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불화탄소를 규제하려는 국제적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지구를 지켜주는 생명의 엷은 막에 구멍이 뚫렸다. 강력한 자외선을 성층권에서 흡수해오던 오존층이 남극상공에서 급격히 감소한 것. 오존층파괴는 이제 세계적 관심사가 쏠린 환경문제로 부각돼, 지난해 9월에는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40개국이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한 협정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오존층 파괴의 실상과 그 원인을 둘러싼 논쟁, 그리고 예상되는 피해를 알아본다.
피부암 백내장 증가 우려
지난 85년 남극 '핼리베이'에 기지를 둔 영국남극탐사대의 대기학자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남극 상공 12~24km지점(성층권 하부)의 오존층이 1977년부터 84년까지 40%이상 감소했고, 특히 매년 봄(북반구에선 가을 9~10월)에는 오존층에 그야말로 구멍이 뚫린듯 오존의 양이 줄어들었던 것. 그러나 이 소식은 언론과 정책담당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석달후 미국 NASA는 인공위성자료로 이 사실을 확인, 오존층에 대한 관심은 전세계적으로 번져나갔다. 오존층의 구멍은 그후 점차 커져 작년 가을에는 최대의 크기를 보였다. 오존층이 70년대 중반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오존은 대기중에 1ppm이하밖에 존재하지 않는 기체이지만 그 역할은 막중하다. 왜냐하면 오존은, 강력한 작용력으로 DNA를 포함해 생물의 중요한 세포분자를 파괴하는 짧은 파장의 자외선을 성층권에서 대부분 흡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존층 파괴는 늘어난 자외선으로 인한 각종 피해를 유발하게 된다.
예상되는 인체피해에는 피부암 백내장 망막장애 면역체계이상 등이 있다. 미환경보호국은 대기의 오존량이 1% 줄면 미국서만도 매년 2만명의 피부암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음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온실효과와 생태계 파괴를 들 수 있다. 오존층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염화불화탄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적외선을 흡수하는 능력이 1만배나 뛰어나 온실효과를 일으킨다는 것.
한편 농작물과 산림은 자외선에 약해, 한 연구에 따르면 오존량 25%감소는 콩수확량 20%감소를 초래한다고 한다. 또한 플랑크톤의 사멸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도 지적되고 있다. 작년 10월 미국립 과학재단은 두 팀의 과학자들이 남극의 오존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연구를 지원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상적」화학물질 CFC가 원인
오존은 잘 알려진대로 산소원자 세개가 모인 분자(O₃). 산소(O₂)는 자외선에 쪼이면 매우 반응성이 높은 산소원자(O)로 분해되는데, 이 산소원자가 다른 산소와 결합해 오존을 만든다. 반대로 오존에 자외선을 쪼이면 쉽게 산소분자와 산소원자 하나로 분해된다. 이 과정은 여러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오존의 양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여기에 인공적인 염소(Cl)가 개입되면 이 균형은 깨지고 반응은 오존의 파괴쪽으로 향하게 된다(오존의 파괴 및 생성의 자세한 메카니즘은 과학동아 86년 9월호 참조). 연구에 따르면 염소 원자 하나가 10만개의 오존분자를 파괴한다는 것.
오존층 파괴에 대한 우려는 이미 1971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성층권을 비행하는 초음속여객기 개발계획이,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수증기가 오존층을 파괴할지 모른다는 주장 때문에 취소되었다. 그로부터 3년뒤 오존층 파괴의 '원흉'으로서 염소가 처음으로 지목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빙캠퍼스의 '몰리나'와 '로랜드'가 염소 불소 탄소의 화합물인 염화불화탄소(chloro fluoro carbons, CFC)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것. 그후 CFC는 이제까지 개발된 어떤 화합물보다도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는 물질이 되었다.
1928년 처음 만들어진 CFC는 여러가지 점에서 '완벽한' 화학물질로 일컬어졌다. 즉 냄새가 없고, 독성이 없으며, 불에 안타고, 화학적으로 안정해 산업적으로 폭넓게 이용될 수 있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CFC는 주로 에어로졸(탈취, 살충용 스프레이 등)의 추진체로 쓰였다. 1973년에 이 용도의 CFC시장은 3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그 비중은 전체 소비량의 25%에 불과하고, 그 대신 냉장고나 에어콘의 냉매(冷媒) 일회용 식기 등 플라스틱 거품을 만드는 발포제, 소화기나 방열장치, 전자부품 세정제 등으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연간 1인당 CFC의 소비량이 1kg정도이며,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0.3kg이하이다.
