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 오전9시 쉐라톤워커힐호텔. 서울대 김제완교수의 안내로 약속장소에 나타난 슈리퍼박사는 키가 1백80cm쯤 돼 보였는데, 불그스레한 얼굴이 수더분한 인상을 주었다.
슈리퍼박사는 1957년 25세의 나이로 스승인 바딘박사(1956년, 1972년 2회에 걸쳐 노벨상 수상)와 함께 초전도현상을 설며하는 BCS이론을 창안한 이후로 40년에 걸쳐 초전도현상을 연구해온 대가다.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아태이론물리센터개소기념 학술회의(4일-10일)의 기도연설을 맡았던 까닭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매우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놀랍게 성장한 한국을 보게 됐다. 학술회의에 함께 참석한 1백여명의 외국학자들 역시 이점을 많은 나라에 알릴 것으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유치된 국제적인 연구기관인 아테이론물리센터가 앞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리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과거 3천년동안 과학과 기술은 따로 놀았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서로 함께하기 시작해 45년이후에는 과학과 기술이 한배를 타게 됐다. 이때부터 사회는 과학기술 덕택으로 많은 발전을 했다. 트랜지스터는 전자통신시대를 열었고, 레이저는 의학과 산업분야의 발선을 가져왔다. 특히 초전도체는 생각보다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석탄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먹는 약은 병을 고치기도 하지만 독소가 되기도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과학기술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초전도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초전도는 현대사회에서 의료, 통신, 전력 분야 등에서 많이 응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의료에서는 자기공명장치에 이용되고 있으며, 컴퓨터 분야에서는 초전도 반도체소자들이 연구되고있다. 특히 초전도 송전은 많은 전력손실을 줄여줄 것이다. 일본도쿄에서는 10-20년 이내에 도시의 모든 구리전선을 초전도전선으로 교체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그렇게 되면 전력손실은 50%로 줄 것이다. 자기부상열차나 전기에너지 저장 역시 초전도를 도입하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초전도는 많은 분야에서 미래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과학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과학이 살아남으려면 과학자가 나서서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연구비를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 프린스턴 플라스마연구소의 연구비가3%삭감되자 나는 미국 물리학회 회장으로서 국회에 항의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때 나는 과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크다는 점을 설득했다.
끝으로 과학대중화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과학이 너무 어려워 잡지, 신문, 방송이 해야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과학기사는 어렵고 잘 읽히지 않는다. 요즘 들어 정치인이나 상원의원들이 겨우 읽기 시작한다. 어떻든 좋은 현상이다. 과학이 발달하려면 대중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