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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출된 이산화탄소 격리수용 시킨다

1천년 간 바다 밑 감옥에 저장

21세기에는 에너지 사용의 증가로 인한 지속적인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의 생산과 사용, 그리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철저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1997년 연간 7.4GTC(기가탄소톤)에 달했던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2100년에는 연간 26GTC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확실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공통적으로 매우 심각할 수준의 온난화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이런 지구 온난화 가스의 배출을 절반 이상 수준으로 감소시키고자 다소 일반적이고 추상적이라 할 수 있는 두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첫번째는 에너지의 무의미한 소모를 줄이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두번째는 재활용 에너지나 원자력, 또는 탄소를 적게 함유하는 천연가스 등의 대체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두 방안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범세계적으로 풀어나가야 될 과제다.
그러나 지구 전체 온난화 가스의 균형을 맞추고 안정화를 이루는데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에너지를 절감한다거나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의 개발만으로는 대기권에 존재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줄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온난화 문제를 극복할 확실하고 구체적인 타개책으로 이산화탄소를 격리해 대규모로 저장시키는 기술(carbon sequestration)이 적극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고, 여러 선진국에서 중장기적 로드맵을 만들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기술은 전체 에너지계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완전히 격리시켜 저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단기간에 탄소 사이클(carbon cycle system)의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폐유전처럼 지하의 넓은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무한한 용량의 천연저장고

자연의 이산화탄소 순환계는 장기적으로는 평형상태에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우 유동적이다.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자연 작용(natural process)이 가속되면 그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분리·저장시킬 수 있는 작용 또한 가속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를 통해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면서 분리·저장하는 자연의 메커니즘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대기중 이산화탄소는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격리하고 저장시킬 수 있는 기초 및 응용 단계의 연구가 국가주도체제로 매우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이산화탄소의 격리·저장 기술의 발달은 유해가스 배출을 상당히 줄이게 될 것”이라며 이 분야에 거는 큰 기대를 표현한 바 있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온실가스 연구·개발 프로그램’(Greenhouse Gas R&D Pro-gramme)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잠재적 처리장소로 지중과 해양을 모두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하공간이나 해저는 둘다 잠재적으로 무한한 저장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저장과정이 순수 자연현상처럼 이뤄지므로 친환경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그림 1)..

특히 해양 격리 저장이 IEA의 경제성 및 기술성에 대한 예비 검토 결과, 가장 현실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많은 연구투자가 이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중 저장의 경우에는 주변의 환경과 생태계에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피해가 예상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 폐가스전이나 폐유전이 존재하지 않아 지질학적으로 마땅한 지중 저장 장소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주변 해양이나 해저환경을 이용하는 쪽이 훨씬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1) 이산화탄소 저장 방법^배출원에서 회수기술을 통해 모은 이산화탄소는 땅속이나 심해로 격리시킬 수 있다. 땅속에 저장할 경우는 폐유전이나 폐석탄층, 대수층을 이용한다. 해양의 경우 온도가 낮고 압력이 높은 심해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면 오랜 기간 동안 격리시킬 수 있다.


자연의 흡수작용 속도 높여

이산화탄소를 지중에 저장할 경우 폐유전이나 폐석탄층을 이용하거나, 대수층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폐유전이나 폐석탄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경우에 오랜 기간 동안 대기와의 접촉이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 노스다코다의 한 천연가스 공장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매일 5천t씩 파이프라인을 통해 3백20km 떨어진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의 한 유전으로 옮겨 지하 1.6km 깊이의 폐유정에 저장하는 실험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지중 저장의 경우 만약 외부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해양을 대상으로 격리 저장하는 기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해양 저장의 구상은 발전소나 공장의 배출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채집해 전용선으로 바다로 옮긴 다음 파이프를 통해 깊은 바다밑으로 이송하는 개념이다. 다양한 종류의 배출원으로부터 나온 이산화탄소는 일반적으로 흡수법, 흡착법, 막분리, 또는 하이브리드형의 회수기술을 사용하면 대량으로 모을 수 있다.

