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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와의 만남

소설은 과학대중화 가장 좋은 수단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7월 중순 소설‘개미’의 작가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소설 속에서 수많은 과학적 사실들을 잘 활용해 왔고 왠만한 과학자들보다 더 다양하게 과학적 사실을 알고 있을 것 같은 그를 만났다.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 동안 과연 그에게 압도당하지 않고 충분한 얘길 나눌 수 있을까 다소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40대라는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가득하고 장난기로 똘똘 뭉친 소년 같은 어른이었다. 그와의 대화는 과학이 어떻게 대중에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과학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 당신의 작품은 과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언제부터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다. 특히 화학실험을 하는 화학자 놀이를 무척 좋아했다. 개미를 직접 길렀고, 학교에서는 천문학 클럽에서 활동했다. 이론보다는 실험이나 응용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 그런데 왜 대학에서 과학이 아닌 법학을 전공했나.

지역여건이 그랬다. 내가 살았던 프랑스의 툴루즈라는 곳에서는 좋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법학과를 가는 것이 상례였다. 법학에는 관심이 없다. 법학과는 다양한 전공분야로 나눠져 있는데, 나는 과학과 가장 관련 있는 ‘범죄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과학기자를 한 것도 과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의 만남


▶ 대학 졸업 후 7년 간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라는 프랑스의 유력한 주간지에서 과학기자를 했는데, 당시 생활은 어떠했는가.

과학부 기자로서 어려움이 많았다. 기자조직의 위계질서가 특히 나를 힘들게 했다. 주로 과학관련 르포를 중심으로 썼다. 그래서 실험실이나 연구소 중심으로 취재를 많이 했다. 이때 현장에서 얻은 정보가 소설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 특히 이번에 발간한 ‘뇌’가 그렇다. 기자 시절에 뇌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당시 기사에 쓰지 못했던 내용이 여기에 많이 포함돼 있다.


▶ 작품 속의 과학적 소식이나 사실은 어디에서 얻는가.

주로 과학자 친구로부터 얻는다. 새로운 과학적 소식이나 내용을 과학자 친구들이 말해준다. 또한 그들은 내게 공부해야 할 주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 당신은 글에 철학적 질문을 담아 이에 대한 답을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전개해나간다. 예를 들어 신간 ‘뇌’에서는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우리 인간은 어디로부터 왔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답해나가고 있다. 이런 철학적 질문을 답하는 것에 과학은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과학과 철학의 결합이 내 작품의 원칙이다. 철학은 과학으로부터 설명될 수 있다. 역으로 과학은 철학으로부터 발전할 수 있다. 과학과 철학은 오랫동안 공존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 수많은 과학적 사실을 소설 속에서 어떻게 구성하는가. 내용이 과학적 논리로부터 벗어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나는 다양한 정보들을 ‘연출’한다. 보여주기가 원칙이다. 어떤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 속에서 인물이 과학적 사실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집필 전에도 과학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지만, 쓰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그들로부터 검증을 받는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의식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과학적 사실을 소설이라는 방식을 빌어 소개하고 있는데 소설과 과학의 만남이 과학의 대중화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소설과 과학의 접목은 과학의 대중화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평소 과학에 눈길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현재 소설을 쓰는 일은 과학기자로서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특히 젊은이들을 겨냥해 글을 쓴다. 프랑스에서는 내 소설을 읽고 과학을 전공하게 된 젊은이들도 있다. 또 내 소설이 고등학교 교재로 쓰이기도 한다. 교사는 나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학생들은 과제를 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이때 학생들과 나는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 평소의 하루 일과는 어떠한가.

오전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글을 쓴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과학자들은 만난다. 이때 좋은 정보를 많이 얻는다. 오후에는 희곡을 쓰거나 영화관련자, 출판사의 편집자를 만난다. 때로는 산책을 한다. 희곡 역시 과학적 내용을 다룬다. 저녁에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본다. 예전에는 이 시간에 주로 단편소설을 썼는데, 요즘에는 특별히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 이쯤에서 그는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과학기자가 됐었는가. 이에 대해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학에 관심이 많지만 대학 때 공부를 열심히 안했다. 과학기자는 과학자가 아니고 과학에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고.



▶ 그렇다면 당신은 왜 과학기자가 됐는가.

당신과 비슷하다. 과학은 너무 재미있는 분야여서 과학자에게만 맡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과학저널리스트가 됐던 이유이다. 의사로 치면 과학저널리스트는 일반의로서 활동하는 셈이다. 전문의가 되면 어느 한 분야만 자세히 알뿐이다. 그러나 일반의는 다양한 분야를 고루고루 접하게 된다. 때문에 철학자와도 함께 일할 수 있다.


▶ 과학을 어떻게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가.

영화와 소설에서 주로 배운다. 또 과학자들과의 토론에서도 얻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과학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학교교육에서 과학을 배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학교교육은 과학을 잘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프랑스 교육은 좋은 과학자를 길러내기가 어렵다. 프랑스는 낡은 방식에 얽매어 새로운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산업과 동떨어져 있고 교육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과학이 인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과학의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는 인간이 과학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세계는 아직도 갈등과 전쟁 속에 있다. 아무리 과학적 진보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인간의 의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선 인간 의식이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래야 과학적 발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뇌’, ‘아버지들의 아버지’ 등에서 주인공으로 잡지사 과학부 여기자가 등장하는데, 실존인물인가.

실존인물은 아니다. 과학부 기자로 여성은 매우 드물다. 소설에서 과학부 남성기자를 등장시킨다면 과학에 더욱 딱딱한 이미지만을 더할 뿐이다. 나는 과학과 사랑이 만나기를 원했다.

내 소설에는 유머, 사랑, 서스펜스, 과학, 모험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당신이 내게 첫번째 과학잡지사 여기자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프리랜서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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