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 안녕하세요. 기계항공공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민지입니다. 저는 기계 쪽 수업을 많이 들어서인지 항공 분야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 궁금했어요. 저희 학부가 어떤 공부를 하는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현진: 학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계항공공학부는 크게 기계를 다루는 기계공학과와 항공을 다루는 우주항공공학과로 나눠져 있습니다. 두 분야가 많이 다를 것 같지만, 움직이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시작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이민지: 여기서 시스템이라고 하는 건 정확하게 어떤 걸 의미하나요?
김현진: 하나의 완성품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죠? 자동차는 1500개에서 많으면 3000개의 부품이 들어가요. 비행기, 로켓은 이보다 더 많이 들어갑니다. 이런 부품에 대한 연구부터 기계가 움직일 때 영향을 주는 공기나 물의 흐름까지, 기계에 대한 전반적인 분야를 시스템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민지: 저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하나의 기계에 들어가는 기술이나 개념이 워낙 많아서 할 게 정말 많다는 느낌을 받아요.
기계의 시작은 4대 역학부터
김현진: 아무래도 넓게 공부하는 과이기는 합니다. 일단 학생들이 입학하면 4대 역학부터 차근차근 배우죠.
이민지: 4대 역학이 유체역학(공기역학), 구조역학(고체역학), 열역학(추진역학), 동역학이죠?
김현진: 네, 맞습니다. 1학년 때 공부를 열심히 한 모양이네요(웃음). 먼저 구조역학은 말 그대로 구조를 공부하는 학문이에요. 자동차나 비행기가 튼튼하면서도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죠.
이민지: 좋은 부품을 쓰면 당연히 튼튼해지는 것 아닌가요.
김현진: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좋은 부품은 무겁습니다. 비행기가 무거워질수록 비행기를 띄우는 데에 필요한 연료는 더 많이 들겠죠? 연료 효율이 안 좋아지는 겁니다. 그래서 적당한 강도와 무게를 갖는 부품을 이용해 구조적으로 안정한 비행기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민지: 저는 개인적으로 동역학에 관심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네 가지 학문 중에 동역학이 제일 익숙하기도 하고,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워서요.
김현진: 기계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건 기계공학의 가장 큰 매력이죠. 저도 그 매력에 빠져 기계공학을 선택하게 된 거고요.
이민지: 4대 역학은 모두 공부해야겠지요?
김현진: 그렇죠. 하나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정밀한 기계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드론만 해도, 움직임을 운동방정식으로 표현하는 건 동역학이지만, 추력이 얼마이고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연료가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하는 건 유체역학입니다.
기계에 지능을 부여한 ‘지능제어시스템’
이민지: 아까 교수님 연구실에서 여러 대의 드론을 보고 감탄했는데요. 교수님은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요.
김현진: 저는 지능제어시스템 연구를 하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대상이 움직이도록 하는 걸 제어라고 하죠.
이민지: 지능제어는 제어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현진: 예를 들면, 농사지을 때 평평한 땅을 만들기 위해서 굴삭기가 땅을 고르는 작업을 하죠? 현재 무인 굴삭기는 개발이 돼있어요. 이 굴삭기는 울퉁불퉁한 땅이든 자갈이 많은 땅이든 동일하게 움직여요. 그렇게 제어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아요. 땅의 상태에 따라 어떤 곳은 깊게 파고, 어떤 곳은 장애물을 치우고 파기도 하고. 이런 사람의 경험이나 지능을 기계에 입혀주는 게 지능제어입니다.
이민지: 굴삭기 외에 또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요?
김현진: 2001년 올림픽대교에 봉화 조형물을 설치하다가 군용 헬리콥터가 추락한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조종사 세 분이 모두 현장에서 순직하셨죠. 만약 드론이 헬리콥터를 대신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민지: 확실히 인명피해가 줄어들겠네요.
김현진: 그렇죠. 그래서 최근엔 이런 위험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어요. 연구 중인 드론 밑에 로봇 팔과 카메라가 달려 있어 물체를 세밀하게 옮길 수 있습니다. 아직 연구 중인데 꽤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뿌듯하네요.
이민지 산업체나 기업과 함께 진행하고 계신 연구도 있나요?
김현진: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게 생체모방연구를 하고 있어요. 새를 보면 가만히 떠있을 때도 날개를 움직여요. 펄럭이기도 하고 날개 끝단을 움직이기도 하고. 공기의 흐름을 읽는 겁니다. 비행체도 이런 새의 움직임을 적용시킨다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민지: 마지막으로 입시를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기계항공공학부 자랑 한 마디만 해주세요.
김현진: 기계항공공학부는 모든 공학의 기본입니다. 공학 분야에서 어느 진로를 선택하든 기계적인 요소를 모르고 일을 할 순 없거든요. 그만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과죠. 기계를 좋아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적성은 공대인데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도 환영입니다. 우리 과를 졸업하면 어떤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