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한스 쉘러 박사팀은 쥐의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난자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5월 23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줄기세포와 생식의학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난자 대량생산 길 열어
줄기세포(stem cell)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나 조직의 근간이 되는 세포다. 이론적으로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한 만능세포다. 더욱이 실험실에서 무한대로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상된 장기나 조직을 재생하는데 활용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뇌세포와 간세포는 각각 치매환자와 간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생명과학과 의학분야에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간, 심장 등 여러 신체 장기를 이루는 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장기를 이루는 세포들은 염색체를 두 세트(2n)씩 갖는 체세포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정자나 난자 같은 생식세포의 경우는 염색체의 절반(n)만 갖고 있다. 지금까지 생식세포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배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돼 왔다.
쉘러 박사팀은 쥐의 초기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난자가 될 세포로 변하면 형광을 내는 유전자를 삽입했다. 그리고 시험관에서 배양조건을 조절해 난자로 성장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에는 정상적인 난자를 둘러싸는 조직인 난포와 같은 물질이 생겨났다. 이 난포에서 난자의 초기단계인 난모세포가 만들어졌고, 이 세포는 염색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감수분열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난자는 단성생식을 통해 원시형태의 배아로까지 성장했다.
줄기세포를 난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인체에 존재하지 않는 화학물질이나 성장촉진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줄기세포를 얻는 소스인 배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난자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연구는 배아생산용 난자를 대량 생산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줄기세포를 얻는데는 인간에서 추출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인간배아나 이를 복제한 것을 사용했기 때문에 윤리적인 비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불임치료에 적용될 가능성도
이번 연구는 줄기세포로 난자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에서 보여준 초기적인 수준의 연구다. 성체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이용해도 이와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폐경기가 지난 여성에게서도 줄기세포를 추출해 난자를 만들 수 있다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이렇게 만든 난자를 정자와 수정시킨 후 대리모에게 이식하면 폐경기 여성도 생물학적으로 연관된 자식을 만들 수 있다. 생물의 노화시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불임부부에게 이와 같은 방법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난자와 마찬가지로 정자 또한 줄기세포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자나 난자에 문제가 있어 임신이 불가능한 경우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간복제를 추진하는 몇몇 과학자들은 불임부부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을 중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데 인간을 복제하는데 사용되는 체세포복제기술은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수정란을 만든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자연적인 임신과 마찬가지로 정자와 난자를 만나게 해 수정란을 만들 수 있다. 인간복제가 불임의 마지막 대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셈이다.
그러나 줄기세포를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을 인간에 적용하는데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번실험을 진행한 쉘러 박사조차도“줄기세포로 만든난자가 모든 기능을 갖고 있고 정상적으로 수정될 수있는지는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다”며“이 기술이 인간의 불임치료에는 적용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