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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최대 강풍 부는 극한지대 해왕성

매머드급 위성 6일마다 서쪽에서 떠올라

천왕성과 해왕성은 마치 쌍둥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이저 2호의 탐사로 밝혀진 해왕성의 생생한 모습은 오히려 목성을 닮아 있었다. 거대한 폭풍과 강한 바람, 그리고 화산을 가진 위성 등이 그 증거다. 보이저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보자.


보이저 2호가 항해를 시작한지 4년째, 천문학계에는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별빛을 이용한 관측에서 해왕성에 띄엄띄엄 물질이 뭉쳐져 있는 ‘호’ 형태의 이상한 고리가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해왕성은 탐사선이 비행하는 도중에도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만큼 미지의 행성이었다. 해왕성은 1846년에 천왕성 궤도로부터 유추돼 발견된 이후 아직까지 태양을 한바퀴 돌지 못하고 있다. 공전주기가 1백65년으로 길기 때문이다. 물론 1612년 12월경 갈릴레이가 목성 근처에서 해왕성을 관측한 적이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이것이 새로운 행성임을 알지 못했다.

해왕성이 발견된지 한달도 되지 않아 해왕성에서 최대의 위성이 발견됐다. 트리톤으로 명명된 이 위성은 궤도가 해왕성의 적도면에 대해 크게 기울어진 채 해왕성의 자전방향과 반대로 6일에 한번씩 공전하고 있었다. 우리와 비교한다면 달이 6일만에 한바퀴씩 서쪽에서 떠 동쪽으로 지는 셈이다. 상상만 해도 놀라운 광경이다. 태양계의 위성 중 서열 7위의 크기를 자랑하는 매머드급 위성이 빠른 속도로 역으로 공전한다는 점은 이 위성이 해왕성과 같이 초기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해왕성 옆을 지나가던 도중 중력에 붙잡혔음을 반증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트리톤은 해왕성의 조석력에 의해 발생하는 열로 인해 얼음보다는 액체의 바다로 이뤄졌을 것으로 예측하는 과학자도 있었다. 따라서 보이저 2호의 해왕성 탐사 중 하이라이트는 트리톤에 맞춰졌다.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연구자들은 보이저 2호가 특이한 궤도를 가진 트리톤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궤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도착 예정시간에 해왕성의 남반구 아래에 위치할 트리톤으로 방향을 바꾸려면 보이저 2호는 해왕성의 북극으로 접근한 후 중력을 이용해 방향을 바꿔야만 했다. 이때 트리톤에 최대한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해왕성에 최대한 근접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행성고리와 충돌하거나 대기와 마찰을 일으켜 탐사선의 운명 또한 보장할 수 없었다. 연구자들은 탐사선이 해왕성 고리와 대기의 위험을 빗겨갈 수 있는 한계인 4만km만큼 트리톤에 접근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보이저 2호가 최종 경로에 따라 해왕성에 접근하는 동안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이미 3년 전 만났던 밋밋한 천왕성을 떠올리며 별반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1989년 8월 25일 해왕성에 4천9백50km까지 접근한 보이저 2호에 비친 모습은 비록 목성이 받는 태양에너지의 3%밖에 받지 않지만, 대기상태가 천왕성보다는 오히려 목성에 가까운 다이내믹한 행성이었다.

해왕성의 남반구에는 크기가 비록 지구 정도로 작지만 목성의 거대 폭풍인 대적반과 비슷한 ‘대흑점’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주위에는 시속 2천km의 태양계 최대 강풍이 불고 있었다. 그 아래엔 ‘스쿠터’라 명명된 새털구름의 하얀 반점이 시시각각 모양을 바꿔가면서 약 16시간에 한바퀴씩 돌고 있었다. 이런 다양한 대기 변화 외에 보이저 2호는 자기장도 조사했다. 놀랍게도 해왕성의 자기장 축은 자전축에서 47° 정도 기울어져 있었고 자기장 중심은 행성 중심으로부터 1만3천5백km 벗어나 있었다. 자기장에 의해 발생되는 주기적인 전파를 통해 해왕성 내부의 자전 속도를 측정한 결과, 하루는 16시간 7분으로 밝혀졌다. 보이저 2호는 고리도 관측했는데, 예상과 달리 정상적인 모양의 고리가 4개 있었다. 단지 맨 바깥쪽 고리에는 생성원인을 알 수 없는 3개의 덩어리가 있었다. 이것이 지구에서 호로 관측됐던 것으로 보인다.
 

위성 트리톤에서 바라본 해왕 성. 트리톤에서는 고위도가 아니면 해왕성이 지평선을 따라 이동할 뿐이다.



1백50km에 걸쳐 검은 비 내려

보이저 2호는 해왕성에 성공적으로 접근한 후 이번 탐사의 최대 관심사인 트리톤 위성에 4만km까지 다가갔다. 이 과정에서 목성의 위성 이오나 천왕성의 위성 미란다에서처럼 보이저 탐사상 예기치 못한 광경이 목격됐다.

먼저 트리톤의 첫인상은 거대한 스키장 같았다. 트리톤의 표면 온도는 우리가 관측한 태양계 최저온도인 영하 2백35℃였고 대기는 지구대기보다 7만분의 1이나 엷었다. 표면은 되풀이해 녹고 어는 과정에서 생긴 균열들로 그물처럼 덮여 있었다. 트리톤은 완전히 지질학적으로 죽은 것일까. 보이저가 촬영한 트리톤의 남반구에서는 놀랍게 얼음 화산(일종의 간헐천)이 발견됐다. 얼음 화산은 내부 열과 태양빛으로 가열된 질소를 검은 먼지와 함께 8km 상공으로 뿜어냈고, 솟구친 먼지는 바람에 의해 1백50km나 퍼지며 검은 재의 비로 내리고 있었다. 따라서 먼 훗날 트리톤에서 스키를 타려면 최고 성능의 방한복과 함께 방진용 마스크가 필수적일 것이다. 또 정말 트리톤에서 스키를 즐기려는 사람은 서둘러야 한다. 트리톤은 현재 해왕성으로 점차 끌려 들어가고 있는데, 1천만년에서 1억년 정도 후면 결국 해왕성의 중력에 의해 완전히 부서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서진 조각들은 새로운 행성의 고리를 형성할 것이다.

보이저 2호는 트리톤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6개의 위성을 추가로 발견했다. 그리고 트리톤과의 만남을 끝으로 12년 동안 지나온 길을 벗어났다. 현재는 매년 4억7천만km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보이저에는 혹시나 만날 외계인을 위해 지구의 자연과 인공의 소리를 담은, 금으로 만들어진 음반이 실려있다. 여기에는 우리말을 포함, 세계 55개 언어의 인사말이 들어있다. 우주로 날아간 한국의 대표 목소리를 여러분도 제트추진연구소의 홈페이지(http://voyager.jpl.nasa.gov/spacecraft/ languages/korean.html)에서 들어보기 바란다.


해왕성 탐사의 최대 관심사였 던 트리톤의 모습. 표면에 보이는 검은 얼룩들(아래)은 얼 음 화산에서 질소가스와 함께 뿜어져 나온 먼지가 다시 떨 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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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철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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