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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 세상 다스리는 구강청정제 허와 실

술 마시지 않아도 음주단속 걸릴 수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샐러리맨은 어제 마신 술냄새가 가시지 않은 것 같아 구강청정제로 양치를 한다. 점심식사 후 이를 닦을 여유도 없어서 휴대하고 있던 구강청정제로 입 안을 헹군 다음 회의에 참석한다. 일과가 끝난 후, 입냄새 때문에 구강청정제로 양치를 하고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회사를 나선다.

바삐 움직여야 하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제품 중 하나가 바로 구강청정제다. 이를 닦을 시간조차 부족할 때 간단하게 양치질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가방이나 옷 주머니에 휴대할 수 있어 편하다. 충치나 잇몸병까지도 예방한다는 광고를 보면 간편한 가글만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특유의 향 덕분에 기분이 상쾌해질 뿐만 아니라 입냄새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그래서 직장인의 기본적인 에티켓으로 생각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구강청정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입냄새가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구강청정제 허와 실


일시적으로 입냄새 없애는 효과


구강청정제가 음식물 섭취로 인한 입냄새를 없앨 수 있지 만 일시적이다.


마늘, 양파, 겨자와 같이 향이 강한 음식을 섭취하면 식사 후 입냄새가 난다. 경우에 따라 다이어트 중일 때도 입냄새가 날 수 있다.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몸 속의 지방이나 단백질이 분해돼 그 산물이 허파를 통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편도선에 염증이 있거나 당뇨병, 신장 질환이 있을 경우에도 입냄새가 나타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구강질환이 입냄새의 대표적인 주범이다.

구강청정제는 음식물 성분으로 인한 일시적인 입냄새를 막는데 효과가 있다. 멘톨이나 페퍼민트와 같은 향료 성분이 입냄새를 가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멋진 키스신을 연출한 세계적인 여배우 비비안 리는 상대역인 클라크 케이블의 입냄새 때문에 불평을 했다고 한다. 당시에 구강청정제가 있었다면 좀더 멋진 장면을 촬영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입냄새는 음식물뿐만 아니라 치태, 치석, 그리고 세균 때문에 발생하는 구강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때 구강청정제는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입안은 습도가 높고 체온이 안정되게 유지되는 곳이기 때문에 음식물이 썩기 쉬우며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음식물이 치아 사이에 남아 썩으면 잇몸에 염증이 나타나거나 충치가 생겨 불쾌한 입냄새를 유발하는 것이다.

음식물 찌꺼기와 이를 섭취하는 세균, 그리고 침이 치아의 표면에 붙어 쌓인 덩어리가 치태로 흔히 ‘플라그’라고 불린다. 플라그 1mg 속에는 자그마치 2억개 이상의 유해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 플라그 안의 세균은 자신이 갖고 있는 효소로 음식물 찌꺼기 속의 당분과 탄수화물을 분해해 산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충치라고 알려져 있는 ‘치아우식증’은 이렇게 만들어진 산 때문에 치아 표면이 녹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신경조직까지 손상되면 통증이 생기고 입냄새가 심해진다.

플라그에 침이나 혈액 속의 칼슘이 들어가 굳어 석회화되면 치석, 즉 ‘스케일’이 된다. 흔히 구강 건강을 위해 주기적으로 받는 스케일링 치료는 이렇게 생긴 치석을 기계적으로 제거해주는 것이다. 잇몸병 또는 풍치라고 불리는 여러가지 치주질환도 플라그와 치석 때문에 일어나며 역시 심한 입냄새를 유발한다.

세균을 무력화시키는 성분도 있다


입냄새의 근본 원인인 구강 질환 은 칫솔로 양치함으로써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구강청정제에는 입냄새의 근본적 원인인 세균을 무력화시키는 성분이 함유돼 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과 편의점에서 처방전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있는데, 각각의 구강청정제마다 포함하고 있는 성분의 종류가 다르다.

치과에서 치아를 뽑는 것과 같은 구강 수술이나 잇몸 치료 후 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강청정제를 처방한다. 입 안에는 바르는 연고제나 붙이는 패치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구강청정제로 양친 소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병원에서 처방되는 구강청정제의 대표적인 살균·소독 성분 중 하나가 클로로헥시딘이다. 이 성분은 세균의 세포막을 손상시킴으로써 살균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클로로헥시딘이 다른 성분보다 입 안에 오래 남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성분이 첨가된 구강청정제를 사용했을 때는 혀가 순간적으로 아릴 수 있다. 또 클로로헥시딘 자체가 색깔이 있는 성분이기 때문에 치아의 색이 약간 변하는 일시적인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클로로헥시딘과 비슷하게 살균 효과를 나타내면서 이런 부작용이 적은 염화세틸피리디늄이 주성분인 제품도 있다.

