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을 발견한 사 실을 지금으로부터 딱 400년 전인 1610년 1월 7일 쓴 한 편지에 언급했 다. 이 편지에서 갈릴레오는 목성 부근에서 ‘별’ 3개를 발견했다고 썼다. 이 발견은 갈릴레오가 30배의 배율로 볼 수 있게 망원경을 개량한 1609년 12월 에서 편지를 쓴 날 사이의 어느 날에 있었던 걸로 보인다.
갈릴레오는 1610년 1월 8일부터 3월 2일까지 이들 천체를 계속 관측한 결 과 이들이 별이 아니라 목성 주위를 맴도는 위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위성 하나를 추가로 발견하기도 했다. 그 뒤 이 4개의 천체는 ‘갈릴레오 위성’ 이란 이름이 붙었다. 갈릴레오 위성의 이름은 갈릴레오와 같은 시기에 이들 천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시몬 마리우스라는 사람이 1614년 붙였다.
마리우스는 목성의 주위를 도는 위성에 목성(주피터)의 그리스 신에 해당하는 제우스의 연인들 이름을 붙였다.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가 그들 이다. 갈릴레오는 마리우스가 붙인 이름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목성에 로 마숫자를 붙여 목성Ⅰ(이오), 목성Ⅱ(유로파), 목성Ⅲ(가니메데), 목성Ⅳ(칼 리스토)로 기록했다.
밤하늘에 유일하게 움직이는 천체는 ‘방랑자’라는 뜻의 행성(planet), 즉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밖에 없다는 생각이 지배하던 시기에, 목성의 주위에서 4개의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고 그 천체들이 목성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은 당시 지구 중심설(천동설)을 반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됐다.
1970년대 보이저가 발견한 위성 3개를 포함해서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목성의 위성 개수는 17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대형 망원경과 전하결합소자(CCD)의 등장으로 관측능력이 향상되면서 2009년 12월 현재 목성의 위성은 62개로 불어났다. 이는 토성의 위성 개수와 같은 수치다. 위성의 이름은 행성과 연관된 신화의 이름으로 정한다. 발견된 뒤 국제천문연맹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이름을 붙이기 전까지는 발견된 연도와 목성의 영문이니셜(J)에 일련번호를 붙여 표기한다. 예를 들어 2003 J23.
■왜소행성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에서 새롭게 정의한 천체로 행성과 소행성의 중간단계다. 자체 중력이 천체를 지탱하나 궤도 주변 물질을 끌어당기기에 충분치 않은 천체로 행성의 위성은 포함하지 않는다. 태양계 9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강등됐다.
수성보다도 큰 위성 가니메데
목성의 위성은 크게 정규위성과 불규칙위성으로 나뉘어지는데, 8개의 정규위성은 공전궤도가 순방향(목성의 자전방향)의 원궤도로 목성의 적도면과 비교해 크게 기울지 않았다. 여기에는 갈릴레오 위성 4개도 포함돼 있다. 태양계의 천체는 크기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자체 중력에 의해 그 모양이 구형을 이루게 되는데, 갈릴레오 위성은 목성 주위를 돌고 있지만 않다면 왜소행성 으로 분류될 만큼 큰 위성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인 가니메데(반지름 2634km)는 달(반지름 1738km)은 물론 행성인 수성(반지름 2439km)보다도 더 크다. 나머지 갈릴레오 위성의 크기를 보면 칼리스토(반지름 2410km)가 태양계에서 세 번째이고(두 번째는 반지름이 2576km인 토성 위성 타이탄), 이오(반지름 1821km)가 네 번째, 유로파(반지름 1569km)가 여섯 번째다(다섯 번째는 달).
갈릴레오가 목성에서 이들 4개의 위성만 발견한 이유는 나머지 위성들이 워낙 작기 때문이다. 목성에서 다섯 번째로 큰 위성인 히말리아의 경우 평균 반지름이 85km에 불과하다. 아무튼 갈릴레오 위성 넷이 목성의 위성을 다 합친 질량의 99.999%를 차지한다.
나머지 4개의 정규위성은 갈릴레오 위성보다 목성 가까이에서 돌고 있다. 특히 목성에 가장 가까운 2개의 위성 메티스와 아드라스테아는 목성의 고리가 유지되도록 끊임없이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54개의 불규칙위성은 생김새가 불규칙적이며, 그 궤도 또한 타원이면서 목성 적도면에 비해 많이 기울어져 있다. 이는 태양계에 떠돌던 소행성이 목성의 중력에 붙잡혀서 위성이 됐기 때문이다. 이 중 몇몇 위성들은 비슷한 궤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원래 하나의 큰 천체가 다른 천체와 충돌하며 부서져서 여러 개로 나눠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불규칙위성은 정규위성에 비해 목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목성에서 가장 가까운 불규칙위성인 테미스토는 평균 공전 반지름이 739만km로 정규위성에서 가장 먼 칼리스토의 공전 반지름(188만km)의 4배에 이른다. 목성에서 가장 먼 위성은 2003년 발견된 ‘S/2003 J2’로 평균 공전 반지름이 3029만km나 된다. S/2003 J2는 반지름이 1km로 매우 작은 위성이다.
