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의 계절 여름이 왔다. 더운 날씨 때문에 야외로 캠핑을 떠나는 일이 많은 덕분에 1년 중 별을 접할 기회가 가장 많은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여름은 아마추어 천체관측가들에게도 가슴 설레는 계절이다. 밤하늘에서 다양한 천체를 볼 수 있고 더욱이 그 화려한 모습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밤을 대표할 수 있는 거대한 산개성단을 만나보자.
프톨레마이오스도 감지한 M7
별들이 모여있는 무리인 산개성단은 은하수를 따라 분포하고 있어 은하수가 하늘 높이 걸리는 여름밤에 특히 훌륭한 관측대상이다. 산개성단의 경우 성운이나 은하와 달리 망원경으로 보면 하나하나의 별들로 구별되기 때문에 뿌옇거나 흐릿하지 않고 원래의 모습이 그대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또 사진에서 보는 모습보다 더욱 생동감 있게 보인다. 산개성단은 초보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대상인 셈이다.
지금부터 여름밤을 맞아 절대 놓칠 수 없는 산개성단 하나를 찾아보자. 은하수가 굽이굽이 흘러가는 남쪽 지평선 부근에는 성운과 성단이 많지만, 그 가운데 특히 흥미를 끄는 대상이 바로 M7이라는 산개성단이다. M7은 18세기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시에가 정한 성운·성단·은하 목록에 7번째로 수록돼 있는 천체다. 이 성단은 밤하늘에 널려 있는 산개성단 중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크고 화려해 항상 주목의 대상이 돼왔다. 게다가 이 산개성단은 부근에 또다른 대형 산개성단인 M6이 위치해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M7은 크고 밝은 만큼 오래 전부터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던 성단이다. 138년 그리스의 유명한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밤하늘을 관측하고 보통 별과 다른 대상으로 모두 7개의 성운형 천체를 지목했는데, 여기에 M7이 속해 있다. 당시 맨눈으로 이 천체를 쳐다본 프톨레마이오스에게 M7은 마치 구름처럼 보였음에 틀림없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위대한 천문학서인 ‘알마게스트’에 실려있던 M7은 17세기에 들어오면서 독일 천문학자 헤벨리우스의 목록에서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고 이후 메시에 목록에 편입되면서 주요 관측대상으로 떠올랐다.
M7은 지구에서 7백80광년 떨어져 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M7에는 8등급에서 11등급 정도의 별들이 3백여개 포함돼 있다. 성단의 전체 밝기는 3등급이고 겉보기지름은 보름달보다 약간 큰 50′ 가량 된다. M7 부근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산개성단 M6은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던 M7과는 달리 비교적 최근인 1764년에야 천체망원경을 통해 발견됐다. M6은 13′의 크기로 M7보다 규모가 작고 밝기도 4등급 정도로 어둡다.
오래 전 성운, 성단, 은하의 구분이 불명확하던 시기에 산개성단은 포함돼 있는 별들의 밀집도에 따라 분류됐다. 이런 분류는 18세기 천문학자들 사이에 유행했다. 대표적으로 독일계 영국 천문학자 허셸이 밤하늘에 보이는 천체를 밀집도에 따라 1-8까지 분류했는데, 이 분류에서 6-8로 구분된 대상이 바로 산개성단이다. 허셸은 산개성단을 밀집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한 셈이다. 6은 밀집된 성단, 8은 퍼져 있는 성단을 의미한다. M7은 허셸 분류 7에 속하며 산개성단으로서는 중간 정도로 밀집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허셸의 분류는 현대천문학에서 그리 의미가 없어졌으나, 천체망원경에서 관측되는 모습과 유사성이 있어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M7은 성단 내에 6등급보다 밝은 별이 3개, 9등급보다 밝은 별이 20개나 포함돼 있을 만큼 개개의 별들이 밝은 특징을 가진다. 이런 성단은 어떤 망원경에서든지 멋있게 보이므로 소형망원경을 가진 초보자들도 한번 기대를 갖고 살펴볼 만하다.
전갈 꼬리를 주목하라
M7은 오리온을 없애기 위해 아폴론이 보낸 전갈이 그 주인공이라고 알려져 있는 전갈자리에 위치해 있다. 그리스의 신 아폴론은 동생 아르테미스가 사냥꾼 오리온과 만나는 것을 몹시 싫어했는데, 급기야 오리온을 죽이려고 독을 가진 전갈을 풀어놓았다. 그때부터 전갈은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오리온의 뒤를 쫓아다녔다. 그 전갈이 바로 여름철 밤하늘에 떠오르는 전갈자리다. 전갈의 독을 무서워한 오리온은 전갈을 피해다녀야만 했다고 한다. 밤하늘에서도 신기하게 오리온은 전갈이 서쪽하늘로 진 다음에야 동쪽하늘에 떠오르고 전갈이 떠오르면 곧바로 서쪽지평선 아래로 져버린다.
