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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어드밴티지의 플러스알파 붉은 악마

관중 함성에 주눅든 심판, 파울 15% 눈감아

최근 홈어드밴티지에 대한 또다른 일면이 밝혀졌다. 홈 관중에 주눅든 심판이 홈팀 선수의 파울을 15% 눈감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 ‘붉은 악마’의 응원이 홈어드밴티지의 플러스알파인 셈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 모두가 붉은 악마가 되자.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한국 대 네덜란드 전이 열린 마르세유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오렌지색 물결을 기억하는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팀을 응원하는 관중이었다. 트럼펫 소리와 함께 엄청난 함성은 경기 내내 우리 선수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결과는 5:0으로 한국 참패.

“메히코! 메히코! 라-라-라”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발 구르는 동작을 수많은 관중들이 서너번 반복한다. 멕시코응원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쿵쿵 울리는 발소리와 함께 ‘메히코’라는 소리를 들으면 경기를 하는 상대선수나 상대편을 응원하는 관중은 순간 움찔해진다고 한다.

룽훈(龍魂), 샘의 군대, 울트라 닛폰, 붉은 악마….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각국 대표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공식’ 서포터들의 명칭이다. 자국팀을 응원하는 서포터, 특히 홈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서포터의 함성 소리는 홈팀선수에게 힘을 주며 상대팀선수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붉은 악마’가 혼신을 다해야 하는데 이유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홈경기 승률이 원정경기보다 2배 높아

지난 5월 11일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에는 관중의 함성이 축구 심판의 판정을 뒤흔들 수 있다는 영국 울버햄프턴대 앨런 네빌 박사의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네빌 박사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벌어진 47가지의 다양한 태클상황을 두 그룹의 심판들에게 화면으로 보여주며 각각의 태클이 파울인지 아닌지를 판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심판의 한 그룹에게는 관중의 함성과 함께 태클장면을 보여준 반면, 다른 그룹에게는 태클장면만 보여주었다. 물론 심판들은 실제 경기에서 판정된 결과를 모른 채 실험에 참여했다.

실험 결과 열성적인 홈 관중의 함성을 들으며 태클장면을 본 심판들은 홈팀 선수에게 파울을 선언하기 꺼려했다. 구체적으로 심판들은 상대팀 선수보다 홈팀 선수에게 15%나 더 적은 파울을 선언했다. 홈 관중의 함성에 영향을 받아 홈팀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린 결과다. 재미있게도 이같은 판정 결과는 실제 경기에서 판정된 결과와도 일치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인 아스날의 팬이기도 한 네빌 박사는 “모든 심판이 똑같은 식으로 속았다”고 말하며, “이번 연구결과가 홈그라운드에서 경기하는 선수의 엄청난 이점을 설명한다”고 확신했다. 실제 영국의 정상급 리그에 속한 팀들은 원정경기보다 홈경기에서 승리하는 경우가 거의 2배 많다.

영국 노스움브리아대의 스포츠 심리학자 샌디 울프슨 박사도 “특히 심판들이 애매한 상황에서 판정해야 할 때 흔들릴 수 있다”고 인정했다. 심판들은 엄격하고 자신만만하게 보이려는 경향이 있지만, 홈팀을 응원하는 4만여 관중이 “핸들링이다”라고 외치면 심판들은 50:50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즉 관중의 함성에 흔들려 정확한 판정을 내리지 못하고, 더욱이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대표팀의‘공식’서포터‘붉은 악마’.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홈그라운드의 이점 을 등에 업고 16강에 진출하는데 붉은 악마가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라운드 거리 10m 극복하는 법

홈어드밴티지는 오랫동안 연구대상이었고, 홈어드밴티지를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경기장소로 이동하는 입장에 있는 원정팀이 특히 긴 거리를 여행할 때 몸 상태에 영향을 받지만 홈팀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 홈팀 선수가 홈그라운드의 잔디나 규격에 대해 잘 알고 적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 등이 있었다.

지난 3월 16일에 열린 영국심리학회에서는 노스움브리아대의 샌디 울프슨 박사와 닉 니브 박사가 홈어드밴티지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급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홈 경기에 앞서서 평균보다 많게는 67% 급격히 증가했는데, 홈팀 선수들이 자기 영역을 지킨다고 느껴 지배력, 자신감, 공격성과 관련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하고 이것이 홈어드밴티지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네빌 박사의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판의 판정이 홈팀 응원단의 함성 소리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데, 관중의 적극적인 응원은 홈어드밴티지의 또다른 일면이란 얘기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나라가 홈팀이고, 10만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붉은 악마가 활약할 기회가 온 것이다.

우리에게는 열렬한 응원의 함성으로 홈어드밴티지를 충분히 누릴 준비가 돼있을까. 한때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응원문화가 유럽과 비교할 때 너무 점잖다”며 우려한 바 있다. 지난 5월 18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비록 한국팀이 4:1로 대승을 거뒀지만,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의 함성은 고스란히 붉은 악마와 일부 단체응원단의 몫이었을 뿐 전체 관중의 호응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또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대표팀이 뛰게 될 부산·대구·인천 경기장이 모두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10m 이상 떨어져 있는 종합경기장이다. 구조적으로 그라운드를 압도할 수 있는 응원이 축구전용경기장에서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다.

우리대표팀이 홈어드밴티지를 등에 엎고 경기하도록 하기 위해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는 우리관중이 해야 할 일은 이제 명확하다. 먼저 붉은 유니폼을 입고 선수와 일체감을 느끼며 관중 전체가 붉은 악마의 응원에 동참 함으로써 이번 월드컵을 진정한 홈그라운드로 만드는 일이다. 짝짜작짝짝,“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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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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