해양은 육지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자연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용해에 의한 물리적 용해 펌프(solubility pump)와 바다 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에 의한 생물학적 흡수 펌프(biological pump)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두가지 메커니즘이다. 이 두 메커니즘으로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속도는 연간 약 2GTC 정도다. 그러나 산림의 황폐화와 화석연료 사용의 급증으로 늘어나는 이산화탄소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기로부터 해양으로 이산화탄소가 흡수되는 속도와 마찬가지로 심해로 흡수된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속도 또한 매우 느리다. 다시 말해 지면에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약 8년 정도 지난 후에 다시 대기로 방출되는데 반면, 심해로 흡수된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중으로 방출되기까지는 1천년이라는 긴 기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심해 조건에서는 해수의 온도가 낮고 압력은 상당히 높아 이산화탄소의 용해력이 좋고 안정적으로 분산돼 지상으로 되돌아갈 확률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천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저장해주는 자연 작용으로부터 해양 격리의 개념이 출발했다. 즉 이산화탄소를 심해에 직접 주입해줌으로써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흡수되는 자연 작용의 속도를 증가시켜주는 것이 해양 저장의 핵심인 것이다.

심해 골짜기 덮개로 마무리


(그림2) 이산화탄소 하이드레이트^심해와 같은 저온고압 상태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주변 물분자들이 수소결합을 해 격자모양을 형성한다.


심해수에 이산화탄소를 투입하면 작은 이산화탄소 입자들이 떠오르지만, 떠오르는 거리가 길어지면서 차츰 바닷물속에 녹게 된다. 즉 바닷물 속에 투입된 이산화탄소는 부상거리 90-1백20m 이내에서 모두 용해된다. 이런 이산화탄소의 깊은 바닷물 속 저장은 농축된 이산화탄소 액체를 변온층, 즉 수심 1천m 이상의 심해에 주입하는 것을 기본 방법으로 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이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하나의 방법을 살펴보자. 이산화탄소는 해저에 주입되는 저온·고압상태에서 해수와 반응해 얼음형태의 하이드레이트라는 고체 물질로 바뀐다(그림 2). 수심 1천m 이상의 심해는 1℃ 전후의 저온과 1백기압 이상의 고압 상태가 유지된다.

이런 조건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저분자량의 가스가 용해되는 경우 주변의 물분자들이 수소결합을 통해 격자모양을 형성한다. 이 격자구조 내로 이산화탄소 분자가 포획되면서 안정한 고체 결정체를 이루게 된다. 이 결정체를 ‘이산화탄소 하이드레이트’라고 부르는데, 외관상 얼음과 비슷하지만 결정구조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산화탄소 하이드레이트는 해양 저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수심 3천m 이하의 깊이에 주입된 액상의 이산화탄소는 밀도가 해수보다 낮기 때문에 부력에 의해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 이때 하이드레이트가 이산화탄소 액체 표면에 생성되면 그 밀도가 해수보다 커져 해저 퇴적층까지 가라앉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해저 골짜기에 액체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이렇게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주변으로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그 위에 이산화탄소 하이드레이트 덮개를 만들어준다. 쉽게 생각해 추운 겨울날 한강이 상당한 두께로 얼게 되고 그 밑으로는 얼지 않은 물이 존재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이산화탄소 하이드레이트가 한강 표면의 얼음에, 액체 이산화탄소는 얼음 표면 밑의 물에 해당된다. 이런 현상을 이용함으로써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해저 골짜기에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천연가스 뽑는데도 유리해

또하나의 가능한 방법은 깊은 바다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이다.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층은 다량의 메탄 가스를 지니고 있는 심해저의 퇴적층을 지칭하며, 차세대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전세계가 주목하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 매장량은 세계적으로 1천6백50조m³로 추정될 정도로 막대한 양이며, 이는 석탄과 석유 매장량의 두배가 넘는다. 이런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 퇴적층에 지상에서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채우고 대신 해저 천연가스를 빼내 지상에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과정을 동시에 수행해 이산화탄소 저장과 천연가스 개발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더욱이 퇴적층에서 천연가스 개발을 통해 뽑아 사용하면 해저 지층이 붕괴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층으로의 이산화탄소 저장은 새로운 이산화탄소 하이드레이트 생성을 통해 붕괴를 방지하는 지질학적 생태환경적 이점을 지니는 것이다. 물론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심해에 저장하는 경우에는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평가와 국가 간 폐기장소 협의 등 갈등 요소들을 심도있게 검토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사업에 속하는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기술 개발사업단에서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심해수, 심해저 퇴적층에 저장할 수 있는 기초기반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미국, 캐나다, 일본 등과의 공동 연구 개발을 통해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장 실험에는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므로 여러 국가가 연합해 함께 가는 윈윈 전략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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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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