한편 목과 혀에는 치아나 잇몸에 존재하는 종류와 다른 세균들이 증식한다. 구강청정제로 양치하면 자연스럽게 목이나 혀에도 살균·소독 성분이 작용할 수 있다. 한미약품연구소 최용석 개발팀장은 “구강 수술 후뿐만 아니라 초기 감기 증상이 나타날 때 목 부분을 소독할 목적으로 염화벤제토늄 성분이 함유된 구강청정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구강청정제의 성분 중에도 세균을 없애거나 그 활동을 약화시켜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있다. 주로 불화나트륨 형태로 구강청정제에 함유돼 있는 불소는 세균이 음식물을 분해하는데 사용하는 효소의 작용을 막는다. 또한 치아를 직접 덮어 세균이 만든 산으로부터 보호하기도 한다.

칫솔 양치 보조 기능

설탕처럼 단맛을 내는 성분인 자일리톨도 구강청정제에서 충치를 예방하는데 한몫을 한다. 세균은 설탕과 비슷한 구조를 갖는 자일리톨을 설탕으로 착각하고 분해한다. 그래서 자일리톨을 분해해 산을 만들려고 하다가 에너지만 소모하고 증식을 하지 못한다. 이 외에도 유칼립톨, 치몰, 살리실산메틸, C31G와 같은 성분도 세균의 활동을 방해하고 충치나 잇몸병을 예방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살균·소독 성분이 함유돼 있다고 해서 잇몸의 염증이나 충치 때문에 발생하는 입냄새를 없애기는 어렵다. 즉 구강청정체를 사용해 일시적으로 입냄새를 가려줄 수는 있겠지만 충치를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다. 국군원주병원 김성태 치주과장은 “입냄새를 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사용하는 구강청정제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하면서 입냄새가 계속될 경우 우선적으로 치과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연세대 치대 구강생물학교실 유윤정 교수는 “입냄새와 통증의 원인인 충치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칫솔로 이를 닦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구강청정제의 살균 성분은 치아 사이에 칫솔질 후에도 세균이 남아 있을 때 이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즉 칫솔의 보조 역할이 가장 적합하다.

과다 사용하면 곰팡이 증식 우려

그러나 구강청정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입 안을 소독한다면서 클로로헥시딘 성분이 함유된 구강청정제를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했던 환자가 입 안이 헐고 피가 나는 증상을 호소하며 치과에 내원한 적이 있었다. 이 환자의 병명은 ‘진균증’.

건강한 사람의 입 안에도 적당한 수의 진균(곰팡이)은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진균이 지나치게 많이 번식하면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연세대 치대 구강내과학교실 최종훈 교수는 “살균·소독 성분이 함유된 구강청정제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하면 구강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세균들도 모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강조한다.

구강청정제의 살균·소독 성분 중 알코올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음주단속 직전 구강청정제로 가글한 후 음주측정기를 불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증가해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어도 단속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8년 대검찰청 형사부는, 네가지 종류의 구강청정제품으로 업무중인 직원들에게 각각 양치하게 한 후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했다. 그러자 면허정지 이상의 처벌에 해당되는 수치를 보인 사례가 발견됐다. 물론 모든 구강청정제품이 음주단속에 걸릴 위험을 갖는 것은 아니다.

동아제약 이우형 제품매니저는 “살균 효과를 높이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내 제품에는 5-15% 정도의 알코올을 첨가한다”고 설명한다. 구강청정제 시장이 가장 큰 미국 제품 중에는 알코올 함유량이 21-27%인 것도 있다고 한다.

알코올 함량이 20%가 넘는다면 소주와 비슷한 정도의 알코올이 함유돼 있는 것이다. 소주로 입을 한번 헹구고 경찰의 음주단속에 응한다고 생각해보자. 입 안에 남아있는 구강청정제의 알코올 성분이 채 증발되기 전에 음주측정기를 불 경우 단속에 걸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침과 녹차는 천연 구강청정제

굳이 인공적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인체는 스스로 구강청정제를 만들어낸다. 그 주인공은 ‘침’이다. 침은 세균을 씻어낼 뿐만 아니라 리소자임, 락토페린과 같은 살균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을 포함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스트레스를 받아 입 안이 마를 때 입냄새가 나는 이유도 침이 적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인체의 염분 농도와 같은 소금물로 양치하는 것도 세균이나 플라그를 제거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또한 녹차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입냄새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바 있다. 소금물이나 녹차도 일종의 천연 구강청정제인 셈이다.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구강 건강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자일리톨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구강청정제는 바로 알고 사용해야 광고에서 말하는 것처럼 입 속 세상을 깨끗하게 다스리는 능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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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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