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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호기심과 정열의 과학

저건 뭘까, 저건 왜 저렇게 되는 걸까. 어린시절에는 누구나 끝도 없는 호기심을 달고 다닌다. 그러다 그칠 줄 모르는 질문에 비해 돌아오는 답이 영 시원치 않음을 느끼게 되고, 또 그 답마저 성의 있게 해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세상은 조금씩 재미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그런 호기심을 숨겨놓지 못하고 모두 꺼내 하나씩 밝혀내야 속이 시원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그들은 결코 얌전하지 못해서 이런 재미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과학자들 중에서, 또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그들 덕분에 우리는 소리내어 웃을 수 있는 과학책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어린시절의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담긴 멋진 책들이 여기에 있다.

펭귄의 발은 왜 동상에 안걸릴까

‘놀랄 만큼 간단한 과학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과학사를 간추린 책이다. 그런데 보통의 과학사 책처럼 과학자와 그들의 업적, 과학과 기술의 발전 과정 등을 다룬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놀라운 발견과 발명의 순간을 끄집어내 조망한 점이 흥미롭다. 옛날 옛적 과학자가 없던 선사시대에서부터 최첨단 과학기술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천문학, 생명과학, 자연과학에서 일어난 사건을 정리했다.

역사에 최초로 기록된 날은 기원전 585년 5월 28일이라고 한다. 이날은 소아시아에 있는 메디아 왕국과 리디아 왕국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던 날로, 개기 일식이 일어난 날이기도 했다. 물론 일상적인 전투보다는 개기일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날이 특별히 기록된 것이다. 또 기원전 10-1년경에는 중국인들이 무려 1천4백60m의 땅을 파서 소금물과 천연가스를 생산했다. 이런 얘기들을 ‘위엄 있는’ 과학사 책을 통해 발견해내고 정리하려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역으로 어떤 일은 언제 최초로 일어났을까 같은 대책 없는 의문이 있을 때 참고할만한 책을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그런 수고를 덜어주고 마치 퀴즈를 풀듯이 재미있게 과학사를 접할 수 있다는데 있다.

‘나방은 왜 에디슨을 미워할까’는 자연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대한 의문에 답해주는 책이다. 새들은 얼마나 높이 날 수 있는지, 어째서 펭귄의 발은 동상에 걸리지 않는 것인지, 왜 사람의 피부는 물 속에서 쭈글쭈글 해지는지,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최대 인구는 얼마인지 등 별안간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몰고 오는 질문들에 대한 해답이 실려 있다.

이런 것도 생각하는 사람이 다 있구나 싶은 엉뚱한 질문에서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고개를 갸우뚱거려 봤음직한 일반적인 질문까지 다양한 질문과 해답이 제시돼 있다. 평소에 갖고 있던 질문의 답을 얻고, 새로운 질문을 통해 과학지식을 얻을 수 있는 유쾌한 책이다. 과학적 근거가 잘 제시돼 있고 쉽고 간단하게 설명돼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의 궁금함을 풀어내는데는 안성맞춤일 듯하다.

‘아인슈타인이 이발사에게 들려준 이야기’란 제목을 보면서 사람들은 정말 이발소 의자에 기대앉은 아인슈타인의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인슈타인과는 별 상관이 없다.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대화할만한 일상적인 과학 얘기들을 담고 있을 뿐이다.

밑으로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서 지면과 충돌하기 전에 뛰어오르면 다칠까 안다칠까, 음속보다 빨리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라디오를 들을 수 있을까, 거울의 좌우는 바뀌는데 왜 위아래는 바뀌지 않을까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상황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호기심을 위한 책이다.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내용에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 ‘꼼꼼쟁이 코너’와 간단한 실험을 소개한 ‘직접 해보세요’가 있어 여러모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학 사랑

앞의 책들이 생활 속의 호기심을 유쾌하게 정복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면, ‘발견하는 즐거움’과 ‘과학의 정열’은 그 호기심을 풀어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발견하는 즐거움’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대한 얘기다. 노벨상을 수상할만큼 학문적인 업적이 탁월하면서도 강단의 권위를 좇기보다는, 누구나 과학을 즐기고 함께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파인만의 철학과 연구자세를 엿볼 수 있다.

