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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1.6광년 슈퍼개미의 비밀

태양이 남길 최후 모습일지도

빛으로 1.6년이나 걸리는 길이를 갖는 개미가 우주공간에 그려진 사연은 무엇일까. 태양이 남길 최후의 자취일지도 모른다는 슈퍼개미의 비밀을 만나보자.

 

빛으로 1.6년이나 걸리는 길이를 갖는 개미가 우주공간에 그려진 사연은 무엇일까. 태양이 남길 최후의 자취일지도 모른다는 슈퍼개미의 비밀을 만나보자.


우주공간에 개미가 산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고 개미 외계인을 상상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이다. 개미를 닮은 성운에 관한 이야기다. 1년 전인 2001년 2월 1일에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었던 놀라운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사진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개미성운’이었다.

개미성운이 정말 개미를 닮았을까. 전체적으로 기어가는 개미를 위에서 바라본 모습 같지만, 어쩐지 이상하다. 개미는 머리, 가슴, 배의 세부분으로 나눠지지만, 개미성운에서는 크게 머리와 몸통의 두부분만 보인다. 몸통 중에서 가슴은 너무 심하게 다이어트해 잘록한 허리와 함께 사라진 것일까. 다리는 6개가 아니라 셀 수 없을 정도다. 아니 어느 것이 다리인지, 또는 더듬이인지 잘 모르겠다. 단지 사진 왼쪽에 머리가 연상되는 부분에 먹이를 운반하거나 땅을 팔 때 쓰는 강력한 턱이 주둥이처럼 나와있고 몸통 부분이 실제 개미의 타원형 배를 닮았다.

우연히 개미를 닮은 성운을 놓고 자세히 보니 개미와 다르다고 말하는 일이 오히려 우스울지 모르겠다. 아무튼 우주공간에 그려진, 크기가 1.6광년이나 되는 슈퍼개미는 존재만으로도 신비로운 대상이다.


트로이가 멸망할 때 출발한 빛

개미가 우주로 간 까닭을 묻는다면 이 역시 어리석은 질문일까.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에게는 그를 따르던 충실한 군대가 있었다. 뮈르미돈이라 불리는 이 종족은 아테네의 동맹국 아이기나 출신인데,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원래 개미였다고 한다. 아이기나는 제우스의 연인 이름이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아이기나는 헤라의 저주를 받았다. 역병으로 온백성이 죽어가자 아이기나의 왕 아이아코스는 제우스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제우스는 제단 앞의 참나무 가지 위를 기어가던 개미떼를 변신시켜 새로운 백성으로 허락했다. 아이아코스가 개미(뮈르메크스)에서 나온 이들을 뮈르미돈이라 불렀던 것이다. 아킬레우스가 이끈 뮈르미돈족은 전쟁에서 용맹스럽게 싸웠다. 일부는 전사하기도 했을 테니 죽은 이들이 본래 개미로 돌아가며 하늘의 개미성운이 된 것은 아닐까. 3천년 전 개미성운이 첫 빛을 발할 때 공교롭게도 트로이가 멸망했다고 하니 단순한 인연은 아닌 듯 싶다.

사실 개미성운의 정체는 태양과 같은 별이 전장의 뮈르미돈처럼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광경이다. 지금으로부터 50억년 뒤 태양의 모습일지 모른다. 그때쯤 수소가 바닥나면서 태양은 현재의 목성 근처까지 부풀어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변한다. 곧이어 핵은 수축해 작은 백색왜성이 되고 껍데기에서는 많은 가스가 바깥으로 새나가 현재 태양계의 10배 크기인 성운이 된다. 이 성운을 행성상 성운이라 한다. 보통 고리 모양이라 예전에 작은 망원경으로 관측할 때는 행성처럼 보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행성상 성운에서는 고리 가운데에 밝은 백색왜성이 빛난다. 개미성운에는 백색왜성이 어디에 있을지 한번 찾아보자. 개미의 머리와 몸통이 연결되는 지점을 보면 밝은 별이 하나 눈에 띈다. 바로 이 별이 백색왜성이다. 개미성운으로 변신하기 전에 이 별이 태양과 같은 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허블우주망원경이 보여준 개미성운의 모습은 이전에 예측했던 태양 최후의 시나리오에 도전장을 내민다. 개미성운이 보통 행성상 성운처럼 고리 모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공처럼 생긴 별을 부풀린다 해도 공 모양이 돼야 하는데(물론 2차원적으로는 고리 모양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개미성운의 머리와 몸통은 중심별인 백색왜성에서부터 양쪽으로 나온 가스가 만들었다. 또 안을 잘 들여다보면 귓불 모양도 여럿 보인다.

과학자들은 개미성운의 모양에 대해 두가지 설명을 내놓는다. 하나는 중심별 가까이 또다른 천체가 있어 밖으로 나가는 가스에 강한 중력 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다른 하나는 중심별이 자전함에 따라 별 주변의 자기장이 꼬였고 이 자기장을 따라 밖으로 분출된 물질도 복잡한 형태를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개미성운은 태양 같은 별이 중력이나 자기장이라는 마법에 걸린 채 죽어가면서 우주공간에 남긴 신비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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