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식품의 「실세」인 식품첨가물은 현재 안전성여부에 대한 집중추궁을 당하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요즘이다. 너나할것 없이 편의성을 추구하고 맞벌이부부가 늘어가는 등 사회패턴의 변화에 따라 국내에서도 인스턴트식품의 소비량이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스턴트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렇게 인스턴트식품이 전성시대를 구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식품공업의 발달에 힘입은 바 크다. 그중에서 핵심적인 것은 다양한 식품첨가물(食品添加物, food additive)의 등장이다. 실제로 만약 식품첨가물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인스턴트식품산업은 태동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인스턴트식품 산업계의 식품첨가물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따라서 식품첨가물이 안전상의 이유로 퇴진할 때에는 식품업자들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 점은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매일 먹고사는 음식물 내에 들어있는 식품첨가물이 건강을 해친다면 참으로 엄청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3년 전에 발생해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던 이른바 우지(牛脂)라면파동에서 봤듯이, 그 유해여부를 단정하기란 매우 어렵다. 워낙 독성실험 결과가 들쑥날쑥해 실험결과 만으로는 판정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각종 로비에 휘말릴 소지까지 많아 유해시비 사건은 결국 유야무야되는 것이 보통이다.
사카린이라는 인공감미료를 예로 들어보자. 이 감미료가 유해하다는 논문만도 수천 편이고, 무해하다는 논문도 수천편이다. 또 그 대체물질인 이스파탐이라는 감미료도 막 개발됐을 때에는 크게 각광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해하다는 주장도 상당히 나오고 있다. 아스파탐이 인간의 아미노산대사를 혼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시비가 이스파탐의 급신장세에 불안을 느낀 설탕메이저들의 농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인스턴트식품의 '실세'라고 불리는 식품첨가물중 많은 수가 유해시비에 휘말려 있다. 그중에는 다소 과민한 부분도 있겠지만 만에 하나 인간의 건강에 분명한 해독을 입히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부제는 위염과 비슷한 증상 일으켜
현재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식품첨가물 중에서 식품의 안전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거나 실제로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첨가물들을 알아보자.
근래에는 소비자들의 여론때문에 사용빈도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인공감미료의 사용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설탕 보다 단맛이 1백50배나 강한 둘신(dulcin)은 발암성(發癌性)의 위험이 있으며, 2백배인 사이클라메이트(cyclamate)는 기형아 출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단맛이 5백배인 사카린(saccharine)은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돼 당뇨병환자에게만 1일 1g 이하로 제한해 사용하고 있다.
근래에 사카린을 넣지않은 소위 무사카린 소주가 인기를 끌고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다. 따라서 요즈음에는 설탕이나 사카린 대신 소비톨(D-sorbitol)이나 유전공학기법으로 제조한 아미노당(amino sugar, 예를 들면 그린스위트나 파인스위트같은 상품)과 같은 감미료로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맛과 감미료도 있어서 인공감미료에 비해 떨어지므로 인공감미료의 사용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첨가물 중에서 사용빈도가 가장 높고 사용량이 많으며, 또한 가장 문제가 많은 것이 바로 방부제와 보존제다. 방부제 중에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들(살리칠산, 파라옥시살리칠 에스테르, 프로피온산, 붕산, 붕사)이 있는데 이들을 첨가하는 사례가 가끔 생겨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살리칠산(salicylic acid)은 거의 모든 식품에 대해 방부력을 가진 약품인데 현재도 술이나 식초 빵 등에 첨가되곤 한다. 그런데 이 약품은 무좀약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붕사(${H}_{3}{BO}_{3}$)과 붕산(N${A}_{3}$B${O}_{3}$)는 안과 또는 외과용 소독제로 사용하는 약품인데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이들과 핵사민(hxamine)을 식품에 첨가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살균소독제인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도 파라옥시 살리칠산 에스테르(paraoxysalicylic ester)와 마찬가지로 식품에 첨가될 수 없는데 아직도 흔히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방부제가 들어있는 식품을 먹게되면 위염(胃炎)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식용유지 버터 마가린 등의 산패(酸敗)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지방의 산화방지제인 BHA(butylated hydroxyanisole)와 BHT(butylated hydroxytoluene) 등을 과량 섭취하게 되면 설사 구토 복통 권태감을 일으켜 마치 식중독에 걸린 것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신장장애를 유발하므로 WHO/FAO에서는 사용량을 0.5~2㎎/㎏으로 제한하고 있다.
