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 무료 진로 상담자 모집공고를 낸 뒤, 독자들의 상담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에서 다양한 독자들이 지원하고 있다. 개별 연락을 통해 신청자 모두에게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며,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신청자들은 전화로 상담을 진행했다. 신청자별로 1시간가량 심층 상담이 이뤄졌다. 그중 몇몇 사례를 요약해서 싣는다.
상담 진행 신혜인 leedhshy@hanmail.net
APBOS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학생들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사례 1 과학기자가 되고 싶은 소극적인 모범생
“과학동아리 활동과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과학기자나 저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구환경과학과를 나와서 환경보호와 연관된 과학기술을 더 배우고 싶어요.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포트폴리오에 다양하게 쓸만한 내용이 없어서 고민이에요. 또 소극적인 성격에 말하기도 자신이 없고요. 부디 저를 도와주세요.”
과학동아 편집부에는 매달 꿈과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들의 진지한 사연이 도달한다. Y학생의 메일에도 미래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났다.
“과학기자가 되고 싶다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뭐지?”
“중2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특히 지구과학이 쉽고 재미있었어요.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어요.”
Y학생은 내신성적이 1~2등급이다. 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만한 성적이다. 그 정도의 성적이라면 입학사정관들에게 기본적인 성실함은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하는 대다수 지원자들 또한 성실한 학생들이다. 성실함이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과학기자가 되고 싶다면 입학사정관에게 자신이 글쓰기를 얼마나 잘 하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원동기는 분명하지만, 그 내용에 좀 더 살을 붙여 표현하면 좋겠구나. 최근 기상악화나 생태파괴에 대한 뉴스나 다큐멘터리, 또는 책을 보고 크게 마음을 움직였던 일을 함께 말하면 어떨까? 그리고 앞으로 환경에 대한 글을 써서 우리나라에 어떤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는 게 좋겠지. 독서는 많이 했니?”
“책은 많이 읽었는데 독후감은 많이 못썼어요. 읽고 감상을 적기가 왠지 어렵더라고요.”
“이공계 독후감을 쓰는 방법을 몰라서 어려운거야. 이공계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 때문에 소설이나 수필과 달라. 읽고 꼭 감상을 적을 필요가 없어. 책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해보도록 해.”
특히 독후감은 서류전형에 제출한 뒤 면접에서 종종 질문을 받는 항목이다.
“입학사정관은 네 꿈에 대해 질문을 하고, 네가 읽은 책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어. 그럴 때 유연하게 대화를 이어가면 좋겠지. 너는 말하는 데 소질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아. 핵심을 잘 전달하고 있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한다면 충분할 거야.”
“저는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친구를 보며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어요.”
“실제 면접은 화려한 언변을 보려는 게 아니야. 평소에 풍부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면 돼. 무엇보다 밝은 표정으로 말하는 걸 잊지 말고!”
새롭고 낯선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워하는 Y학생은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Y학생은 부모님의 일 때문에 지방에서 이사를 자주 다녔다. 그런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관리를 잘해온 점은 장점으로 내세울 만하다.
“성적은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 관리해왔지만, 고3이 되면 수능 성적이 다소 떨어지게 마련이지. 난이도 높은 문제들을 확실하게 공략하는 게 좋겠구나. 네가 어려워하는 유형의 문제들을 한데 모아서 분석하고, 공략해보도록 해.”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Y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건넸다.
“세상에는 개그맨처럼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 테레사 수녀처럼 세상을 포근하게 하는 사람도 있어. 너처럼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올곧게 판단하는 사람도 필요해. 그러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는 아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꿈을 키워가길 바란다.”


상담 진행 신혜인 leedhshy@hanmail.net
APBOS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학생들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사례 1 과학기자가 되고 싶은 소극적인 모범생
경기 S고등학교 3학년 Y학생
“과학동아리 활동과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과학기자나 저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구환경과학과를 나와서 환경보호와 연관된 과학기술을 더 배우고 싶어요.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포트폴리오에 다양하게 쓸만한 내용이 없어서 고민이에요. 또 소극적인 성격에 말하기도 자신이 없고요. 부디 저를 도와주세요.”
과학동아 편집부에는 매달 꿈과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들의 진지한 사연이 도달한다. Y학생의 메일에도 미래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났다.
“과학기자가 되고 싶다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뭐지?”
“중2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특히 지구과학이 쉽고 재미있었어요.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어요.”
