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사자자리 별똥별 쇼 올해가 마지막

19일 자정 동쪽하늘을 노려라

지난해 11월 19일 새벽! 한반도 상공에서는 별똥별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바로 사자자리 유성우의 장관이었다. 1년이 지난 올해 11월 과연 사자자리 유성우는 또 한번의 포효를 보여줄까.
 

지난해 11월 19일 새벽 어안렌즈 로 촬영한 사자자리 유성우. 몇몇 밝은 유성이 은하수를 가로지르 는 모습이 보인다.


어두운 하늘을 밝게 가로지르는 별똥별(유성)은 항상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디서 나타날지, 어떤 모습으로 지나갈지, 얼마나 밝게 빛날지 모르는 예기치 못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가 찾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한바탕 별똥별 쇼가 펼쳐지는 것이다.

유성우의 대표격인 사자자리 유성우가 지난해 11월 멋진 장관을 연출했다. 하지만 1998년부터 예측됐던 별똥별 쇼는 종종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소년의 말처럼 허풍으로 끝나버리기 일쑤였다. 유성우를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그 동안 천문학자들은 사자자리 유성우를 어떻게 예측했을까. 또 올해 사자자리 유성우는 어떻게 예상될까.

4만개 예측에 하나도 안 나타나기도

1998년 11월 전세계의 천문학자들과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기대 속에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33년마다 한번씩 대규모 유성우를 뿌린다는 사자자리 유성우가 나타날 때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템펠-터틀혜성의 잔해로 알려져 있는 사자자리 유성우는 템펠-터틀혜성이 지구궤도에 근접하는 33년을 주기로 대규모의 유성을 뿌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1965년과 1966년에 보여준 유성우의 환상적인 모습을 기억하던 사람들은 33년 후인 1998년과 1999년에도 유사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1998년 11월 18일 밤 우리나라는 최고의 관측 조건을 맞았음에도 불과하고, 정작 나타난 유성의 수는 예측의 1/10에 불과한 시간당 수백개에 불과했다. 다른 때와는 달리 밝고 큰 규모인 화구급 유성이 많았다는 사실 외에는 애당초 기대했던 유성폭풍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예측이 빗나갔던 것이다.

1998년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유성우 예측은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1972년 쟈코비니혜성의 잔해가 뿌리는 유성우는 시간당 4만개 가량이 예측됐으나, 정작 유성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즉 천문학자들의 유성우 예측은 초보적 상태라 맞추는 경우보다 틀리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북쪽하늘에 나타난 사 자자리 유성우. 북극성에 가까운 하늘에 밝고 큰 화구급 유성이 보 인다.


지구와 혜성의 복잡한 관계

유성우가 생기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유성우의 경우 대부분 혜성이 지구대기에서 별똥별로 불타는 유성체들을 제공한다. 이런 혜성을 모(母)혜성이라 한다. 모혜성이 태양에 접근하면 태양열에 의해 혜성의 핵에서 먼지 조각들이 우주공간에 흩뿌려진다. 이들 먼지조각(유성체)은 혜성의 궤도에 띠를 이루고 있다가 지구가 이곳을 통과할 때, 지구 중력에 의해 대기 중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유성우가 된다. 그러므로 유성우가 발생하려면 모혜성 궤도와 지구 궤도가 매우 가까이 교차해야 한다.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조각은 혜성 궤도에 뿌려져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다른 곳에 비해 모혜성 부근에 더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모혜성이 지나간 지역 근처를 지구가 지나간다면, 가장 많은 유성이 쏟아져 내린다고 천문학자들은 생각했다.

1998년까지 유성우 예측은 주로 지구와 모혜성의 상관관계에 큰 비중을 두었다. 유성우 예측에는 많은 요소들이 개입되지만, 이런 방법에 의한 예측에서는 두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즉 혜성이 지나간 다음 얼마의 시간차를 두고 지구가 그곳을 지나가는가 하는 점과 지구 궤도와 혜성 궤도 간의 거리가 얼마인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차가 적을수록, 또 거리가 가까울수록 많은 유성이 떨어져 내린다고 생각했다.

사자자리 유성우의 경우 1998년과 1999년 모혜성인 템펠-터틀혜성 궤도와 지구궤도 사이의 거리가 0.008AU(천문단위, 1AU=1억5천만km)로 1966년에 비해 약 3배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모혜성이 지나간 다음 지구가 지나간 시간의 차이는 1998년에 2백57일, 1999년에 6백22일 가량이었다.