깨끗한 과일이 위험하다
식생활의 고급화와 편리화를 추구하다 보니 식품재료를 구입할 때 잘 다듬어져 있거나 껍질을 벗겨놓은 것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변색을 방지하고 하얗고 깨끗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식품에 표백제를 뿌리기도 한다. 특히 과실 오이 양파 깐 감자 도라지 연근 등에 표백제를 첨가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때 사용하는 표백제들은 주로 화공약품인 아황산염(sulfite)이다. 즉 아황산나트륨(${Na}_{2}$S${O}_{3}$) 아황산칼륨(${K}_{2}$S${O}_{3}$) 아황산칼슘(CaS${O}_{3}$) 등을 첨가하는 것이다. 이들은 변색을 방지하고 부패를 방지하며 혼탁을 막아주는 작용을 하나, 하루 0.35~1.5㎎/㎏ 이상을 섭취하게 되면 호흡곤란 구토 복통 의식불명을 일으키고, 1일 4g 이상을 먹으면 심각한 중독증상이 생길 수 있다.
소맥분 압맥 식용유의 표백과 방부제로 사용하는 과산화수소(${H}_{2}$${O}_{2}$)의 경우, 이 첨가물을 다량섭취한 4백90명중 1백여명에게 중독을 일으킨 예가 있다. 또 소맥분 개량제인 과산화질소(N${O}_{2}$)도 체중 1㎏당 4g 이상 섭취하면 급성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
식품첨가물은 아니지만 식품재료에 잔류한 농약으로 인한 중독사고도 심각한 상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농약으로는 유기인제 8종, 유기염소제 2종, 카바마이드제(carbamide劑) 3종 등 13종이다. 그리고 납 (Pb) 카드뮴(Cd) 수은(Hg) 비소(As) 구리(Cu) 아연(Zn) 망간(Mn) 등의 7가지 중금속도 우리의 건강에 극도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들 농약성분과 중금속이 문제되고 있는 식품들을 살펴보면 과채류 11종류(사과 복숭아 토마토 귤 배 포도 딸기 무 배추 양파 콩 등)와 생선류 10종(가자미 갈치 고등어 멸치 꽁치 명태 피조개 홍합 굴 조개 등)이다. 따라서 이러한 식품들을 구입할 경우에는 농약의 사용여부와 중금속의 오염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안전한 식품을 식별하려면
식품첨가물로 인한 사고는 매년 발생해 왔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줄기는 커녕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수입개방 압력과 UR협상에 따라 수입식품의 물량이 크게 늘고있어 첨가물로 인한 사고는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식품첨가물의 오용이나 남용 또는 사용이 금지된 첨가물의 사용으로 인해 야기됐던 사고들을 유형별로 살펴보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라면에 비식용 우지를 사용한 사건, 자몽의 알라(Alar)농약사건, 미국산 옥수수의 아플라톡신사건, 소련의 체르노빌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지역으로부터 수입한 식품원료의 잔류방사선 유무의 논란 등 선진국의 개방압력으로 야기된 수입식품 사고가 가끔 발생했다.
톱밥 유해색소 고추씨로 만든 가짜 고추가루, 밀가루 비지 인공감미료 조미료 공업용 타르색소를 섞어서 만든 가짜 고추장 된장 간장 등도 심심찮게 신문지상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공업용 기름을 화공약품으로 정제한 가짜 식용유, 일본에서 들여온 디페닐 염소(diphenyl chloride)가 함유된 살인식용유 등도 큰 충격을 던졌다.
농약 항생제 BHT BHA 등을 마구 사용해 부패를 방지한 생선 어묵 냉동어육, 공업용 색소로 '치장한'(염색한) 가짜 영광굴비 등도 소비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또 질소 비료의 성분물질을 팽창제(膨脹劑)로 사용하고, 유화제(乳化劑)와 건조방지제 및 방부제를 첨가한 팥빵과 크림(cream)빵도 만들어졌다.
