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의 초기 단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영국 웨일스의대 토니 라이 교수팀은 ‘정자 인자’(sperm factor)라 불리는 유전자의 정체를 규명함으로써 초기 배아가 세포분열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됐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7월 17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수정을 위해 정자가 난자를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시작하게 되는지 잘 알지 못했다. 특히 난자를 뚫고 밀려오는 불가사의한 칼슘 ‘파도’(wave)에 의해 세포분열이 시작된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이해하지 못했다.
라이 교수팀은 정자 인자 유전자가 난자 내에서 칼슘을 만드는 반응을 일으키는 ‘PLC-제타’ 단백질을 생산해 배아의 세포분열을 시작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이 이론을 테스트하기 위해 PLC-제타 단백질을 단일 난자들에 삽입했다. 그 결과 이들이 분열을 시작해 수십개의 세포들이 작은 무리를 이룬 포배기 단계까지 발달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 기술은 복제 연구를 하는 과학자에게 많은 가능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세포분열을 개시하기 위해 난자에 전기충격을 가했다. 전기충격은 난자의 세포막에 구멍을 만들었고 이 구멍을 통해 칼슘이 들어가 분열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기술을 실패율이 매우 높았다. 라이 교수는 “이전 기술은 망치로 난자를 두드려 놓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어설픈 짓이다. 새 기술은 세포분열 개시 과정을 훨씬 효율적이고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