과거의 경험과 비교했을 때 1998년에는 시간당 2천개, 1999년에는 시간당 8천개 정도의 유성우가 예측됐다. 또 유성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극대시각은 지구가 1998년 혜성이 지나간 궤도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시점으로 예측됐다.

새로운 돌파구 과거의 먼지띠

하지만 이런 예측법에는 문제가 있었다. 왜 1998년보다 1999년에 더 많은 유성이 내리는지, 또 두가지 조건이 완벽함에도 과거에 비해 그리 큰 규모의 유성우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유성우는 제대로 예측하기 불가능하다는 식이었다. 실제로도 들쭉날쭉 제대로 예측되지 않았다.

1998년 사자자리 유성우에 대한 기존 예측방법이 실패한 직후, 영국의 천체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애셔 박사가 먼지띠(dust trail)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사자자리 유성우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애셔 박사의 아이디어는 유성우 예측에 획기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애셔 박사는 템펠-터틀혜성의 과거 궤도를 모두 추적해 우주공간에 나타나는 유성체들의 분포를 계산했다. 기존 예측방법에서 유성우가 나타날 때 모혜성이 지나간 자리만을 추적하던 방법에서 벗어난 것이다. 또 애셔 박사는 모혜성이 태양에 접근할 때마다 남긴 각각의 유성체들이 만드는 먼지띠가 행성의 중력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고, 특히 목성의 중력 간섭에 의해 먼지띠가 확산되거나 안정되는 양상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사자자리 유성우가 형성되는 원인을 규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2001년 사자자리 유성우가 전례없이 대규모의 유성을 뿌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애셔 박사는 지난해 11월 18일 밤 일본에서 직접 사자자리 유성우의 포효를 목격했다. 자신이 정립한 과학이론에 따른 예측이 실제로 적중하는 순간, 그의 가슴은 얼마나 뜨거워졌을까. 과학자들만이 느끼는 최고의 희열이 아니었을까.

보름달이 최고 훼방꾼

애셔 박사의 예측에 따르면 올해에도 여전히 사자자리 유성우는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19일 낮 12시 53분 지구는 1767년에 모혜성이 흘리고 간 잔해와 만난다. 시간당 약 3천개의 유성이 쏟아질 전망이다. 19일 저녁 7시 29분에는 1866년에 모혜성이 남긴 잔해와 만나며 시간당 1만개의 유성이 뿌려진다. 이때가 이번 회귀기간(1998년-2002년) 중 사자자리 유성우의 최고조일 것으로 예측된다. 그의 예측대로 사자자리 유성우가 나타난다면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유성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는 미국 지역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무엇보다 올해의 경우 가장 나쁜 조건은 유성우가 출현할 때 보름달이 떠있다는 점이다. 하늘에 보름달이 뜨면 어두운 별은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두운 유성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60% 이상의 유성이 달빛에 가려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보름달은 미국에서도 뜨기 때문에 이번 사자자리 유성우의 관측 조건은 사상 최악이다.

대낮인 제1 극대시각(12시 53분)에 우리나라에서는 유성을 전혀 볼 수 없다. 저녁 7시 무렵인 제2 극대시각에는 어떨까. 이 시간대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사자자리가 지평선 아래에 위치해 아직 떠오르지 않은 상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지난해의 경우와 비교해본다면 극대시각 전후 3시간 동안 대규모의 유성우를 볼 수 있고, 극대시각 전후 6시간 동안에도 어느 정도 유성우의 영향이 계속 미친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19일 밤 12시 무렵(극대시각 5시간 후)을 노릴 수밖에 없다. 19일 밤 12시 무렵 보름달이 중천에 떠있을 때 동쪽지평선에 사자자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동시에 점차 사라져가는 사자자리 유성우의 마지막 모습이 우리 눈앞에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유성의 개수는 그리 많지 않아 시간당 수십개 가량 될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유성들은 궤적이 대체로 길어 하늘을 가로지르는 밝은 종류가 많을 것이다. 비록 지난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의 모습이 올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사자자리 유성우의 전망이다.

내년은 어떨까. 아쉽게도 내년부터는 더이상 사자자리 유성우를 볼 수 없다. 다시 사자자리 유성우의 장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템펠-터틀혜성이 다시 지구를 찾아오는 2032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올해의 사자자리 유성우를 노려봐야 할 또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