Y학생은 내신성적이 1~2등급이다. 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만한 성적이다. 그 정도의 성적이라면 입학사정관들에게 기본적인 성실함은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하는 대다수 지원자들 또한 성실한 학생들이다. 성실함이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과학기자가 되고 싶다면 입학사정관에게 자신이 글쓰기를 얼마나 잘 하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원동기는 분명하지만, 그 내용에 좀 더 살을 붙여 표현하면 좋겠구나. 최근 기상악화나 생태파괴에 대한 뉴스나 다큐멘터리, 또는 책을 보고 크게 마음을 움직였던 일을 함께 말하면 어떨까? 그리고 앞으로 환경에 대한 글을 써서 우리나라에 어떤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는 게 좋겠지. 독서는 많이 했니?”
“책은 많이 읽었는데 독후감은 많이 못썼어요. 읽고 감상을 적기가 왠지 어렵더라고요.”
“이공계 독후감을 쓰는 방법을 몰라서 어려운거야. 이공계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 때문에 소설이나 수필과 달라. 읽고 꼭 감상을 적을 필요가 없어. 책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해보도록 해.”
특히 독후감은 서류전형에 제출한 뒤 면접에서 종종 질문을 받는 항목이다.
“입학사정관은 네 꿈에 대해 질문을 하고, 네가 읽은 책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어. 그럴 때 유연하게 대화를 이어가면 좋겠지. 너는 말하는 데 소질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아. 핵심을 잘 전달하고 있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한다면 충분할 거야.”
“저는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친구를 보며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어요.”
“실제 면접은 화려한 언변을 보려는 게 아니야. 평소에 풍부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면 돼. 무엇보다 밝은 표정으로 말하는 걸 잊지 말고!”
새롭고 낯선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워하는 Y학생은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Y학생은 부모님의 일 때문에 지방에서 이사를 자주 다녔다. 그런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관리를 잘해온 점은 장점으로 내세울 만하다.
“성적은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 관리해왔지만, 고3이 되면 수능 성적이 다소 떨어지게 마련이지. 난이도 높은 문제들을 확실하게 공략하는 게 좋겠구나. 네가 어려워하는 유형의 문제들을 한데 모아서 분석하고, 공략해보도록 해.”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Y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건넸다.
“세상에는 개그맨처럼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 테레사 수녀처럼 세상을 포근하게 하는 사람도 있어. 너처럼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올곧게 판단하는 사람도 필요해. 그러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는 아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꿈을 키워가길 바란다.”


사례 2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C중학교 3학년 L학생
“너는 특기가 뭐니?”
“영어 말하기를 잘하고요. 끈기가 있어요. 뭐 든 한 가지에 꽂히면 될 때까지 해요.”
“장래희망이 있니?”
“네. 저는 방송국에 들어가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PD가 되고 싶어요.”
“그래. 아주 멋진 꿈을 갖고 있구나. 갈수록 미디어가 발달해서 그런 컨텐츠를 만드는 일이 앞으로 각광받는 직업이 될 거야. PD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훈훈한 얼굴에 너스레를 잘 떠는 L학생은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인 학생이다. 제법 리더십도 있어 무리를 이끈다. 안타까운 건 L학생이 공부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 내신성적이 하위 30%대에서 맴돌고 있다. 자신만만하게 PD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했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노력도 엿볼 수 없었다.
“네 꿈은 저 위에 있는데 현실은 이러하니 그 격차가 너무 클 수밖에…. 지금까지 16년 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온 친구들을 생각해봐. 그런 친구들이라면 PD가 되고 싶다면 PD가 될 수 있고,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과학자가 될 수 있겠지. 김연아 선수가 7살 때 피겨스케이팅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갖고 어떻게 살아왔을까? 지금까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PD가 되겠다고 나서는 네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오히려 불공평한 게 아닐까? 그리고 과연 그게 가능할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
영재고, 과학고를 가려고 준비하는 또래의 중3 학생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모르는 문제는 선생님을 붙잡고 물어볼 것이다. 쉬는 시간이나 통학 시간도 흘려보내지 않고 영어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밤에는 졸음과 싸워가며 예습과 복습을 하는 그런 학생일 것이다. 꿈이 있다고 힘들지 않는 건 아니다. 힘들더라도 꿈이 있기에 기운을 낼 수 있다.
