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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명함 같은 휴대폰 나온다

3차원 통합 모듈로 소형화·무선화 가능

한손에 쏙 들어오는 휴대폰이 한번 더 작고 얇아지기 위해 도약중이다. 바로 적층 모듈화 기술 덕분이다. 종이보다 얇은 세라믹을 여러 층으로 쌓아 각종 기능을 담는 이 기술은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전자통신기기 사이에 선을 없앨 수도 있다.

 

명함 같은 휴대폰 나온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 휴대폰을 갖고 다니는가. 아직도 흑백화면에 벽돌만한 휴대폰을 ‘호신용 무기’처럼 들고 다니지는 않는지. 요즘 웬만한 휴대폰은 컬러화면에다 손바닥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16화음 벨소리에 6만5천 컬러의 액정화면은 흔하고, 곧 40화음 벨소리에 26만 컬러의 박막액정표시장치 화면이 나올 전망이다. 40화음 벨소리면 자연음이나 다를 바 없고, 26만 컬러 화면이면 컴퓨터 모니터보다 또렷할 정도다.

변화무쌍한 휴대폰처럼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전자제품과 통신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도 소리에서 영상으로 변모하고 좀더 많은 정보를 좀더 빠르게 주고받기 위해 전자·통신기기는 디지털화를 통해 성능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전자·통신기기를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으려면 휴대하기 편하도록 작아져야 한다. 한마디로 전자·통신기기는 작으면서도 강력한 성능을 갖춰야 한다. 마치 작은 고추가 맵듯이 말이다. 또 작아지면 그만큼 재료도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전자·통신기기를 값싸고 작게 만들기 위해서는 부품을 소형화해야 한다. 하지만 부품은 이미 더이상 작게 만들면 오히려 가격이 비싸질 뿐 아니라 너무 작아서 조립할 수 없는 수준에 와있다. 기존의 부품들은 초록색 인쇄회로기판인 PCB 위에 2차원적으로 꽂혀 조립돼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단독 주택만으로 도시를 개발할 때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2차원적인 배치로는 더이상 주택 가격을 낮추기 힘들고 토지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다세대 공동주택이나 아파트처럼 꾸미면 어떨까. 실제로 부품들을 3차원으로 쌓으면 크기가 작아지면서 성능은 우수해진다. 여러 종류의 부품을 집적해 아파트처럼 3차원으로 쌓아 한 덩어리(모듈)로 만드는 방법을 ‘적층 모듈화’라고 한다. 적층 모듈화에는 여러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성질이 다른 재료 간에 문제가 없는 새로운 재료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설계에 따라 여러 모양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성형기술도 필수적이다.


1천℃의 낮은 온도에서 구워내

적층 모듈화는 단순히 3차원으로 쌓는 기술이 아니다. 이전에는 PCB 위에 납땜으로 조립됐던 각종 소자들이 3차원으로 한 모듈 내에 ‘녹아’ 들어간다.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세라믹 판을 여러 층으로 쌓아 복합화하는 방법이다. 어떤 층들은 저항의 역할을 하고 또다른 층들은 커패시터(콘덴서) 역할을 한다. 32비트 이상의 컴퓨터, 고성능 통신기기 등과 같은 고성능 제품에도 PCB를 다층으로 쌓는 종류가 쓰이지만, 적층 모듈화는 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PCB라는 플라스틱 기판은 아래층과 위층을 절연하는 기능만을 하지만, 세라믹으로 적층할 경우 절연 기능과 동시에 저항이나 콘덴서와 같은 소자 역할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적층하는 방법에는 LTCC라는 새로운 재료와 이를 성형하는 고도의 기술이 중요하다. 주로 유리와 세라믹을 혼합한 재료를 종이보다 얇은 그린시트(세라믹 테이프)로 만들고, 이 시트를 여럿으로 자른 후 각 시트 위에 금, 은, 구리 등의 금속을 단순 전극이나 소자의 역할에 맞도록 입히고 나서, 이들을 여러 층으로 쌓아 동시에 구워(소성해) 하나의 모듈을 만드는 기술이다. 세라믹과 금속을 동시에 구워야 하기 때문에 소성 온도를 녹는점이 낮은 금속에 맞춰 세라믹만을 소성하는 온도보다 낮은 온도인 1천℃ 이하에서 굽는다. LTCC의 뜻도 그래서 ‘저온 동시소성 세라믹’이다.

세라믹 테이프의 한 층은 두께가 5-20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이므로 이들이 여러 층으로 쌓인 LTCC 제품이 되더라도 두께가 1백μm인 종이처럼 얇아질 수 있다. 이같은 LTCC 제품이 휴대폰에 적용된다면 종이처럼 얇은 휴대폰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복합기능을 담당하는 하나의 모듈로 집적화하는 LTCC 기술은 아주 작고 가벼우면서 기능이 최대화된 차세대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기술인 셈이다.


