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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체 소유권 주장하는 개발자

'만드는 것과 보급시키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성공적으로 보급될 때까지 숨어 있다가 나중에 얄밉게 권리 주장을 하는 경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사실상 표준이 된 것에서 돈을 걷으려 한다면 자신의 궁상만 증명할 뿐이다.'


만드는 것과 보급시키는 것은 별개의 일 이다. 성공적으로 보급될 때까지 숨어 있 다가 나중에 얄밉게 권리 주장을 하는 경 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사 실상 표준이 된 것에서 돈을 걷으려 한다 면 자신의 궁상만 증명할 뿐이다.

● ●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했던가. 그러나 기회를 노리며 일부러 자는 척 한 경우라면 어떨까.

● ● 인터넷 브라우저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던 무렵, 형형색색의 그림이 펼쳐지는 인터랙티브 서핑 체험이 세계를 흥분시키던 시절인 1994년에서 1995년경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이 혁명의 견인차로 GIF라는 그래픽 파일 포맷을 손꼽는 일은 당연한 것이었다.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 대두되기 전까지는.

● ● GIF에 쓰인 압축방식의 소유주임을 자처하는 자가 등장, 특허권료 징수를 요구했다. 파일 포맷 자체도 아니고 원천 기술 요소의 소유권이었다. GIF87니 GIF89A니 규격에 적힌 수치가 말해주듯 이미 오래 전부터 있던 규격이고, 그 안에서 쓰인 압축법도 늘 그대로였다. 심지어 PC통신 시대에도 GIF는 있었다. 그러나 특허권자 유니시스는 인터넷이 GIF를 폭발적으로 보급시키길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임계점에 도달하자마자 특허 이야기를 꺼냈다.

● ● 급기야 1999년에는 특허료 면제 대상이었던, 비영리적으로 GIF를 쓰는 웹사이트 운영자에게서도 특허사용료 5천달러를 징수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이타심으로 프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이들에까지 1천달러와 기타 귀찮은 조항을 요구한다. 이 소동은 BurnAllGifs.org(GIF 파일 포맷에 대한 라이센스 조건을 못마땅하게 여긴 웹마스터와 웹개발자들이 1999년 11월 5일 금요일을 ‘GIF를 모두 태우는 날’(Burn All GIFs Day)로 정했다)라는 조직을 등장시켰고, 대안 포맷인 PNG를 잉태했으며, 이 대안을 웹 브라우저에 탑재하게 한 시민운동을 촉발시켰다.

● ● 만드는 것과 보급시키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만든 일은 대견하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런데 이익원이 창출되는 보급은 다른 이야기다. 성공적으로 보급될 때까지 얄밉게 숨어 있다가 권리 주장을 하는 케이스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널리 퍼질 때까지는 잠자코 있다가, 호기를 노려 얼굴을 내민다. “어, 알고 봤더니 그거 실은 내가 특허를 갖고 있거든. 이제부터 누구든지 나에게 세금을 내도록 해.” 얌체짓을 하더라도 분수는 있어야 한다.

● ● 이번에는 JPEG의 독점 라이센스를 주장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포전트 네트워크라는 미국회사로, 1986년에 출원한 특허를 끄집어 내 세금을 걷겠다고 소매를 걷어 붙였다. “소니와는 이미 합의를 봤다”며 떠드는 모양새가 현재 폭발중인 디지털카메라 시장 등의 정보 가전에서 한몫 잡으려는 심산이다. 과거 유니시스도 GIF 라이센스료를 강요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음을 기억하면 이들이 자주 쓰는 수법인 듯하다.

● ● 이런 다툼은 어느새 흔한 일이 돼버렸다. 2000년에는 브리티시 텔레콤(BT)이 놀랍게도 하이퍼링크를 자신의 특허라 주장했다가 패소했다. NCR은 휴대 단말을 써서 통신 네트워크 경유로 금전거래를 실행하기 위한 기술을 PDA 팜(Palm)이 모방했다고 걸고 넘어졌다가 패소했다. 요즘에도 팜은 그 독특한 그래피티가 제록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 ● 호사가들이 특허화제가 없어 심심하지나 않을까 걱정해서인지 프라운호퍼(Fraunhofer IIS)와 톰슨 멀티미디어가 MP3의 특허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MP3로는 특허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간파한 히피적 포맷 오그보비스(Ogg Vorbis, MP3의 유료화에 반대해 만들어진 새로운 종류의 디지털 음악포맷으로, 포맷 자체의 사용에 어떤 제한도 없다)가 음악 파일의 대안이 되겠다고 공언한 계기가 된다.

● ● 이 정도면 사장된 특허를 발굴해 시비를 거는 것이 하나의 어엿한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허 침해가 인정되면 특허 발효 시점으로 돌아가 그때부터 현재까지의 매출액에 대해 모두 로열티를 부과할 수 있으니, 마치 주식 차트를 보며 매도시점을 노리는 투자자의 눈빛보다 더 독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 ● 다행히 일반인이 특허료를 직접 지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프트웨어를 만들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미 특허료를 지불한 회사의 컴포넌트를 이용한다면 역시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 특허 전문가들의 견해다. 라이센스료를 이중 착취당하지 않기 위한 ‘소진이론’이 특허 제도의 근간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세 차액을 노리는 듯한 이들의 작전이 결코 소비자에게 이로울 리는 만무하다. 결국은 소비자의 주머니 돈이 아닌가.

● ● 대대적인 반감을 산 GIF나 JPEG, 그리고 웃음거리가 된 NCR의 PDA 특허소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상 표준이된 것에서 돈을 걷으려 한다면 자신의 궁상만 증명할 뿐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궁상이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에는 포지티브한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디팩토 스탠다드(de facto standard, 사실상의 표준)라는 온실 속에 답보를 거듭하는 기술들에게외적자극을주기때문이다.‘ 사용자의 타성’이라는 장벽을 벗겨줄 이러한 자극이야말로 신기술에게는 묘약이다. PNG나 오그보비스와 같은 진일보한 기술도 특허권 소동이라는 촉매가 없었던들 이렇게 서두르지는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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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국현 e-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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