L학생은 어느날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을 정하면 자신이 그것을 당연하게 이룰 줄 알고 너무 자신만만하게 살아왔다. 그런 L학생에게 선생님은 진지한 충고를 한다.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을 잘 살펴봐. 그들이 어떤 준비를 해서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그러면 네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을 거야. PD가 되는 길에는 다양한 갈래가 있어. 연극영화과에 가서 연출을 전공 한 뒤 방송국에 취직하는 방법도 있고, 일반학과를 나와서 방송국 입사 시험을 보고 PD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어. 대체로 후자쪽을 선택하는 경우에 더 다양한 기회가 있을 거야.”
방송국 기자나 PD,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어 실력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L학생은 좋아하는 영어에 비해 국어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다.
“일단 피나는 노력으로 내신성적을 끌어올리는 건 필수야. 내신성적은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를 보는 게 아니라, 그 학생이 얼마나 성실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야. 네 성적표를 보면 네가 얼마나 불성실하고 게으른 아이인지가 여실히 드러나. 그런 자세로는 어디를 가든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없다고 보이지.”
‘끈기’만큼은 자신있다고 한 L학생이 이제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한다면, 축구도 게임도 아닌 ‘공부’에 주력할 때다. 앞으로 주어진 3년 가량의 시간이 미래의 더 긴 시간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네가 리더십 있게 친구들을 이끌고 어딜 가든 호감있는 사람으로 꼽히는 건 큰 장점이야. 하지만 그런 장점도 성실하게 네 역할을 다 했을 때 빛나겠지.”
그렇다면 이제 L학생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지금까지 손놓고 있다가 이제와서 달려든다고 해낼 수 있을까? 이런 현실이 두려워서 외면해왔던 이유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라도 시작은 늦지 않다.
“일단 네가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뭐가 문제인지부터 알아야 돼.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전과목을 쓰고 어떤 과목이 제일 취약한지 적어봐. 국어에서 문학이 약한지 비문학이 약한지, 영어에서 문법이 약한지, 독해가 약한지, 수학에서 대수가 약한지 기하가 약한지…. 그 부분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거야. 수업시간에 수업이 어려워서 힘든지, 필기하며 따라가기가 힘든지…. 만약 필기하기가 힘들다면, 수업 전날에 참고서를 보고 교과서에 미리 내용을 다 옮겨 적어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하는 내용 중에 새로운 내용만 적으면 필기 부담이 덜하겠지.”
그리고 작은 계획부터 세워서 지키는 게 중요하다. ‘수학을 하루에 다섯 문제씩은 풀어본다’, ‘과학은 인터넷강의로 하루에 한 단원씩 공부한다’와 같이 지킬 수 있는 계획부터 세운다. 당장에 중간고사를 목표로 하나씩 적용해보고, 잘못된 방법을 다시금 분석하고 고쳐서 기말고사에 도전한다. 이렇게 나만의 공부방법을 알아갈 즈음엔 서서히 공부도 재미가 붙을 것이다.
“이게 바로 자기주도학습 방법이야. 나만의 공부법을 찾아서 스스로 노력하는 거야. 학원, 인터넷강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무조건 받지 말라는 게 아니야, 자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를 확실히 알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지.”
끝으로 선생님은 L학생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책 속에 꿈이 있고 길이 있어. 책을 통해 다방면에 대한 지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따뜻한 눈을 가진 사람으로 자란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살찌우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상담을 받으며 L학생은 마음 속이 복잡해졌다. 사춘기에 맞닥뜨린 지금, 자신의 깊은 내면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더 이상 피할 수만은 없다.
“네가 자라서 어른이 됐을 때에는 ‘돈’보다는 ‘행복’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 시대가 올거라 믿어. 그때 진정 행복해지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준비해야 해. 16살이면 충분히 깨달을 수 있는 나이야.”
“장래희망이 있니?”
“네. 저는 방송국에 들어가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PD가 되고 싶어요.”
“그래. 아주 멋진 꿈을 갖고 있구나. 갈수록 미디어가 발달해서 그런 컨텐츠를 만드는 일이 앞으로 각광받는 직업이 될 거야. PD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훈훈한 얼굴에 너스레를 잘 떠는 L학생은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인 학생이다. 제법 리더십도 있어 무리를 이끈다. 안타까운 건 L학생이 공부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 내신성적이 하위 30%대에서 맴돌고 있다. 자신만만하게 PD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했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노력도 엿볼 수 없었다.
