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 즉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고 확인하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사물을 인식할 때 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눈에 보이는 사물들이 실제와 같은 것일까?
사람의 눈은 잘 발달돼 있어서 물건의 색, 모양, 크기, 거리를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도깨비 도로에서처럼 눈이 착각을 일으켜 사물이 엉뚱하게 보일 때가 있다. 물체가 주위의 영향을 받아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착시’(optical illusion)라고 한다. 시각으로 나타나는 착각의 일종인 착시는 ‘시각적 착각’이라고도 불리며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많은 착시현상을 접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믿고 보이는 것이 진짜라고 생각하지만, 눈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사실이다.
도깨비 도로는 배경이 만드는 착시현상
제주도에 도깨비 도로라는 곳이 있다. 여기서 눈이 얼마나 불완전한 인식을 하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도깨비 도로는 눈으로 볼 때 분명히 오르막길인데, 실제로 측량해보면 7-10cm 정도의 경사가 있는 내리막길이다. 도로 주변의 나무들이 배경과 어우러져 눈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해 왔으며 가장 잘 알려진 착시현상 중 하나가 이와 같은 ‘비교착시’다. 수직으로 나란한 여러개 줄에 빗금을 각각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그으면 갑자기 줄들이 나란하지 않게 보인다. 동일한 크기의 물체라 할지라도 큰 물체 옆에 있으면 작은 물체 옆에 있을 때보다 더 작아보이는 현상도 이에 해당된다. 즉 도형의 방향·각도·크기·길이 때문에 눈이 착각하는 것이다.
밝기나 빛깔의 대비에 의한 착시현상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밤에 자동차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릴 때 운전자는 중앙선에 서있는 사람이 자동차의 불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칠판의 글씨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반사돼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이때는 칠판에 더 강한 빛을 비추면 글씨가 잘 보인다.
연속적인 움직임에 의한 착시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은 정지된 여러개 영상을 빠른 속도로 잇따라 재생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밝은 물체를 보고 난 후에는 잠깐 동안 그 모양이 망막에 잔상으로 남는데, 이를 잔상효과라고 한다. 잠깐 전에 봤던 영상의 잔상이 계속 이어져 연속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일정 시간 동안 재생하는 영상의 수가 많을수록, 재생 속도가 빠를수록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들은 실제처럼 더 자연스럽게 보인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도 이같은 잔상효과를 이용한다.
지평선의 달이 더 커보인다
착시현상에는 뇌도 한몫을 한다. 대상의 형태나 크기에 대한 정보는 눈의 망막을 통해 시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돼 인식할 수 있다. 이때 필연적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 즉 대상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개인의 사고과정과 심리상태에 따라 착시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지평선에 가까운 달이 중천에 뜬 달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가지 가설 중 하나가 바로 착시현상이다. 어떤 물체의 크기는 그 물체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짐작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겉보기 크기를 원래보다 큰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데, 이를 ‘거리착시’라고 한다. 지평선에 떠오른 달은 지평선의 어떤 사물보다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달의 크기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더 크게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의 욕구도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배가고플 때 다른 그림을 음식 그림으로 잘못 보는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또 사막에서 있지도 않은 오아시스가 보이는 현상을 같은 이치로 설명하기도 한다.감각기관인 눈과 심리적 요인이 결합돼 일어난오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