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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도심지의 주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비용으로 인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노선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도시철도 건설정책이 최근 지하철에서 경량전철이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전환됐다.

경량전철은 시간당 5천-3만명의 수송능력을 갖고 있는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규모의 철도다. 중량전철인 지하철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건설비와 운영유지비가 절반 정도로 대폭 절감된다. 아울러 유연한 노선계획이 가능한 도시환경 친화적인 첨단 궤도교통시스템이다. 현재의 지하철을 보완하는 미래형 도심교통수단인 경량전철을 만나보자.

완전 자동화된 무인운전 시스템

전국 곳곳에서 경량전철 도입이 결정되거나 추진되면서 우리나라는 경량전철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상일역-하남시 구간(7.8km)을 비롯해 10여개의 노선이 건설될 계획이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 신사역 - 학여울역 구간(6.6km)과 강북 뉴타운 지역 등 10여개의 노선이 계획되고 있다. 이 외에도 대전, 부산 등 지방 곳곳에서 경량전철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건설되거나 계획중인 경량전철의 가장 큰 특징은 무인으로 운행된다는 점이다. 경량전철은 객차가 작고 짧기 때문에 한번에 수송할 수 있는 승객수는 많지 않다. 대신 열차가 운행되는 횟수는 늘어난다. 운행횟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경량전철이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운행되기 위해서 무인운전은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다.

사람이 하는 유인 운전의 경우 운전자가 열차의 상태를 항상 모니터링하면서 출입문을 개폐하고, 필요에 따라서 실내등, 에어컨 등을 조절한다. 특히 운전자는 열차에 장애나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 이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바로 취할 수 있다. 무인자동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기능을 자동화해야 한다.

경량전철이 완전 무인으로 자동 운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지상과 차량에 이를 담당하는 신호제어시스템이 필요하다. 신호제어시스템은 무인운전을 구현하고 시스템의 안전을 지키는 최종 보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호제어시스템을 통해 열차 위치가 확인되고, 자동으로 속도가 결정되고, 안전거리가 확보된다. 정차하고 출입문을 개폐하는 일에서 레일파손 감지 등 뜻밖의 사고도 대비한다.

인명을 수송하기 때문에 무인운전을 위한 장치는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이와는 별도로 중앙명령실에서는 열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그러다가 고장이나 장애가 발생할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하게 된다.

특히 경량전철이 역사를 진입하거나 출발할 때 다양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승강장에서의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장애물검지시스템이 중요하다. 장애물검지시스템은 승강장에서 사람 또는 물건이 선로로 추락을 하면 이를 인식해 신호제어시스템에 알려준다. 그 결과 역사에 진입하는 경량전철은 비상제동을 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각양각색 종류중 선택 가능해

경량전철은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적용되는 지역에 맞는 맞춤형 경량전철 선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다양한 경량전철은 차량의 동작원리와 운행방법에 따라 몇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고무차륜 무인운행철도(AGT, Automated Guideway Transit)는 고무타이어로 된 바퀴를 사용하는 경량전철이다. 고무타이어를 사용하므로 소음과 진동이 적으며, 굴곡이 심한 곳도 운행이 가능하다. 철제차륜 AGT는 노면전차를 개량한 경량전철로 철로 된 바퀴를 사용한다. 고무차륜 AGT에 비해서는 소음과 진동이 크지만, 눈길이나 빙판에서는 좀더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선형유도모터 AGT는 선형유도모터(LIM, Linear Induction Motor)의 일부를 선로에 설치해, 여기에서 발생하는 전자력을 바퀴에 전달해 차량을 움직인다. 이 경량전철은 차량 높이를 낮출 수 있어 터널을 팔 때 건설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소모가 커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지닌다.

소형궤도철도(PRT, Personal Rapid Transit)는 모든 역사를 네트워크로 구성해 1-6명의 승객을 수송하는 미래형 경량전철이다. 승객은 역사에서 차량을 호출해 탑승한 후 목적지까지 정차하거나 갈아탈 필요 없이 논스톱으로 이동한다. 최근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개발이 진행중이다.
이외에도 기존 도로를 노선으로 사용하는 노면전차, 궤도 위를 주행하는 모노레일, 자기부상식 경량전철 등이 있다.

시제차량 제작 완료되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량전철 도입 초기단계서부터 경량전철시스템 기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철의 경우 자체 기술 없이 선진국에서 도입했다가 고장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처가 어려웠고 유지 보수비용이 증가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량전철 기술개발사업은 크게 차량분야의 표준사양 제정, 그리고 분야별 시제품 개발과 종합시험평가라는 2단계에 걸쳐 수행되고 있다. 표준사양은 도시철도법에 따라 정해지는데, 도시철도의 효율적인 운영과 호환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우리나라 운영환경에 적합하고, 향후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고무차륜 AGT와 철제차륜 AGT 차량에 대한 표준사양은 지난 1998년에 결정됐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해 곳곳에서 경량전철을 도입 계획이 수립됐지만 실제 사업 추진은 국내 기반기술 미흡으로 부진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경량전철 기술개발사업에서는 경량전철의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고무차륜 AGT 시스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종합시험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2량으로 구성된 시제차량 제작을 완료해 실내에서 시험중이다.

경량전철을 비롯해 지하철은 직류 급전시스템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직류 급전시스템의 핵심요소인 직류 배전반을 전적으로 해외기업에서 수입해야 했다. 경량전철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직류 배전반의 국산화가 달성됐다. 이와 함께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예방진단까지 가능한 전력시스템(SCADA)이 개발됐다.

운행하는데 필요한 직류전기는 지하철 차량의 경우 케이블이나 전차선에 닿아있는 판토그라프를 통해 받는다. 경량전철 차량은 대부분 교량 위로 주행하기 때문에 미관을 고려해 차량 위 대신 선로 옆에 설치된 전차선을 이용한다. 차량에 달려있는 집전 슈가 여기에 미끄러지면서 접촉해 전기를 받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된 적이 없는 기술로 시제품 제작을 완료한 상태다.

마지막 과제는 안전성 확보

경량전철의 핵심기술인 무인운전을 담당하는 신호제어시스템은 전기, 전자, 컴퓨터,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다. 경량전철 기술개발사업에서는 열차운행제어 관리장치와 자동열차 제어장치, 열차무선데이터 전송장치를 개발해 실용화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열차운행제어 관리장치는 열차의 운행을 감시하면서 진로를 자동으로 설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자동열차 제어장치는 열차의 위치를 파악해 다른 열차의 충돌을 방지해 안전운행을 보장한다. 열차무선데이터 전송장치는 다양한 장치들을 서로 연결해 열차운행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도록 도와준다. 현재 활발히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2004년까지 제작을 완료할 예정이다.

경량전철이 실제 노선에 투입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험평가를 통해 신뢰성을 검토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각 분야별로 시험평가를 위한 절차와 소요 시험항목에 대한 시험평가종합계획이 작성됐다. 올해에는 이 절차서에 따라 구체적인 측정물리량, 측정위치, 구체적인 측정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북 경산시 인근에 약 2.3km의 시험선로에 대한 설계가 최근 완료됐다. 2004년에는 시험선을 준공해서 시험선에서 종합시험평가를 수행할 예정이다. 곧 우리손으로 만든 경량전철이 우리 곁에 다가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