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수산자원의 씨를 말린다는 비난을 얻을 만큼 생선요리를 즐겨먹는 일본인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싱싱한 활어(活魚)회를 일품으로 친다. 사면이 바다인 섬나라라 쉽게 횟거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근해에서 나지않는 것이나 어느 지역에만 특별히 많이나는 생선일 경우 활어회를 먹기가 쉽지 않다.
그간 보편적으로 이용된 방법은 큰 통에 바닷물을 담고 여기에 생선을 가둬 원하는 지역까지 옮기는 것.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물이 많이 필요하고 그만큼 운임이 비싸진다.
최근 일본항공사의 엔지니어인 마노메 히로마치는 이 문제를 해결할만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가 개발한 방법은 사실 19세기 러시아 과학자인 바흐메티프가 발견한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바흐메티프는 겨울철 시베리아의 꽁꽁언 강물 속의 물고기들이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면 되살아나는 것에 주목했다. 마찬가지로 겨울철에 카스피해안에서 잡힌 물고기들이 수천km 떨어진 지역으로 실려간 뒤에 다시 살아나는 예가 많은 것도 발견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겨울철이 가까워오면 물고기들의 체온이 얼지않은 상태로도 0℃이하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은 외부의 온도가 생명을 위협하지 않을만큼 높아지면 다시 체온을 올린다. 그러나 이렇게 체온이 낮게 유지되는 기간은 며칠 혹은 몇주에 그칠 뿐이다.
흡사 마취와 같아보이는 이 자연스런 겨울잠 현상에 착안해 마노메는 인위적으로 추운 환경을 만들어 물고기들이 스스로 체온을 낮추게한 뒤 체표면을 적실 만큼의 물만 끼얹어 횟거리를 운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즉 바닷물이 담긴 커다란 컨테이너에 물고기를 집어넣은 뒤 이 바닷물의 온도를 0℃까지 떨어뜨린다. 물고기들의 체온이 떨어져 가사상태에 빠지면 물을 전부 버리고 튜브에 옮겨 비행기편에 싣고 간다.
목적지에 도착한 물고기들은 상온의 바닷물 속에 던져지면 수분내에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활동적으로 소생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때 빨리 깨어나지 못한 물고기들은 물에 빠져 죽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본 남쪽 끝 도시인 가고시마에서 도쿄까지의 시험운송은 성공적으로 치뤄졌다. 일본항공은 내년부터 72시간 이내에 전지역으로 운송,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