파인만은 과학을 연구하는 진정한 기쁨은 발견의 즐거움에 있다고 했다. 세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세계를 똑딱거리며 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순수한 기쁨을 얻기 위해서라고. 모든 것을 의심하며 독단을 거부하는 과학의 논리와 방법에 몰두하고 헌신하는 자세, 이것이 바로 파인만이 끊임없이 추구했던 최상의 목표였다. ‘반은 천재 반은 광대’라고 할 정도로 재치와 끼가 넘쳤던 파인만의 과학자로서의 자세, 과학자들이 지녀야 하는 가치관,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자유로운 사상을 느낄 수 있다.

‘과학의 정열’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과학자 23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과학자들의 외면과 내면 세계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어떻게 그들의 생각을 정립하고, 어떻게 연구하며, 또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는지 알 수 있다. 모든 과학자들이 사회적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과학자들 중에서도 살아서 영광을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경우 과학연구는 고독한 작업이며, 일반적인 학설과 결론에 맞선 고립적인 싸움이다. 이 책은 그런 과학자들의 모습을 그들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들려준다.

동료들과 학계에서 멀어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속에서도 연구를 계속해나가고, 10여년의 연구 끝에 ‘틀렸다’는 결론 밖에 손에 쥐지 못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과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숭고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또 과학자들의 정열적인 노력 속에 숨어있는 초조함과 절망 등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생생한 과학이야기’와 ‘과학, 그 위대한 호기심’은 현직 대학교수들이 쓴 대중 과학 교양서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과학이 어렵다고 회피하고,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고도 비전이 없다고 외면하고, 과학자의 길이 힘들다고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과학이란 이런 거야’하며 과학의 참맛을 일깨워준다.

‘생생한 과학이야기’는 우리 생활과 문화를 이루는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경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학생들과 호흡하고 있는 교수들이 과학이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얼마나 가까운 것인가를 알려주기 위해 강의실 밖의 얘기로 꾸몄다.

개와 사람은 얼마나 닮았을까, 효모로 어떻게 술을 만드나, 어떻게 하면 컴퓨터가 내 말을 알아들을까 등의 질문에 대한 자상한 대답을 통해 화학, 유전공학, 지질학, 미생물학, 천문학, 수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적 지식을 전수해준다. ‘과학 문제에서는 천명의 권위 있는 의견보다 한사람의 소박한 이론이 더욱 가치 있다’는 갈릴레오의 말처럼, 권위 있는 이론서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이 한권의 과학책을 쓴 선생님들의 노력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 그 위대한 호기심’ 역시 24명의 자연과학자들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쓴 책이다. ‘과학은 어떻게 인류의 발전에 기여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보과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5분야 전공자들이 친절한 해설을 덧붙여 놓았다.

21세기에는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항공우주기술(ST), 문화콘텐츠기술(CT) 등 6T혁명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기술(technology)만 강조될 뿐 그 발전을 이끄는 과학(science)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소홀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과학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 테마 산책 관련 도서 |

∙놀랄 만큼 간단한 과학의 역사 / 존 파먼 글∙그림, 이충호∙채돈묵 옮김 / 사계절 / 2002 개정판
∙나방은 왜 에디슨을 미워할까 / 햄프턴 시드 엮음, 표정훈 옮김 / 따님 / 2001
∙아인슈타인이 이발사에게 들려준 이야기 / 로버트 L. 월크 지음, 이창희 옮김 / 해냄 / 2001
∙발견하는 즐거움 / 리처드 파인만 지음, 승영조∙김희봉 옮김 / 승산 / 2001
∙과학의 정열 / 루이스 월퍼트∙앨리슨 리차드 엮음, 이숙연 옮김 / 다빈치 / 2001
∙24명의 과학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과학이야기 / 경북대자연과학 교수들 지음 / 지호 / 2000
∙과학, 그 위대한 호기심 / 서울대학교 자연대 교수 외 지음, 최재천∙홍성욱 엮음 / 궁리 / 2002

| 더 보고 싶다면 |

∙최경희 교수의 과학 아카데미1∙2∙3 / 최경희 지음 / 동녘 / 1999
∙알고 싶은 과학의 세계1∙2 / 리처드 플레이트 엮음, 김동광 옮김 / 문예출판사 / 2000
∙물구나무 과학 / 전용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1
∙과학의 즐거움 / 알베르 자카르 지음, 장석훈 옮김 / 궁리 / 2002

200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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