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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이공계, 과학교육으로 살린다

교사를 위한 이공계 진로 선택 촉진 방안 심포지엄

동아사이언스는 동아일보, 한국과학문화재단과 함께 10월 15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교사를 위한 이공계 진로 선택 촉진 방안’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전국에서 3백여명의 교사와 과학교육 관련 전공자들이 참여해 이공계 위기현상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10월 15일 서울교육문화회관. 심포지엄이 시작되기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발걸음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무엇이 멀리 제주에서, 광주에서,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을 모이게 한 것일까. 과연 이공계 위기현상의 해법은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심포지엄 발표와 토론 시간 내내 이공계 기피현상과 과학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진지한 모습과 그 열기 속에 있는 듯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이공계 위기현상에 대한 대학, 기업, 정부의 진단과 대책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성공적인 이공계 진출을 위한 진학진로 지도 사례 등이 함께 발표돼, 이공계 위기현상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됐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심포지엄에는 3백여명의 교사와 관련 전공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21세기는 이공계 전공자들의 무대

이공계 위기현상에 대해 그동안 사회 각계각층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고 문제 해결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해결책 중에는 응급조치에 불과한 단편적인 처방이 많았다.

이에 대해 현종오 교사(서울 성동기계공업고등학교, 전국과학교사지원센터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일은 다름아닌 과학교육의 내실화임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초·중·고등학교의 과학과 수학교육을 강화하고, 과학영재교육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 과학교육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학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첫걸음은 과학교육의 올바른 내용과 방법을 찾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의 기준을 마련하는데 있다고 봤다.

그러나 아무리 양질의 과학교육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공계 자체에 비전과 전망이 없다면 사회적으로 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명확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 일에 개개인이 평생을 걸고 노력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공계 전공자들의 미래는 어둡기만 한 것일까.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은 “21세기는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항공우주기술(ST), 문화콘텐츠기술(CT) 등 신기술혁명의 시대이므로 이공계 전공자들의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다”고 강조했다. 신기술 시대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이공계 인력이 필요하지만, 대학입시 지망생 가운데 자연계열 비율은 1999년 39.9%에서 2002년에는 26.9%로 떨어져, 앞으로 이 분야의 인재가 상당히 부족할 전망이다.

이공계 위기현상과 관련된 대학의 발전 방안에 대해 홍국선 교수(서울대 재료공학부)는 산학협동 연구의 활성화, 산업계의 요구에 부합한 교육과정 운영과 교과과정 개편 등을 제안했다. 또 앞으로는 이공계 출신들이 과학기술 지식을 바탕으로 의료, 금융, 법률, 경영, 정치, 행정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석식 실장(과기부 과학기술정책실)은 우수한 청소년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또 재직 과학기술인들뿐만 아니라 퇴직 과학기술인들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해 과학기술인들이 사회적으로 존경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표자들은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 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교육의 내 실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적성에 맞는 진로 탐색이 열쇠

그렇다면 학생들이 정확한 자신의 적성을 알고 이공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 과학수업과 과학행사, 캠프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개발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한 ‘성공적인 이공계 진출을 위한 사례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윤진 교사(서울 강현중학교)는 과학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장래 과학자가 될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을 위한 과학 진로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과학을 학습하는 모든 학생들이 자연현상과 사물의 이치를 알고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며 과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지녀, 생활 속에서 과학정신을 발휘하고 과학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실시된 과학 진로교육이 소개됐다. 과학 진로교육은 과학의 각 단원 속에 자아인식, 진로인식, 직업이해 등 진로교육 개념이 통합되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해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이 사회에서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수업 시간에 진로지도를 병행실시하자,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타나고 학생들의 학습태도도 좋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최경희 교수,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이를 통해 최경희 교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와 직업인식, 과학 학습태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도록 좀더 체계적인 진로 관련 교수-학습지도안과 학습자료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김재홍 교사(안양고등학교)는 과학행사와 경시대회, 그리고 과학탐구토론대회의 예를 통한 적성 개발과 진로 탐색 사례를, 지난 여름 동아사이언스와 한국영재학회,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센터와 공동으로 ‘예비 과학자들의 진로 탐색 여행’을 주최했던 정병훈 교수(청주교대)는 캠프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소개했다. 한편 토론에서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학부모인 점을 감안해 이공계 위기현상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학생을 위한 자리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또 의학계나 인문사회계 관련자들을 함께 초대해 다른 분야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이공계 위기현상에 대한 올바른 방안과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강태욱 교사(고려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는 “그저 막연히 느끼며 위기감으로 불안해 하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무덤덤하게 관심의 영역 밖으로 치부했던 이공계의 현실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은 과학기술앰배서더 사업 홈페이(http://sam.dongascience.com)에 실려 있다.

200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프리랜서
  • 박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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