여름밤 남쪽 지평선 위에 보이는 전갈자리는 꽤 밝은 별들이 S자 형상의 열로 늘어서 있는 뚜렷한 별자리다. 이 별자리의 끝부분에는 전갈의 꼬리에 달린 독침을 뜻하는 샤울라라는 별이 있다. 삼각형 모습을 한 전갈의 독침은 은하수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끝부분을 치켜들고 있어 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
M7은 구체적으로 전갈자리 어디쯤에 있을까. 전갈의 독침 샤울라 바로 위 약 4° 가량 떨어진 곳에 화려한 산개성단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M7이다. 그리고 M7의 약간 위에는 또다른 대형 산개성단 M6이 위치해 있다. 별자리의 전체 모양을 알고 있다면 전갈의 꼬리를 찾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므로 이 두 산개성단 또한 대단히 찾기 쉽다.
M7은 흥미롭게도 메시에 목록의 대상들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평선에서 대략 20° 가량 떠있다. 다른 대상에 비해 고도가 낮아 남쪽이 탁 트인 곳이 좋긴 하지만 너무 낮아 보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배경 잔별과 어울리는 또다른 성단 M6
프톨레마이오스처럼 M7을 맨눈으로 볼 수 있을까. 초보자들에게는 뿌연 은하수 속에 위치해 있는 이 거대 산개성단이 맨눈으로 보이는지, 보이지 않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던 산개성단인 만큼 맨눈으로도 존재가 확인된다. 이 성단은 맨눈으로 뿌연 구름처럼 보인다. 관측 경험이 없다고 해도 M7이 있는 위치의 은하수가 좀더 밝고 진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M7은 밝은 은하수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데다가 또 하나의 대형 산개성단과 어울려 있어 쌍안경으로 관측하기 좋다. 쌍안경을 M7로 향하면 시야의 양쪽 가장자리에 뭉쳐 있는 별무더기가 둘 보인다. 쌍안경에서는 전체적으로 별이 뭉쳐 있지만 잘 보면 주변으로 개개의 별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숙련된 관측가라면 퍼진 성단임을 느낄 수 있다. 두 성단 M7과 M6은 배경의 수많은 잔별들과 대조돼 더욱 빛나보인다. M6은 M7보다 작긴 하지만 M7과 마찬가지로 쌍안경에서 확연한 성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천체망원경에서는 성단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별들이 더욱 뚜렷이 보인다. 산개성단의 특징은 소형망원경이든, 대형망원경이든 보이는 모습에서 그리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형망원경으로도 꽤 만족할 만한 관측성과를 낼 수 있다. 산개성단 M7을 구성하는 주된 밝은 별은 30개 정도지만 상당히 밝은 편이어서 화려하게 느껴지고, 배경의 별들이 많아 성단의 주요 별들은 더욱 박진감 넘치게 보인다. 또한 옆에 위치한 산개성단 M6은 천체망원경에서 M7의 절반에 못미치는 크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M7과 마찬가지로 별들은 퍼져 있으며 밀집도는 비슷하다.
만일 M6이 M7처럼 크고 화려했다면 이 두 성단은 남천의 이중성단으로 이름을 날렸을지 모른다. M7이 M6과 어울리는 모습은 비록 북천의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름철 남쪽하늘을 대표하는 산개성단이다. 올여름 야외로 캠핑을 나가면 남쪽하늘 은하수에 묻혀있는 이 보석을 찾아보자.
이달의 밤하늘에 어떤 일이? 7월 새벽녘 가장 밝아지는 ‘이상한 별’
7월 새벽녘 고래자리가 떠오르면 옛날사람들이 이상한 별로 간주했던 미라를 볼 수 있다. 미라는 밝기가 변하는 별이다. 옛날사람들은 보였다가 보이지 않는 이 별을 무척 불길하게 생각했다. 미라는 3백31일의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데, 대략 11개월마다 눈에 띄게 밝아진다. 가장 밝을 때는 2등급에서 3등급에 이르며, 어두울 때는 10등급이나 되므로 너무 어두워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올여름 미라가 가장 밝아지는 때는 6월 말부터 7월 초의 기간이다. 지금의 고래자리 모습을 기억해뒀다가 초겨울 무렵의 고래자리 모습과 비교해본다면 별 하나가 얼마나 별자리의 느낌을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라를 바라볼 때는 그냥 단순히 볼 것이 아니라 현재 미라의 밝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는 작업이 중요하다. 미라는 주변의 별들과 비교해 밝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고래자리의 머리를 뜻하는 오각형 별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인 알파(α)별은 2등성이며, 그 다음 밝은 감마(γ)별은 4등성이다. 미라의 밝기가 이 별들 중 어느 별에 가까운지 재보는 일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