부피 80% 가격 25% 경감 가능

LTCC 기술은 초기단계에 각종 통신기기에 사용돼 특정 주파수 대역의 신호만을 선택해 통과시키는 칩인 LC 필터와 같은 단품 칩에 적용됐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인덕터, 커패시터, 저항이 내장되고 반도체 칩을 탑재한 ‘프런트 엔드 모듈’(FEM)과 같은 ‘다중 칩 모듈’을 거쳐 여러 회로단이 하나로 통합된 형태인 ‘다기능 세라믹 모듈’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휴대폰 기능이 점차 다양해짐에 따라 관련 회로가 복잡해지고 있다. 이전의 삐삐와 같은 무선호출기에는 신호를 받는 기능을 하는 수신안테나만이 필요했다. 하지만 휴대폰의 역할은 음성 신호와 데이터뿐 아니라 영상신호까지 주고받도록 확대됐다. 따라서 휴대폰에 늘어난 기능을 회로에 다 적용하려면 자연히 부품이 작아지고 다기능 부품이 집적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기(주)는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일환인 차세대소재성형기술개발사업의 주관기업으로 ‘차세대 다기능 복합모듈 제조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TCC 기판을 이용해 휴대폰에 사용될 듀얼모드 ‘안테나 스위치모듈’(ASM)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후 현재 제품을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ASM은 현재 통화하는 주파수 대역인 9백MHz와 1.8GHz의 송수신 신호를 분리시켜주는 스위치, 여러 주파수 중에서 필요한 주파수만을 선택해 걸러주는 필터, 신호를 송수신하는 안테나 등의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휴대폰 사용자는 혼선이나 잡음 없이 상대방과 자신의 음성을 깨끗하게 동시에 송수신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기는 ASM과 표면탄성파 필터의 복합부품인 프런트 엔드 모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모듈은 전기를 가하면 미세하게 진동하는 압전세라믹을 이용해 특정 표면탄성파에 맞는 주파수만을 선택한다. 즉 필요없는 주파수를 완전히 걸러내는 특성을 갖고 있어 휴대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된다. 이렇게 필터, 안테나 등의 단품을 하나로 만들면 기존의 제품 부피를 80%나 줄이고 가격도 25% 절감된다.
 

LTCC 기술로 평판 안테나가 적용 되면 휴대폰에서 돌출형 안테나는 사라진다.



휴대폰 안테나가 사라진 비밀

LTCC 기술은 안테나에도 응용되고 있다. LTCC 기술을 이용하면 위성통신용 대형 안테나를 평판으로 작게 만들 수 있다. 노트북 컴퓨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평판 안테나를 생각했다. 노트북 뒷면에 평판안테나를 붙이면 위성통신을 바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에도 막대형 안테나 대신 평판 안테나를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자동차의 뒤창에는 서리나 김을 제거하기 위한 열선이 코팅돼 있다. 이곳에 평판 안테나를 인쇄해 부착할 수 있다면 기존의 안테나가 필요없을 뿐 아니라 위성 TV를 보거나 통신을 할 수 있다. 고속버스에서도 깨끗한 영화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휴대폰에 사용되는 안테나는 어떨까. 얼마 전까지 휴대폰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안테나는 외부의 안테나를 넣었다 뺏다 할 수 있도록 돼있는 형태였다. 이런 안테나는 휴대폰 내부에 도선으로 된 안테나와 외부 안테나를 넣고 빼는 부분에 또한 코일처럼 감겨진 안테나로 구성되기 때문에 상당한 부피를 차지하는 단점을 가진다. 하지만 요즘 출시되는 단말기는 내부 안테나가 수신할 수 있는 성능을 높여 머리만 나온 채 고정된 돌출형 안테나를 사용하는 추세다. 돌출형 안테나는 코일로 감겨진 안테나 중앙에 세라믹을 삽입해 수신 특성을 더욱 향상시키고 크기도 줄일 수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휴대폰 중에는 어디를 봐도 안테나가 보이지 않는 종류가 있다. 일본 무라타 사가 개발한 세라믹 칩 안테나의 경우에는 사각형이나 원형의 세라믹 막대에 안테나를 프린트해 만드는 형태로 휴대폰 내부에 들어간다. 돌출형과 달리 안테나가 사람 머리 쪽에서 멀기 때문에 전자파의 영향이 덜할 수 있다. 또 핀란드 노키아 사에서 나온 휴대폰에는 내부에 LTCC를 이용한 평판 안테나가 들어있다. 이 안테나는 사방에서 송수신이 가능한 돌출형과 달리 평판 형태이기에 다른 쪽보다 평평한 쪽으로 송수신 특성이 좋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에는 기지국 전파망이 상당히 안정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래서 평판 안테나가 들어간 휴대폰이 유럽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평판 스마트 안테나는 향후 위치정보가 휴대폰의 기본적인 기능이 되면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모든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응급구조에 전화를 거는 사람의 위치를 자동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서리나 김을 제거하기 위한 열선이 코팅된 자동차 뒤창에 평 판 안테나가 부착된다면, 위성TV 를 보거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전세계 단일화된 통신환경 구축

LTCC 기술은 전자·통신기기 자체를 소형화하려는 노력에는 물론 많은 기기들을 연결하는 선을 없애기 위한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LTCC 기술를 이용한 통신부품 모듈을 각종 전자제품 간에 연결선이 필요없도록 규격화한 것이 블루투스(Bluetooth) 모듈이다. 세계적으로 같은 통신주파수(2.4GHz)로 고정되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서나 사용될 수 있다.

