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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디카프리오 합친 아기

줄기세포 이용한 대체장기 클리닉도 성업

‘어떤 아기를 원하십니까? 원하는 대로 맞춰드립니다.’10년 뒤 산부인과 병원에는 이같은 선전문구가 붙을 지도 모르겠다. 어디 이 뿐이랴. 약물 하나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며 병든 장기나 기능이 떨어진 부위를 새장기로 교체한다면…. 2010년 미래의 의료환경은 어떻게 변할지 미리 살펴보자.

 

줄기세포 이용한 대체장기 클리닉 성업


경기도 분당의 한 대학부설 맞춤아기 클리닉센터. 박재훈씨는 분만실 앞의 긴 복도를 초조함으로 서성대고 있다. 아내인 김유미씨가 분만실에 들어간지 벌써 2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아내가 30의 나이를 훌쩍 넘긴데다, 그동안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가 어렵게 결심한 임신이라 걱정이 더욱 컸다.

지난 해, 박재훈·김유미 부부는 결국 아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자신들의 노후 준비도 바쁜데 굳이 아기를 가질 필요가 있겠냐던 부인이 대학 동창회에 다녀온 뒤, 갑자기 아기를 낳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맞춤아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부모의 유전자를 기본으로, 다른 유전자를 주입해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능력을 향상시킨 태아를 낳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다.

신기술에 대해 회의적인 남편은 아기를 설계한다는 점이 어색하고 꺼림직해 내키지 않았지만, 부인은 취업 경쟁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남편은 결국 부인의 “안전하다면 뭐가 문제겠어요?”라는 마지막 한마디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부는 임신센터를 방문해 DNA 적합성 검사를 받은 뒤, 원하는 아기의 정신적·육체적·정서적 특징을 결정하는 신생아 유전자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맞춤아기 클리닉센터에서는 요즘 가장 인기있다는 바이오 임신 패키지를 권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지능유전자와 1등급 예술 증폭 유전자, 글로벌 바이러스 백신 유전자 등으로 구성된 이 패키지는 신혼부부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옵션’ 중 하나다.

박재훈씨가 잠깐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분만실 안에서 ‘으앙’하는 아기의 힘찬 울음이 들렸다. 10개월 동안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부인 품에 안겨 해맑게 웃는 아기의 모습에 눈녹듯 사라져 버렸다.


병에 걸릴 ‘싹’ 미리 제거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의 상황을 묘사한 이같은 얘기에 마리아 병원 생명공학연구소의 박세필 소장은 “전혀 허황된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라며 “물론 과장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복제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다”라고 말한다.

현재의 배아복제기술은 착상 전 수정란의 유전진단법(PGD,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으로 얼마든지 ‘마음에 드는’ 수정란을 골라 낼 수 있다. 수정란은 수정 이후에 자신의 세포 수를 2배씩 늘려가는 복제 과정을 거친다. 이때 수정란은 2, 4, 8배기…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PGD는 보통 8배기 상태의 할구를 대상으로 혈우병, 근육 퇴행증, 다운증후군 등과 같이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선천적인 유전질환을 가려내기 위해 실시한다. PGD 결과, 이상이 있는 할구는 버리고 정상 할구만 선택해 키우면 유전적으로 결함 없는 아기를 얻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미국의 미네소타주에서는 이미 이같은 기술로 맞춤아기를 탄생시켰다. 판코니빈혈증이라는 희귀한 유전질환을 앓는 딸 몰리(6세)를 살리기 위해 그 부모가 동생을 선택적으로 임신하고 출산해 결국 딸을 살려낸 것이다. 당시 미네소타대의 존 와그너 박사는 몰리와 조직이 일치하는 골수를 가진 아기를 낳도록 하기 위해, 부인의 난자 15개를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배아 10개를 얻었다. 그런 다음 PGD 검사로 판코니 빈혈 유전자가 없는 배아를 골라 출산시키는데 성공했다. 몰리는 동생 아담의 탯줄혈액에서 이식받은 골수가 혈소판과 백혈구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한달 만에 퇴원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가능