“네 꿈은 저 위에 있는데 현실은 이러하니 그 격차가 너무 클 수밖에…. 지금까지 16년 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온 친구들을 생각해봐. 그런 친구들이라면 PD가 되고 싶다면 PD가 될 수 있고,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과학자가 될 수 있겠지. 김연아 선수가 7살 때 피겨스케이팅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갖고 어떻게 살아왔을까? 지금까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PD가 되겠다고 나서는 네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오히려 불공평한 게 아닐까? 그리고 과연 그게 가능할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
영재고, 과학고를 가려고 준비하는 또래의 중3 학생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모르는 문제는 선생님을 붙잡고 물어볼 것이다. 쉬는 시간이나 통학 시간도 흘려보내지 않고 영어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밤에는 졸음과 싸워가며 예습과 복습을 하는 그런 학생일 것이다. 꿈이 있다고 힘들지 않는 건 아니다. 힘들더라도 꿈이 있기에 기운을 낼 수 있다.
L학생은 어느날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을 정하면 자신이 그것을 당연하게 이룰 줄 알고 너무 자신만만하게 살아왔다. 그런 L학생에게 선생님은 진지한 충고를 한다.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을 잘 살펴봐. 그들이 어떤 준비를 해서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그러면 네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을 거야. PD가 되는 길에는 다양한 갈래가 있어. 연극영화과에 가서 연출을 전공 한 뒤 방송국에 취직하는 방법도 있고, 일반학과를 나와서 방송국 입사 시험을 보고 PD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어. 대체로 후자쪽을 선택하는 경우에 더 다양한 기회가 있을 거야.”
방송국 기자나 PD,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어 실력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L학생은 좋아하는 영어에 비해 국어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다.
“일단 피나는 노력으로 내신성적을 끌어올리는 건 필수야. 내신성적은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를 보는 게 아니라, 그 학생이 얼마나 성실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야. 네 성적표를 보면 네가 얼마나 불성실하고 게으른 아이인지가 여실히 드러나. 그런 자세로는 어디를 가든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없다고 보이지.”
‘끈기’만큼은 자신있다고 한 L학생이 이제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한다면, 축구도 게임도 아닌 ‘공부’에 주력할 때다. 앞으로 주어진 3년 가량의 시간이 미래의 더 긴 시간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네가 리더십 있게 친구들을 이끌고 어딜 가든 호감있는 사람으로 꼽히는 건 큰 장점이야. 하지만 그런 장점도 성실하게 네 역할을 다 했을 때 빛나겠지.”
그렇다면 이제 L학생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지금까지 손놓고 있다가 이제와서 달려든다고 해낼 수 있을까? 이런 현실이 두려워서 외면해왔던 이유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라도 시작은 늦지 않다.
“일단 네가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뭐가 문제인지부터 알아야 돼.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전과목을 쓰고 어떤 과목이 제일 취약한지 적어봐. 국어에서 문학이 약한지 비문학이 약한지, 영어에서 문법이 약한지, 독해가 약한지, 수학에서 대수가 약한지 기하가 약한지…. 그 부분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거야. 수업시간에 수업이 어려워서 힘든지, 필기하며 따라가기가 힘든지…. 만약 필기하기가 힘들다면, 수업 전날에 참고서를 보고 교과서에 미리 내용을 다 옮겨 적어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하는 내용 중에 새로운 내용만 적으면 필기 부담이 덜하겠지.”
그리고 작은 계획부터 세워서 지키는 게 중요하다. ‘수학을 하루에 다섯 문제씩은 풀어본다’, ‘과학은 인터넷강의로 하루에 한 단원씩 공부한다’와 같이 지킬 수 있는 계획부터 세운다. 당장에 중간고사를 목표로 하나씩 적용해보고, 잘못된 방법을 다시금 분석하고 고쳐서 기말고사에 도전한다. 이렇게 나만의 공부방법을 알아갈 즈음엔 서서히 공부도 재미가 붙을 것이다.
“이게 바로 자기주도학습 방법이야. 나만의 공부법을 찾아서 스스로 노력하는 거야. 학원, 인터넷강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무조건 받지 말라는 게 아니야, 자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를 확실히 알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지.”
끝으로 선생님은 L학생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책 속에 꿈이 있고 길이 있어. 책을 통해 다방면에 대한 지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따뜻한 눈을 가진 사람으로 자란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살찌우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상담을 받으며 L학생은 마음 속이 복잡해졌다. 사춘기에 맞닥뜨린 지금, 자신의 깊은 내면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더 이상 피할 수만은 없다.
“네가 자라서 어른이 됐을 때에는 ‘돈’보다는 ‘행복’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 시대가 올거라 믿어. 그때 진정 행복해지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준비해야 해. 16살이면 충분히 깨달을 수 있는 나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