어실·3D구현실·프로그래밍랩·CSI과학수사대·창의공작소·빛탐색방 등으로 이뤄진 ‘무한상상실’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어린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빛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광전 효과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태양광비행기, 바람을 맞으면서 시뮬레이션 화면을 조종할 수 있는 행글라이더 등 직접 만지고 탈 수 있는 전시물이 인기다.
이런 전략 덕분일까. 루체리움은 지난해 10월 15일 임시 개관부터 올해 9월까지 누적 관람객 수 33만7457명을 달성했다. 하루 평균 약 1000명에 이르는 시민이 방문해 과학문화를 체험한 셈이다. 개관 1주년을 맞아 최은철 관장은 “앞으로도 국내외 관련기관과 함께 새롭고 특색있는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 예정”이라며 “우리 과학관을 모든 국민이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과학문화 복합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PLUS
루체리움 관람하기
국립광주과학관 루체리움은 월요일 휴관일을 제외한 평일 및 주말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2000원이다. 천체투영관과 4D 영상 관람을 하려면 1인당 각각 1500원을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062)960-6210으로 문의하거나 국립광주과학관 홈페이지(sciencecenter.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