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은 지질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균이 자신의 몸 주위에 금용액을 모은 결과다.
강가에서 사금을 채취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금맥이 근처 어딘가에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으리라. 별로 돈이 안되는 사금을 채취하면서도 언젠가는 '노다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사금을 채취하다가 금광을 발견한다고 일생을 허비한 사람이 간혹 있다. 자연금이 함유돼 있는 모암이 풍화작용으로 패쇄돼 금의 작은 입자가 하상이나 해변 중에 집중적으로 퇴적된 것이 사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금 중 일부는 산에서 캐낸 금광액보다 순도가 높은 것도 많이 있다.
그런데 사금의 생성이 지질적인 요인이 아니라 생물에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 지올로지컬서베이사의 존 와터슨씨는 하천에서 발견되는 사금의 대부분은 세균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세균이 자기 몸의 주위에 순금의 박막을 형성한다는 것.
전자현미경으로 시금을 관찰하면 미크론 단위의 둥근 물체가 가느다란 막대로 연결된 렌즈상의 그물구조를 볼 수 있다. 이 구조가 바로 페도미크로븀(Pedomicrobium)이라는 세균이 만들어낸 주조물이라는 주장이다. "조사한 세균의 대부분은 이 구조를 갖는데, 한번 용해한 금이 세균의 표면에서 다시 응결한 것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옛날부터 사금은 바람과 물이 금광맥을 조금씩 갉아먹는 물리적 작용으로 형성됐다고 믿어졌지만 최근 들어 지질학자들은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 과정이 광물의 퇴적형성에 관계하고 있다는 주장을 간간이 제기한 바 있다.
이번 발견은 금의 용액이 토양세균에 꼼짝못한다는 와터슨의 날카로운 관찰이 민들어낸 결과. 금은 세균의 주위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고 이 때문에 양분을 섭취하는 세포벽의 조그만 구멍이 금의 박막으로 둘러 싸인다.
이 관찰로부터 와터슨은 자연의 토양중에는 금을 몸 주위에 모으는 세균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알라스카의 릴리안 크리크에서 나오는 사금을 보았을 때 와터슨은 대량의 페도미크로븀이 만들어낸 금의 주물을 알아차렸다.
페도미크로븀은 발아라는 특이한 증식방법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세균보다 금을 모으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새로운 세포는 짧은 자루로 모(母)세포와 결합된 채로 성장하기 때문에 모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금의 구각으로부터 탈출하여 급속히 성장한다. 금의 입자가 눈에 보일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성장하는 이유도 발아 증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페도미크로븀은 절대로 뿔뿔히 흩어지지 않은채 하나로 뭉쳐져 있는 것이다.
바스 대학의 스티븐 맨 교수에 따르면 많은 세균은 주위에 광물껍질을 형성한다고 한다. 페도미크로븀은 금 이외에도 용해광물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수력발전소 주위나 파이프 속에서 철과 망간산화물을 모은다고 한다.
세균이 금을 집적하는 특성은 세포벽의 분자가 금의 복합물을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망간은 세포 내부의 생화학적 과정에서 생기는 전자의 수용체 역할을 함으로써 금이 침전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페도미크로븀을 황금을 만드는 생물체로 변화시키는 세포벽단백질이 있다면 이 유전자를 증식시켜 다른 세포에 이식, 공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맨 교수는 말한다. 실제로 많은 광업회사는 세균을 이용해 저품질의 광물로부터 금속을 추출하고 있다.
황금을 만드는 세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이야기다. 이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려면 우선 사금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