대기중에 1백년간 머물기도
공교롭게도 산업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CFC의 '안정한' 속성이 오존층과 관련해서는 골치아픈 문제를 야기시킨다. 즉 대기권(지상에서 10km 상공까지)에 방출된 CFC는 거의 분해되지 않고 성층권(10~50km상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25km상공은 오존이 최고의 농도를 보이는 곳인데, 여기서 CFC는 충분히 강력한 자외선에 의해 분해돼 염소원자 등 오존을 공격하는 무기를 생산한다.
일단 대기중에 방출된 CFC는 이처럼 수십년간 오존층을 파괴한다. 작년 몬트리올협약대로 CFC의 소비량을 1999년까지 50%로 줄인다해도 대기중의 CFC양은 계속 증가할 것이란 예측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CFC중 가장 중요한 CFCl₃와 CF₂Cl₂가 대기중에 머무는 기간은 각각 75년과 1백년이다.
남극에 봄이 올때마다 커가는 오존구멍에 대한 원인을 두고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논쟁을 해왔다. 논쟁은 크게 두가지 이론 사이에서 벌어졌다. 하나는 그 현상을 화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남극상공의 상황에서 CFC와 오존 그밖의 화학물질이 벌리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규명하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학적 방법으로서, 극지의 회오리와 -80℃의 찬 기온 그리고 독특한 남극 성층권의 구름을 상승기류의 메카니즘을 통해 해석해 오존구멍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 두가지 해석방법중 어느 하나만으로 사태를 설명하려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대규모 실험은 남극상공의 오존파괴가 단순한 기류의 이동에 따른 과소(過疎)현상이 아니라 CFC에 의한 파괴현상임을 분명히 했다.
물론 이것이 남극상공의 복잡한 화학반응을 모두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확실해졌다는 뜻이다.
남극의 오존층에 대한 연구는 이미 1957년부터 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대적인 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연구가 수행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 요즈음 동원되는 측정장비에는 기구 인공위성 항공기 그리고 지상관측 장비들이다.
지금까지 수행된 남극의 오존에 관한 가장 야심적인 연구는 지난해 8월부터 9월에 걸쳐 4개국의 1백50명의 과학자가 모여 실시한 '항공남극오존실험'. NASA의 주도아래 미국해양대기국, 미국립과학재단, 미국화학제조협회가 1천6백만달러를 투입한 이 연구는 항공기를 비롯한 모든 관측수단을 총동원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개조한 DC-8여객기와 스파이비행기인 U-2기를 개조한 고공탐사기 ER-2등을 활용해 직접 오존구멍을 비행하면서 샘플을 채취하고 정밀한 관측을 시도했다.
조사결과는 금년 중반이나 돼야 분석될 전망이지만, 현재까지의 잠정결과는 오존파괴의 원인이 CFC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몬트리올 협약에 구멍
오존파괴와 관련하여 작년에 이루어진 또 하나의 두드러진 성과는 '몬트리올 협약'의 체결. 오존층의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약체결의 필요성은 유엔환경기구(UNEP)에 의해 줄곧 강조돼 왔다. 이에 85년 3월에는 '오존층 보호에 관한 비엔나 협정'이 채택되었지만, 오존층 파괴의 관측과 연구의 국제협력이 주안점이었을 뿐 어떤 규제조치도 포함되지 못했다. CFC사용규제에 관한 협정서 체결노력은 86년 12월, 87년 2월의 국제회의에서도 시도되었지만 불발로 그쳤다.
그러나 작년 9월16일 몬트리올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CFC의 단계적 소비감축에 49개국이 합의에 이르렀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이 협약의 주요 내용은 CFC의 소비를 86년 수준에서 동결하며 1999년까지 CFC의 소비량을 50% 감축시킨다는 것.
그러나 이 협약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비관론자는 이 협약이 '오존층을 보호하기보다는 화학물질의 국제무역을 보호하는 측면이 크다'고 꼬집는다. 또 어떤이들은 작년 가을의 대규모 조사의 잠정결과가 몬트리올회의 직후에야 발표된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보다 엄격한 규제안을 채택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 그밖에도 전자회사에서 새로 이용하는 CFC113과 군사무기 등에 널리 쓰이는 할론 등의 생산실태가 비밀로 되어 있음이 협약의 실효성과 관련해 지적되고 있다.
물론 협약에서 오존층 파괴의 상황을 최소한 5년마다 재평가해 새로운 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은 긍정적 측면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협약이 5개년 계획하의 모든 동구국가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그리고 모든 개발도상국을 CFC소비규제에서 예외로 한 것에 대해서 많은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전세계적 조직을 갖고있는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은 CFC를 완벽하게 대신하는 대체품의 개발을 통해 10년내 CFC방출을 전면적으로 중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오존구멍을 막는 협약에 구멍이 나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