컴퓨터 뒤쪽만 보더라도 전원, 모니터, 키보드, 프린터 등으로 이어지는 온갖 잡다한 선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이런 장치들을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USB를 개발했지만, 선을 아예 없앨 수는 없었다. 컴퓨터에서 케이블을 없앨 수만 있다면, 컴퓨터를 무선으로 동작시킬 수만 있다면, 한군데 밀집돼 있는 컴퓨터 관련 장치들을 분산시킬 수 있고, 좀더 효율적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무선 전화기의 출현으로 기존의 유선 전화기에 연결된 선 때문에 제한되던 활동범위가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 생각해보라. 이것이 바로 블루투스가 탄생한 기원이다.

블루투스는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바이킹 왕인 헤럴드 블루투스(Harald Bluetooth, 910-985)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헤럴드가 스칸디나비아를 통일한 것처럼 블루투스 기술이 서로 다른 통신장치들 간에 선을 없애고 단일화된 연결장치를 이룬다는 뜻이다. 또한 헤럴드가 여행가로도 유명한 것처럼 호환성을 지닌 블루투스 기술이 전세계 어디를 여행하든, 단일 장비로 통신이 가능하도록 모든 통신 환경을 일원화시켜주길 바라는 뜻도 담겨있다.

블루투스는 휴대폰, PDA(개인휴대단말기), 노트북컴퓨터, PC 등 디지털 제품이라면 모두 가능하다. 블루투스는 금속이 아닌 물체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노트북컴퓨터가 가방에 있는 상태에서 컴퓨터가 수신한 e메일을 휴대폰으로 받을 수 있다. 또 휴대폰이나 PDA가 PC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각종 자료를 받도록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PC의 경우 전원을 공급하는 선만 제외하면 모든 선이 블루투스로 대체될 수 있다. 키보드, 마우스, 프린터 등 주변장치를 연결하는 선이 사라지는 셈이다. 블루투스가 탑재된 휴대폰은 사무실에서는 내선전화, 가정에서는 무선전화, 밖에서는 이동전화로 변신할 수 있다.

블루투스는 현재 휴대기기 제조업체는 물론 자동차 제조업체 같은 기업의 지지도 받고 있다. 채택 의사를 밝힌 업체수가 1천3백개사를 넘어섰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세계 유력 IT업체들이 블루투스 보급단체인 블루투스 SIG의 주도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에릭슨, 필립스, 스리콤, 마쯔시다 등은 LTCC 기술을 적용한 블루투스 모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이런 블루투스 모듈은 향후 2-3년 내로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표준으로 탑재될 것으로 보여 시장 파급 효과가 매우 크리라고 예상된다.


LTCC제품이 나오기까지

LTCC 기술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세라믹스 미세 분말을 바인더(고무풀)와 함께 알코올이나 물과같은 액상 용매에 섞어 죽과 같은 슬러리(slurry)를 만들고, 이 슬러리를 저장조로 옮긴 후에 진공펌프를 이용해 압력을 낮춰 공기방울을 빼내는 과정을거친다. 그린시트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전자 세라믹스 제품에 널리 응용되는 성형법인테이프 캐스팅 기술을 사용한다. 공기방울을 뺀 슬러리를 테이프 캐스터의 바탕 테이프 위에 얇게 펼친 다음 건조실을 거쳐 용매는 날려 버리고 바탕 테이프에서 떼어냄으로써 테이프형 성형체를 얻는 것이다. 그린시트라 불리는 이 세라믹 테이프에는 미세한 세라믹 분말과 용매에 녹았던 바인더가 섞여있다. 때문에 고무와 비슷한 특성이 있어 여러가지 모양으로 가공하기 쉽다. 따라서 테이프를 원하는 크기로 여러 장 자르고아래층과 위층의 전기회로를 연결하기 위한 구멍을 뚫는다. 다음에는 각 층 위에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금, 은,구리 등의 금속을 입힌다. 다시 말하면 인덕터(L), 커패시터(C), 저항(R) 등 원하는 소자의 패턴을 스크린 프린터를 이용해 등사 인쇄하듯 인쇄하는 것이다. 인쇄된 테이프 층들을 설계 순서에 맞게 정렬해 적층한 후 특정한 형태를 갖도록 잘라낸다. 이후 슬러리를 제조할 때 첨가된 바인더를 제거하면서 구우면 LTCC 제품이 완성된다.

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홍국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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