서울시내 대중음식점의 13% 이상에서 발암성이 의심되는 형광제가 첨가된 내프킨을 손님에게 제공한 것은 보도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업용 색소인 타르(tar)색소로 염색한 고무장갑을 끼는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이들 색소가 용출돼 식품에 이전됨으로써 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식품의 간이포장지로 사용하는 PVC랩과 PVM랩의 유해시비가 치열하게 전개됐는데, 그 결과 PE랩의 사용을 권장한 사건은 꽤 유명하다.
서울시내 1일소비량이 3백t, 가마니로 1천가마에 해당하는 콩나물을 재배하면서 뿌린 성장촉진제가 말썽이 되기도 했다. 유기염소제(농약의 일종)인 비타지랑 요소싸이드 인돌B 등의 성장촉진제로 재배한 콩나물을 먹고 두통 설사 권태증을 일으킨 것이다. 또 카바이드계인 호마를 첨가한 콩나물의 경우, 돌연변이 태아중독의 위험성이 우려된다. 콩나물을 비대성장(肥大成長)시키기 위해 일산화탄소(CO)를 첨가하기도 하는데, 불완전 연소가스인 일산화탄소는 연탄가스의 주원인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카드뮴(Cd)과 납(Pb)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돼지고기가 불법유통되기도 했으며 아황산염에 담가 표백한 깐 감자 토란 도라지 연근 우엉 그리고 변색을 방지한 당근 양파 완두콩 강낭콩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했다.
항생물질과 성장촉진호르몬제를 사료에 마구 섞어 사육한 수입축산물 등도 말썽을 일으켰다. 이밖에도 식품의 안정성을 해치는 식품원료와 가공식품들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부정불량식품을 일일이 정확하게 가려낸다는 것은 설령 전문가라 할지라도 과학적인 검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식별법을 잘 활용한다면 최소한의 안전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무허가제품은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상품에 아무런 표시가 없고 허가번호 제조일자 유통기간 등이 명시돼 있지 않은 식품과 등록이나 특허출원중이라는 애매모호한 표시가 있는 것도 배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허가관청 이외의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처럼 표시하고, 가격이 다른 제품과 비교해 지나치게 싸거나 비싼 것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둘째 허가제품의 변조품도 가려내야 한다. 변조품이라 하더라도 겉모양은 거의 비슷하나 실제로는 색 맛 냄새가 크게 다른데, 특히 주성분의 함량이 지나치게 적은 것은 주의를 요한다.
셋째 허가제품의 위조품도 식별해내야 하는데 여기서 위조품이란 표시된 기호나 도안 문자 등이 허가제품과 약간 다르거나 인쇄 등이 뚜렷하지 않고 조잡하며 상품의 명칭이나 제조회사 이름이 유사한 것을 말한다.
넷째 유해한 물질을 사용한 제품, 이를테면 색깔이 유난히 진하거나 곱고, 이상한 냄새가 나며, 제품자체가 부풀어 있는 것은 사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제조업소명 소재지 허가번호 유통기간 등에 대한 표시내용이 없거나 허위로 표시돼 있고, 포장이 파손됐거나 훼손된 제품, 불결하거나 이물질(異物質)이 들어있는 것도 배제대상이다.
여섯째 다른 회사의 용기나 포장재료를 사용했거나 원료명과 주성분의 함량표시가 없는 것도 구입해서는 안된다.
일곱째 검사인이 없고, 고유색이 아닌 암갈색이 나며, 탄력이 없는 육류는 피해야 한다. 또 썩은 냄새가 나고 비늘이나 아가미에 물감을 칠해 색깔이 유난히 밝은 생선류도 기피대상이다.
여덟째 고춧가루의 경우 습기가 많고 덩어리져 있으며 색깔이 흐리고 검은 색이 나는 것은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아홉째 청과류의 경우 유난히 윤기가 나고, 흠집이 심하거나 겉이 들떠있고, 지나치게 뻣뻣한 것은 구입하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콩나물의 경우, 유난히 윤기가 나고 통통하며 잔뿌리가 없이 매끈하게 생긴 것은 건강에 오히려 해롭다. 또 깐 감자 연근 도라지 우엉 더덕 밤 등이 지나치게 하얗게 보이면 표백제로 처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