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공유결합시켜,외상을 낫게 해주는 트랜스글루타미네이스가 개발되었다.
새로운 생체아교(bioglue)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교수팀이 4년여의 연구 끝에 트랜스글루타미네이스(transglutaminase, 이하 TG라고 함)라고 하는 효소, 즉 '제2의 생체풀'을 내놓은 것이다.
문제의 효소는 골절된 뼈나 찢어진 살갗, 수술 후의 상처부위를 감쪽같이 붙여주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름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glutamine)의 펩티드(peptide)결합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즉 인체에서 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분자들을 공유결합시켜 주는 것이다.
이같은 TG의 아교같은 성질은 의학적으로 여러 모로 쓸모가 있다. 특히 TG를 이상이 있는 부위에 주입하면 새로운 피부를 형성시켜, 깨끗이 외상을 치유해 준다.
"팔다리 부러지거나 피부가 찢어지면 상처난 부위의 피부세포가 분화해 가면서 막을 이루는데, 이 과정에서 TG는 결정적인도움을 준다"고 박상철교수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또 TG는 혈액응고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TG의 일종인 제13혈액응고인자가 피브린을 안정화시켜 혈액응고를 촉진시킨다는 얘기다. 수년 전 이 성질을 활용, 최초의 생체아교인 피브린글루를 탄생 시켰는데, 아직 상품화 되지 않고 있다. 아무튼 TG나 피부린글루와 같은 생체물질이 상처를 치유하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데 본격적으로 사용된다면 기존의 화학합성물질들은 뒷전으로 물러나야 할 판.
암세포의 분화와도 관련돼
TG의 용도는 이쯤으로 그치지 않는다. 박교수는 "세포의 분화 성장 뿐만 아니라 대식세포의 활성화, 수용체에 의존하는 세포내이입(endocytosis), 면역반응, 수정 등과 같은 생체반응에 깊게 관련돼 있다. 또 림프구 각질(keratin)단백질 머리카락 등의 생성과 염증과정에도 연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들려준다.
박교수는 이 효소를 연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TG활성도가 다른 데 착안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박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암세포의 TG활성도는 정상세포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이 활성도의 차이는 TG가 생체전반의 구조적 변화에 깊이 관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또 세포가 분화 성장 노화됨에 따라 이 효소의 활성도도 함께 변함을 발견, 노화 성장 분화 메커니즘을 밝히는 새로운 무기를 하나 추가하게 되었다.
이 TG의 유전자적 구조는 3년 전에야 밝혀졌다. 그룬담이라는 생화학자에 의해 TG의 하나인 제13혈액응고인자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 박교수팀이 찾아낸 TG는 제13혈액응고인자와 '사촌뻘'이다. 즉 동위효소(isozyme) 관계이다. 동위효소란 기능은 같으나 효소의 기가 다른, 즉 구조와 성상이 다른 효소를 일컫는 용어.
그래서 박교수팀은 인체의 피부조직을 활용, TG 유전자를 클로닝(cloning)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즉 제13혈액응고인자를 화학적으로 규명해 낸 방법을 도입, TG의 유전자를 밝혀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TG는 인체의 대부분의 조직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특히 12층으로 이뤄진 피부의 최상층(과립층)에 많이 분포돼 있다. 이밖에도 뼈형성 부위 손톱 발통 연골형성부위 머리카락 식도 등에서 추출할 수 있다.
새 TG에 대한 연구결과는 금년 4월 미·일·구주 피부과학회(SID)에 발표되었는데,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던 외국학자들에게 확실한 물증인 조직사진을 제시하자, 모두들 놀라와하는 표정이었다고 박교수는 전한다. 아무튼 이 TG가 유전공학적 기법의 도움을 받아 대량생산 체제로 들어가면 실제 임상치료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단 TG가 붙어야 하는 피부의 기질들을 구별해 내야 하고, TG를 너무 많이 주입하면 피부가 거칠어지는 역기능을 배제시킨다는 전제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