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개발하여 독점하고 있는 고강도섬유보다 한발 앞선 초고강도 첨단신소재가 우리나라 연구팀의 노력으로 개발되어 실용화될 날을 기다린다.
"고분자 알로이 섬유를 개발한 것은 70년대말부터 여러 연구원이 이 분야에 관련된 연구를 거듭해 오던 것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지은 것이라는 점에서 여러명의 우리 연구진의 오랜동안에 걸친 연구의 종합성과라는 큰 뜻이 있읍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섬유고분자연구실 윤한식실장(공학박사)은 한국에서 세계적인 첨단신소재인 초고강도 초탄성률의 고분자 알로이섬유(polymer alloy fiber)를 개발하여 미국의 물질특허를 획득한데 대한 설명을 이렇게 요약했다.
한국 연구진의 세계적 개가
한국과학기술원 섬유고분자연구실 연구팀은 지난 79년부터 미국 듀퐁사의 케블라(Kevlar)와 같은 섬유를 개발하기 위한 종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 참여했던 연구진은 이화석박사, 오태진박사와 윤한석실장이었다. 이 연구진이 고분자섬유에 대해 광범위하게 쌓아 놓은 연구 성과를 80년대에 들어와 손태원박사(KAIST 섬유고분자 연구실 선임연구원)등 새로 짜인 연구진이 어어받아 정리하여 마무리지었다. 이 성과가 고분자 알로이섬유개발로 나타난 것이다. 이 때 직접 참여한 연구진은 윤실장을 비롯 손태원, 이철주, 민병길 연구원등 4명이다.
이 연구결과는 처음 지난 84년 서울 대학교에 제출된 손태원 선임연구원의 공학박사 학위논문(강직쇄 및 준강직쇄의 고분자 메조젠으로 구성된 폴리블랜드 섬유의 제조와 그 특성에 대한 연구)으로 발표되었다.
알로이 섬유의 특징
기존의 섬유는 한가지 고분자물로 구성되어 있으나 알로이 섬유는 두가지 이상의 고분자물이 혼합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를 고분자물이 아닌 금속으로 비유하면 두가지 이상의 금속을 혼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물질인 합금(alloy)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원리로 고분자 알로이 섬유를 만드는 것이다. 이 알로이 섬유는 특별히 강도와 탄성률에 초점을 맞추어 개발되었다.
강도는 25g/den이며 탄성률은 1,000g/den 이상이다. g/den 한 단위는 섬유의 기계적 성질을 표시하는 단위다. 즉 1데니어(denier) 굵기의 섬유에 매달릴 수 있는 무게(g)를 나타낸다. 1den란 길이 9천m되는 섬유의 무게가 1g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는 섬유랑 뜻으로 섬유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개발의 주역 손박사는 "단일성분이 아닌 복합성분으로 섬유를 만든것은 세계에서 최초이며 두 개의 폴리머를 혼합하면 탄성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오히려 강도와 탄성이 좋았다" 고 밝혔다.
이 섬유는 비행기 내장재와 방탄복 방탄모등 군사용과 골프채 테니스라켓 등 각종 스포츠용품용으로 널리 쓰일 수 있다.
미국의 듀퐁사는 1975년 세계에서 최초로 고강도섬유 케블라를 개발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듀퐁사는 80년에 공업화에도 성공했고, 82년에는 연산 2만 2천 t으로 세계 시장을 완전 독점해 버렸다.
그러나 84년에 들어와 네덜란드의 아크조(AKZO)사가 고강도섬유생산계획을 발표하여 듀퐁에 도전했다. 이 두 회사는 특허침해를 둘러싸고 전부터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크조사는 86년에 연산 5천t규모의 공장을 가동하면서 트와론(Twaron)이라 명명한 제품을 시험 생산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어 일본의 데이진사도 HM-50이라는 이름의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고강도섬유 생산 경쟁은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불붙고 있다.
세계에 도전한 KAIST 연구팀의 성과
KAIST 섬유고분자연구실은 79년에 고강도 섬유개발에 착수, 81년에 듀퐁사의 것과 비슷하나 새로운 아라미드섬유를 개발하고 이어 82년에는 아라미드 펄프를 개발했다.
아라미드 섬유란 방향족(芳香族) 폴리아미드라는 단일 고분자물로 구성된 장섬유인데 용도는 알로이와 마찬가지로 방탄복, 스포츠용품등이다. 그리고 아라미드 펄프는 단 섬유로 용도는 섬유와는 달리 브레이크, 크러치, 가스켓 등 석면대체용으로 많이 쓰인다.
아라미드펄프는 그 제조공정뿐만 아니라 섬유구조에 있어서 세계 최초의 발명이다. 즉 제조공정에 있어서 기존 섬유는 누에가 비단실을 뽑는 원리(일반적으로 방사라 한다)를 모방한 것이나 아라미드 펄프는 목화 삼베등이 자라는 원리를 모방한 것이다. 이런 공정이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세계 최초의 성과이며 섬유의 구조면에서도 일반 합성섬유와는 다른 격자형태의 구조를 보이는 것이다.
이 두가지 섬유와 펄프도 미국에 특허를 출원하여 85년 4월 16일자로 미국 특허 제 4,511,623호로 등록을 끝냈다.
이런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축적을 바탕으로 한 발 더 앞서 두가지 고분자물이 혼합되어 이루어지는 우수한 알로이 섬유를 개발한 것이다.
이 알로이 섬유는 1986년 11월 11일 미국 특허 4,622,265로 등록되었다.
공업화 과제가 남아
연구개발의 성과 뒤에 따르는 문제가 공업화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먼저 앞서 개발한 아라미드 펄프의 공업화를 위해 KAIST 공정개발 연구실 백건유실장팀이 연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팀은 아라미드펄프의 공업화가 성공되면 알로이섬유의 실용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로 개발성과의 공업화 실용화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 세계 시장을 우리나라가 휩쓸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서울대공대섬유공학과와 박사과정을 똑같이 밟아 학위를 받은위 섬유개발분야에서만 일념으로 일해온 윤한식박사(57)와 손태원박사(35)는 이렇게 간절히 염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