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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미술시간이었다. 당시 색종이를 오려붙여 교실 벽면을 꾸미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색종이를 단숨에 지그재그 모양으로 자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자르기 위해서는 꽤나 섬세한 가위질이 필요한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친구 녀석의 손놀림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친구의 비밀은 ‘핑킹가위’라 불리는, 날이 지그재그 모양으로 된 가위에 있었다.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효소 역시 핑킹가위와 매우 유사하다. 효소란 다양한 화학반응의 반응속도를 높여주는 단백질을 말하는데, 산업적으로 유용한 화학반응의 촉매로 이용되기 때문에 그 효용가치가 높다. 특히 대부분의 산업적 화학반응은 일반 가위를 갖고 지그재그 모양으로 자르듯 여러 단계를 거쳐 생성물을 얻어내는데, 효소를 이용할 경우 핑킹가위로 단번에 지그재그 모양으로 자르듯이 반응 단계를 줄여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핑킹가위, 즉 효소를 개량해 그 활용 가격을 낮춘다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필자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것은 바이오 디젤 생산에 이용되는 리파아제라는 효소의 열 안정성을 높이는 일이다. 본래 효소는 고온에서 활성을 잃어버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효소의 열 안정성을 높여 준다면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기 위한 고온공정에 효소를 이용해 전체 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효소의 구조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열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우리 연구실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구조 분석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효소 열 안정화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 생산뿐 아니라 바이오 에탄올 및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그리고 폐수 처리에 이르기까지 효소의 이용 가능성은 무한하다. 특히 범지구적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적 공정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효소를 이용한 생물학적 공정이다.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졸업 후 필자가 하고 싶은 일은 기존 화학 공정에 효소를 이용한 공정을 추가하거나 대체해 최적화된 공정을 만드는 일이다. 장차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효소를 이용한 효율적인 바이오 에너지 생산 공정을 설계하는 것을 연구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하며 필자는 우리 연구실만의 특별한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방대한 분량의 실험 결과보다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인지 소소한 대화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오늘도 스쳐 지나가는 대화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웃음을 머금은 밝은 마음으로 실험을 하는 일상이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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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연홍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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