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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이 포물선을 만났을 때

1백여가지 교구로 만나는 수학체험전

수학을 체험한다. 너무나 낯선 표현이다. 그러나 수학체험전을 찾아가보면 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7월 5일에서 14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수학체험전을 지면으로 만나보자.


“수학을 체험하러 오세요.”

수학을 체험한다니, 이 얼마나 생소한 말인가. 대다수 사람들에게 수학은 복잡한 수식을 반복적으로 풀어야 하는 정말 지겹고 어려운 과목이다. 누구나 한번쯤 딱히 쓸만한데도 없어 보이는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학에 대한 이런 생각을 단번에 씻어버릴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수학체험전’이 바로 그것. 다양한 실험을 통해 수학의 원리를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이나 현상과 연관시켜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참가자들은 수학을 형이상학적인 수식으로서가 아니라 몸으로 느낌으로써 수학의 재미와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독특한 행사인 수학체험전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에서 다섯차례 개최됐다. 올해는 6번째로 인천 인하대에서 7월 5일에서 14일까지 열린다.

인천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지만, 다른 지역인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본지 기자가 수학체험전을 미리 가보고 그곳의 하이라이트를 이 자리에 공개한다.
 

누구나 쉽게 홀인원시킬 수 있 는 포물선 골프. 공을 포물선의 축과 나란한 방향으로 벽을 향 해 치기만 하면 초점에 있는 구 멍 속으로 넣을 수 있다.



누구나 홀인원하는 포물선 골프

“난 골프의 천재인가 봐! 한번도 쳐본 적이 없는데, 공을 홀로 넣는데 성공했어.”
“정말 신기한데. 나도 한번 해볼까. 와! 내가 친 공도 홀로 들어갔잖아.”
“어떻게 공이 매번 저렇게 잘 들어갈까? 골프공과 구멍이 자석으로 돼 있어서 서로 끌어당기는 게 아닐까.”

실내 골프연습대 주위로 많은 학생들이 몰려있다. 저마다 한번씩 시도해보며 자신의 골프실력에 감탄한다. 이쯤 되면 누구나 쉽게 홀인원시킬 수 있는 골프연습대의 원리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그 원리를 파헤치려면 우선 자세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골프연습대는 구멍이 있는 쪽 둘레로 포물선 모양의 벽이 있다. 그리고 구멍은 이 포물선 벽의 가운데 지점에서 조금 앞쪽에 있다. 골프공을 구멍쪽으로 보내지 않고, 포물선 벽의 중심과 구멍을 잇는 선(축)과 나란한 방향으로 벽을 향해 치면 골프공이 벽과 만난 후 구멍이 있는 곳으로 굴러간다. 어느 위치에서 하건 상관없다. 그렇다면 포물선 벽과 이 구멍 간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골프공을 빛으로, 포물선 벽을 거울로 바꿔 생각해보자. 그러면 포물선 거울에 축과 나란한 방향의 빛을 비추는 상황이 된다. 이때 빛은 어떤 경로로 이동할까. 모든 빛이 포물선 거울에 반사된 후 홀이 있는 위치를 지나갈 것이다. 따라서 홀은 빛이 모이는 초점인 것이다. 포물선의 초점에 골프의 홀을 파 놓고 어떤 위치에서건 공을 축과 나란하게 포물선 벽을 향해 치면 홀로 들어갈 수 있다. 골프연습대는 포물선의 성질을 잘 이용한 장치인 것이다. 학생들은 이 골프연습대를 통해 포물선의 성질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가장 빠른 길 사이클로이드

높이가 같고 옆면의 모양이 다른 미끄럼틀이 다음과 같은 4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빨리 내려올수 있는것은 무엇일까?

