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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나선 모방한 수학적 디자인

태풍·조개껍데기·욕조 소용돌이의 공통점

태풍이나 은하는 소용돌이 나선 구조다. 바닷가의 조개껍데기나 소라껍데기에서도 나선형이 발견된다. 물이 욕조 구멍으로 소용돌이치며 내려가는 모양도 사람의 귓바퀴도 나선형을 띤다.

이처럼 자연이나 우주가 빚어내는 디자인에서 나선이 쉽게 발견되는 이유는 뭘까. “우주는 수학의 언어로 설계돼 있다”는 갈릴레이의 말이 맞다면 자연이나 우주의 나선도 수학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에서 발견되는 나선형에서 어떤 수학적 특성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들 속 나선은 일정한 비율을 갖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시계 속 스프링, 볼트의 홈, 둥글게 말려있는 휴지, 레코드판의 홈과 같은 것에서 말이다. 이와 같은 나선은 간단한 수학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종이를 길게 잘라 단위 길이의 자연수 수열 1, 2, 3, 4, 5, 6 …의 간격으로 나눠 표시한다. 이때 나눈 종이부분에 길이에 대한 수를 써넣자. 여기에서 단위 길이는 1cm나 1인치, 또는 손가락 한마디와 같은 것이면 된다. 종이를 나눈 기준에 따라 직각으로 접어말면 중심에서 일정한 크기(단위 길이 1)로 누적을 거듭하며 자라가는 나선 띠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나선을 ‘아르키메데스의 나선’이라고 한다. 아르키메데스 나선은 앞의 수에 1을 더해 다음의 수가 결정되는 자연수 수열의 특징을 갖는다.

자연의 나선도 마찬가지로 누적을 거듭해 자라나는 것이 많다. 또한 누적 비율이 대개 황금비(약 1.618)를 따른다. 예를 들어 숫양의 뿔, 조가비, 물의 소용돌이, 은하, 주먹을 쥘 때 손가락의 굽어진 모양 등에서 황금비를 갖는 나선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종이를 길게 잘라내 황금비를 갖는 나선을 만들어보자. 단위 길이를 앞의 두 수가 합해져 다음의 수가 결정되는 피보나치 수열 1, 1, 2, 3, 5, 8, 13, 21 …의 간격으로 표시해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써넣자. 표시된 부분을 직각으로 접어말면 중심에서 황금비율(약 1.618)로 누적을 거듭하며 자라가는 나선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나선은 ‘황금나선’이라고 불린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이웃한 두 수가 아주 클 경우 실제로 황금비율에 가깝다.
 

아르키메데스의 나선과 황금나선


반대끼리 충돌할 때 나선 생겨

욕조의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물이 만들어내는 소용돌이를 잘 관찰해보자. 물의 소용돌이는 중심의 공기 기둥을 주위로 휘감아 돈다. 태풍이나 은하도 중심에 핵을 갖고 있다. 이처럼 자연의 나선은 눈을 갖고 있다.

태풍에서 알 수 있듯이 눈 주위에선 가장 격렬한 활동이 이뤄지지만 눈 자체는 고요하다. 태풍처럼 자연 속 나선은 조용한 눈을 갖고 있다. “소용돌이는 바퀴와는 달리 그 중심(눈)을 향해 더 빨리 움직인다”고 말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나선의 특징을 잘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태양(눈)에서 제일 가까운 수성의 공전주기가 88년이고 태양에서 제일 먼 명왕성의 공전주기가 2백48년인 점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확인할 수 있다. 수학자들은 항상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으나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나선의 눈을 점근점(asymptoye)이라고 부른다. 욕조의 배수구로 내려가는 물의 소용돌이와 같은 미시적 차원에서, 행성들이 태양(눈)을 중심으로 거대한 소용돌이 곡면을 따라 도는 태양계와 같은 거시적 차원까지 황금나선의 특징이 발견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에서 나선은 언제 만들어질까. 버섯의 경우 성장하면서 버섯머리가 공기의 저항에 부딪혀 기둥 안쪽으로 굽어지며 성장한다. 점차 성장해갈수록 버섯머리는 기둥의 안쪽으로 나선 형태로 말려들어간다. 또 고요한 물 위의 배에서 어느 한방향으로 노를 저었을 때 그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노가 지나간 곳에서 소용돌이가 생긴다. 이를 잘 관찰하면 노가 만들어내는 물의 소용돌이는 서로 반대방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나선형은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 움직이는 것과 정지한 것이 만나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즉 서로 반대되는 것끼리 충돌하면 나선형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나선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만들어진다. 노가 만들어낸 물의 나선들이 서로 반대방향인 것처럼 말이다.


버섯의 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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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흥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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