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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기후변화, 인류에겐 새로운 기회?

새 책


과학기자들의 ‘먹거리’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기술이다. 특히 우리 삶과 밀접한 기후변화 관련 신기술은 소위 ‘잘 나가는’ 기사감이다. 기자도 새로운 풍력 발전 기술과, 새는 에너지를 수집해 이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을 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과학기술자들이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자랑스러웠다.

그 느낌에 도취됐던 걸까. 이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실제로 기후변화를 늦췄는지 검증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정치권과 기업도 친환경을 내세우니, 느려도 분명 변화가 생길 거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읽곤 얼마나 순진해 빠진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이 책은 캐나다 출신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저자가 기후변화를 둘러싼 정치와 경제적 역학 관계를 5년간 치밀하게 파헤친 문제작이다. 2014년 9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담에 맞춰 조직된 대규모 시민 행진 직전에 발간됐고, 논쟁을 촉발시켰다. 당시영미권 진보언론의 호평을 받고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자가 파악한 현실은 기대(?)보다 참담하다. ‘하필 이런 때(1부)’공공 부문의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탄소 제로형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대형 환경단체는 사실 각종 화석연료를 채취하는 기업과 불편한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으며,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평가 받았던 탄소 거래제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 동안 제시된 기술적 해법과 억만장자들의 호언장담은 얼마나 헛된 꿈이었는가. ‘구세주는 없었다(2부 7장)’. 대표적인 사례가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이다. 그는 화석연료를 펑펑 써서 번 돈 중 30억 달러를 2016년까지 친환경 연료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총 투자금은 베일에 싸여있다. “탄소가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진짜 문제”라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그래서다.

저자는 물론 회의적 시각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쨌든 시작하자(3부)’며 일부 성과를 소개한다. 예컨대, 자신의 삶의 터전을 열렬하게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투쟁에 나선 덕에 몇몇 나라에서 지하수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프래킹(셰일석유와 셰일가스 개발의 핵심 기술)’ 금지령이 내려졌다. 저자는 “결국 사랑과 민주주의가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수익성만 중시하는 지금의 정치·사회를 바꿔야만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려면 결국 우리 스스로의 힘에 의지해야 한다. 희망은 아래로부터 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저자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기후변화는 인류 조직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본성 때문이다, 그러니 본성으로 해결하자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해보자. 진보와 보수의 대립, 학교폭력,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낳은 청년 실업과 경제적 불평등, 권력자들의 ‘갑질’,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등 한국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들은 유구한 진화 역사에서 인간이 획득한 본성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진화심리학
관점에선) 당연하고 뻔한 결론이다.

이번엔 숨겨진 (사실은 대놓고 강조하고 있는) 결론을 말해보자. 본성에서 문제가 비롯됐으니,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응징하려는 또 다른 인간 본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시 말해, “본성이 답이다.”

이 책은 한국인 최초의 진화심리학자인 저자가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41가지 현상을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관찰해 기록한 ‘한국 사회 보고서’다. 한 번이라도 접해 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진화심리학은 흔히 우리가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나쁜’ 행동을 본성이라고 설명해 이에 면죄부를 준다
는 비판을 받는다. 각 장의 결론만 모아놓고 보면 그런 것도 같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런 비판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 책을 쓴 걸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인과적 설명이 먼저 이뤄진다면 사회악을 보다 효과적으로 줄이는 해결 방안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학교 폭력이 “영장류 새끼처럼 또래 집단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본성 때문에 일어난다”며 “이런 목표를 건설적으로 달성하게 해 주는 대안 경로를 택하게끔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경쟁적인 스포츠를 즐길 여건을 충분히 제공하는 식이다.

저자는 본성을 억압한 채 일부만 일벌백계 해서는 당면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역설한다. 한국 사회를 걱정하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201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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