정규위성의 기원은 태양계 형성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태양 주위의 먼지와 가스로 이뤄진 초기 태양계 원반에서 각 행성들은 각자 소용돌이 모양으로 돌면서 만들어지는데, 이때 목성 주위에서는 상당량의 질량이 따로 뭉쳐서 초기 목성의 위성들이 됐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목성의 중력과 위성들 간의 중력 때문에 몇몇 위성들은 목성에 흡수되기도 하고, 서로 간의 거리가 조정돼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가 목성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가 1:2:4의 독특한 조합을 하고 있다(공명 공전). 한편 정규위성은 달이 늘 지구에게 같은 방향만 보여주는 것과 같은 동주기 자전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목성의 중력에 의해 위성의 내부에 중력 불균형이 생겨 위성의 무거운 쪽이 항상 목성을 바라보도록 공전과 자전 주기가 맞춰졌기 때문이다.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까
갈릴레오 위성 가운데 가장 안쪽 궤도를 돌고 있는 이오는 유로파와 가니메데의 공명 공전에 갇혀 있다. 이오는 현재의 궤도 이심율(타원 궤도가 찌그러진 정도)을 유지하면서 목성 주위에 가까이 접근할 때마다 목성 쪽으로 당겨지며 모양이 찌그러지는데, 이것이 이오 내부의 열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이 에너지는 이오 내부의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한 에너지보다 200배가 많은 것이어서 현재에도 이오에서 관측되고 있는 화산활동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오의 활화산은 400곳이 넘는다. 이오는 매우 옅은 대기층을 가지고 있으며 대기의 주성분은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이산화황이다. 또 자체의 자기장이 없어서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을 따라 이오에 날아오는 전자들 때문 에 화려한 오로라가 발생한다. 만일 사람이 발을 디딘다면 그만큼 위험한 곳이 이오다.
이오 다음에 있는 유로파의 표면에는 얼음들이 쩍쩍 갈 라진 모양(lineae)이 보인다. 이는 표면 아래의 따뜻한 얼 음이 틈새로 흘러나와 생겼다. 태양계 생성 이후 수많은 운석이 충돌했음에도 유로파의 표면에 운석충돌구덩이가 많지 않은 이유가 바로 얼음 표면이, 마치 지구상의 지질 활 동처럼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유로파는 궤도 이심율이 이오처 럼 공명 공전으로 계속 유지된 채 목성에 의한 차등 중력의 영향 을 받기 때문에, 내부 온도가 상승해 유체상태의 바다가 내부에 존재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로파의 바다 깊이는 100k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심해에서 발견되 는 미생물과 같은 생명체가 유로파의 심해에서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유로파의 심해를 탐사하기 위한 수중로봇과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안되고 있다.
유로파 다음에 있는 가니메데는 목성에서뿐 아니라 우리 태양계에서도 첫 번째로 큰 위성이다. 갈릴레오 위성 중에서 맨 바깥을 도는 칼리스토 역시 덩치가 커 크기가 태양계에서 세 번째다. 둘은 크기와 밀도가 비 슷하지만 그 내부 구조는 매우 다르다. 가니메데는 암석으로 이뤄진 핵과 얼음으로 이뤄진 외부가 명확히 구별돼 있지만, 칼리스토는 그렇지 않다.
가니메데는 목성 가까이에서 물질이 재빨리 뭉쳐서 형성됐기 때문에 내부의 열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 지 못했다. 그 결과 내부가 용융돼 무거운 암석질은 가라앉고 가벼운 물질이 표면으로 떠오르게 됐다. 가니메 데가 내부 핵의 움직임에 의한 자기장이 존재하는 유일한 위성인 이유다. 반면에 칼리스토는 매우 천천히 물 질이 뭉치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내부의 열에너지가 쉽게 빠져나가 뭉친 순서 그대로 내부가 형성됐다. 한편 칼리스토는 안쪽의 위성들과 공전 공명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목성 주위를 돈다.
갈릴레오가 보내온 이오의 화산 분출 장면
목성 위성에 대한 탐사는 1977년 9월 발사된 보이저 1호가 처음이다. 발사 18개월 만인 1979년 3월 목성에 27만 8000km까지 접근한 보이저 1호는 목성 근접 사진을 전송했고 새로운 위성도 여럿 발견했다. 네 달 뒤 목성 부근을 통과한 보이저 2호 역시 다양한 데이 터를 보냈다. 현재 두 탐사선은 태양계를 벗어나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일한 목성 궤도선인 갈릴레오는 앞에서 언급한, 목성 위성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을 여럿 밝혀낸 주인공이다. 갈릴레오는 1989년 10월 발사돼 6년이 넘는 여행 끝에 1995년 12월 목성에 도착한 뒤 2003년까지 목성 주위를 돌며 2003년 9월 목성과 충돌해 사라질 때까지 목성 대기에서 암모니아 구름을 처음으로 관측했고, 이오의 화산활동과 유로파의 얼음층 아래에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약 8년 동안 35차례나 목성을 돌면서 갈릴레오는 목성뿐 아니라 목성 위성에 대해서도 풍부한 데이터를 수 집했다. 특히 지구보다 100배가 강력한 이오의 화산활동은 초기 지구의 환경이 재현된 듯한 인상을 남겼다. 또 가니메데가 지구처럼 독자적인 자기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위성으로는 최초의 예다.
2001년 10월 15일 갈릴레오는 이오에 불과 180km까지 다가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오에서 나오는 강한 복사에너지 때문에 기계가 손상돼 2002년 1월 17일 카메라가 작동을 멈추기도 했다. 갈릴레오의 마지막 미션은 목성 가까이서 돌고 있는 정규위성 아말테아 옆을 지나가며 아말테아의 질량을 측정하는 일이 었다(갈릴레오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2003년 11월호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호가 남긴 것’ 참조).
목성 위성에 대한 탐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2011년 발사될 쥬노 탐사선이 목성의 극 궤도를 돌면서 목성의 내부구조와 중력장, 자기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며, 2020년경에 시작될 EJSM(유로파-목성 시스템 미션)은 미래의 우주 식민지로서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칼리스토에 대한 탐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400년 전 갈릴레오가 겨우 존재를 파악한 목성 위성에 인류의 발자국이 찍힐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