①직선일 때 ②포물선일 때 ③사이클로이드일 때 ④원일 때

대개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한 답으로 ①번을 고른다. 직선, 포물선, 사이클로이드, 원이 순서대로 미끄럼틀의 내려오는 거리가 점점 길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짧은 거리를 가장 빨리 내려올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4종류의 미끄럼틀에 동시에 공을 굴려보자. 그 결과는 어떨까. 뜻밖에도 사이클로이드라는 미끄럼틀에서 공이 제일 먼저 바닥에 도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순간 머리가 ‘찌릿’해지면서 복잡하게 돌아간다. 도대체 사이클로이드란 어떤 것일까. 이 모양의 미끄럼틀에서 공이 가장 빨리 내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전이나 자전거 바퀴와 같은 둥근 물체의 가장자리 옆면에 불이 들어오는 전구를 붙인다. 그런 후 주위를 어둡게 하고, 둥근 물체를 굴려본다. 이때 전구가 이동하는 경로가 마치 출렁거리는 파도를 뒤집어놓은 것과 같은 모양이 된다. 이런 곡선이 바로 사이클로이드다.

사이클로이드는 윗부분에서 다른 모양의 곡선보다 경사가 심해 가속도가 가장 크다. 초반에 빨리 속도가 붙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직선보다 거리가 길지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바닥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사이클로이드는 생활 주변에 숨어있다. 한옥의 기와 모양이 바로 사이클로이드다. 우리 선조들은 기와의 모양을 사이클로이드로 만들면 빗물이 지붕에서 바닥으로 빨리 흘러내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높이 나는 매도 땅에 있는 먹이감을 보고 먹이감이 있는 곳까지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따라 낙하한다. 우리 선조나 매는 사이클로이드를 수식이 아닌 삶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직선, 포물선, 사이클로이드, 원 모양의 미끄럼틀에 공을 동시에 굴리면 사 이클로이드의 공이 가장 먼저 바닥에 도착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직선에 서 가장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으로 증명하는 피타고라스 회전기

수학의 가장 대표적인 공식은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은 나머지 두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a}^{2}$ + ${b}^{2}$ = ${c}^{2}$)는 피타고라스 정리다. 이 공식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배운다. 교과서에서 피타고라스 정리는 직각삼각형의 세변 위에 정사각형을 그린 후, 두개의 작은 정사각형의 넓이를 더하면 큰 정사각형의 넓이가 된다는 식으로 증명된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수학체험전에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구가 전시돼 있다. 직각삼각형의 세변에 정사각형 모양의 투명 유리통이 덧붙여 있다. 그리고 큰 정사각형 통은 두개의 작은 정사각형과 넓이가 같은 두부분으로 분리돼 있고, 넓이가 같은 사각형 통 사이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두개의 작은 정사각형 안에 모래를 넣어둔다.

이 교구를 돌려본다. 그러면 작은 정사각형 속의 모래가 두개로 나눠진 큰 정사각형 안으로 이동한다. 넓이가 같기 때문에 정사각형 속 모래는 모두 큰 정사각형 속으로 들어가 전체를 채운다. 작은 정사각형의 넓이의 합이 큰 정사각형의 넓이와 같다는 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아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이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논리적으로 추상화돼 있는 공식을 직접 눈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로써 수학이 좀더 친근해질 수 있지 않을까.


수학체험관 건립하는 꿈

수학체험전은 수학사랑이 주최한다. 수학사랑은 대중화와 수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현직 중고등학교 수학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수학사랑은 이 행사의 주체뿐 아니라 여기에 전시되는 다양한 교구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수학체험전에서 보고, 느끼고, 직접 실험해볼 수 있는 교구는 1백여가지가 넘는다. 또한 같은 이름으로 수학교육자간의 정보교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학교육 전문지를 발행하고 있다. 이 모임의 대표교사인 장훈씨는 “수학도 과학처럼 교구가 필요한 체험과목”이라고 강하게 얘기한다. 필기도구와 연습장으로부터 탈피해 직관으로 먼저 수학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사랑은 꿈을 꾼다. 개발한 수많은 수학교구를 상설전시할 수 있는 수학체험관의 건립을 말이다. 체험전이 끝나면 곧바로 창고로 들어가는 교구를 언제라도 만나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꿈은 어느 정도 실현돼가고 있다. 경기도 마석의 축령산 휴양림 근처에 부지를 확보했고, 설계도 발주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산이 부족해 아직착공이 이뤄지지 못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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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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