하지만 아담은 진정한 맞춤아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아담은 8개의 배아세포 중에서 ‘선택’된 것이지, 배아 자체에 어떤 유전적 ‘조작’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진정한 맞춤아기는 배아상태에서 원하는 특성이 나타나도록 유전자를 조작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일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눈동자의 색깔만 하더라도 적어도 4-5개의 유전자가 관여해 결정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현재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이처럼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형질을 발현시키는 기술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 이후에 출현한 생물정보학, 단백질체학, 화학유전체학 등의 학문은 어느 유전자가 인간의 특정 형질을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줄기세포 연구는 이 유전자가 발현되는 특정 조건을 찾고 있다. 박 소장은 “지금의 추세라면 향후 10년 뒤에는 기술적인 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맞춤아기를 만드는데 아무 문제점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맞춤아기는 생명윤리 문제와 열성·우성 유전자에 따른 또다른 인종차별 문제 등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현재로서는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맞춤 아기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가능



치료약도 맞춤 제조 시대

이에 비해 ‘맞춤약물’은 질병치료라는 대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없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맞춤약물이란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맞춰 개인에게 꼭 들어맞는 치료제를 말한다. 즉 나의 유전자 특성은 이러이러하니 감기약의 분해효소가 일반인에 비해 부족하다는 정보를 파악해 내게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약물을 설계한다는 개념이다.

사람의 유전자 염기서열은 99.9%가 같다. 하지만 나머지 0.1%는 염기 한두개가 바뀌어 유전적 운명이 달라진다. 이를 ‘단일염기변이’(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라 하는데, 바로 맞춤약물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SNP의 특성을 파악해 제조하는 맞춤약물은 부작용이 없을뿐 더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다. 이화여대 약학부 박혜영 교수는 “맞춤의약의 최종 목표는 개인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나만의 약’을 만드는데 있다”고 말한다.

발기부전과 비만, 대머리 등은 딱히 질병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다. 현재 뚜렷한 치료약이 개발돼 있지 못한데다, 이미 개발된 몇몇 약품들도 모두 부작용의 소지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10년 뒤의 맞춤의약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제조되기 때문에 대머리나 발기부전 등을 부작용없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치료약도 맞춤 제조 시대



컴퓨터에서 자라는 암세포

이런 신약을 개발하는데는 ‘가상세포’가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가상세포란 컴퓨터 내에 진짜 세포와 똑같은 구조와 기능을 갖춘 ‘사이버 미생물’을 말한다. 키보드를 두드려 가상세포에 적절한 자극을 가하면 실제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 이를 이용하면 실제 실험을 하지 않고도 컴퓨터에서 세포를 배양하고,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 단백질과 유전자를 발굴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미 지난 2001년, KAIST 이상엽 교수는 바이오인포메틱스(주)와 함께 멘하이미아균에 대한 가상세포의 초기형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균은 식품첨가물과 공업용 원료로 큰 가치를 지닌 숙신산을 만든다. 컴퓨터에 저장된 맨하이미아균의 복잡한 대사회로를 조작해, 기존의 방법보다 약 10배 이상 숙신산을 더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충북대 생물정보학 연구센터의 김영창 교수는 “가상세포 기술이 발전해 암 세포가 가상세포로 구축된다면 암 정복은 시간문제다”라며 “가상세포 시스템은 항암제나 항생물질 개발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10년 뒤 어쩌면 우리는 암세포 연구소의 모니터 안에서 약효검증을 마친 항암제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실로 다가온 6백만불의 사나이

10년 뒤 의료환경을 주도할 신기술을 묻는 질문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하상도 박사는 ‘DNA 칩과 단백질 칩 등을 이용한 예방의학’과 ‘나노 약물전달 시스템’ 그리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생체장기’를 꼽는다.

BT와 NT가 결합한 대표적 예인 DNA 칩과 단백질 칩은 이미 개발단계를 지났으며 앞으로의 관건은 좀더 민감한 칩을 저렴한 가격에 양산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다.

또한 나노기술을 이용한 약물전달 시스템은 원하는 암 부위에만 항암제를 정확히 투여하거나 조혈제, 골다공증 치료제 등 생체 흡수율이 낮은 단백질 약물의 흡수율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조직이식 거부반응이 없는 생체장기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생체장기는 무엇보다 면역부 반응이 없기 때문에 병든 장기를 새 장기로 교체하는 등‘6백만불의 사나이’가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10여년 후에는 생체장기를 이용한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대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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