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통신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까지 '시범보이기' '흉내내기'에서 머물렀던 우리나라의 컴퓨터통신서비스. 앞으로의 전망은….
우리나라도 컴퓨터통신 시대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컴퓨터통신은 컴퓨터가 갖고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 중에서 필요할 정보를 필요한 때 꺼내쓸 수 있는, 기존통신인 전화로는 상상할 수 없는 고도 통신서비스이다.
개인용컴퓨터(16비트) 한대와 간단한 장비(모뎀 등)를 갖추고 우리나라 공중 정보통신망인 DNS에 가입하면,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증권시장의 개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농수산물정보 문화정보 기상정보를 파악해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두꺼운 경제연감을 뒤지지 않아도 최신의 기업 재무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종합정보은행으로 탈바꿈
최근 한국데이타통신(주)에서는 기존의 ‘천리안’생활정보 데이타뱅크를 증권 기업재무 해외공업규격정보 등을 추가 서비스하는 ‘천리안II’로 확대 개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이제까지 ‘컴퓨터통신서비스는 이렇게 한다’는 홍보적 차원에 머물렀던 생활정보서비스를 전문적인 종합정보은행으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본격적인 고도통신서비스시대를 여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컴퓨터통신서비스가 일반에게 첫선을 보였던 것은 지난 85년 10월. 주요 생활 정보(기상 여행 문화행사 스포츠)를 컴퓨터에 축적하여 서울중앙우체국을 비롯 3곳에 단말기를 설치한 것이 효시이다. 물론 84년 7월,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패켓교환망인 데이콤네트(DACOM-NET)가 깔리면서 DNS(데이콤네트 서비스)에 가입, 해외 데이타뱅크로 부터 정보를 뽑아쓴 가입자도 있으나,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천리안이 등장한 이후이다.
이후 천리안은 시황정보(경제뉴스 경제관련지표 농수산물가격 등)을 추가 서비스해 컴퓨터통신서비스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으며, 이번에 추가된 특수전문정보로 명실공히 종합정보은행으로서 틀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종합정보은행을 이용하려면 16비트 PC(IBM PC/XT 호환기종, 국민보급형PC도 가능)와 모뎀을 구입하고 한국 데이타통신에 소정양식의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용요금은 기존 전화회선을 이용하여 데이콤네트에 접속하는 경우 가입비 8만원, 월 기본료 5천원, 통신료 1분당 약30원 정도가 소요된다. 정보사용료는 생활정보는 무료이고 전문정보는 따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데이타베이스 산업, 지금이 시작
컴퓨터통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컴퓨터의 두가지 장점인 엄청난 기억량과 빠른 검색을 가입자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 갖고 있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기능의 개인용컴퓨터로도 엄청난 용량의 컴퓨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뜻.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계의 정보를 리얼타임으로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보전달매체도 흉내낼 수 없는 특징이다.
이러한 데이타통신(컴퓨터통신)서비스가 이루어지려면 (그림1)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제공기관의 데이타베이스가 얼마나 충실히 축적돼있느냐는 점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주컴퓨터, 훌륭한 통신망을 갖추고 있어도 서비스되는 정보 내용이 부실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된다. 마치 황금으로 만든 접시에 담을 요리가 없어 쫄쫄 배를 곯고 있는 모습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데이타베이스산업은 이제 초창기라고 할 수 있다. 자체 정보은행을 설치하고 가입자에게 서비스하는 업체는 몇군데 되지 않는다(표1).
산업연구원의 KIET-LINE은 과학기술 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데이타뱅크이며 한국증권전산의 증권정보도 전문데이타 뱅크의 일종이다. 현재 이들 두 데이타 뱅크는 특정통신회선을 사용해 가입자에게 서비스하고 있으나(KIET-LINE은 DNS망으로도 서비스함), 한국증권전산정보는 천리안II로 통합해서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해외 데이타뱅크 대리점 역할을 하는 곳은 (표2)와 같다. 이밖에도 천리안II를 통해서 경제뉴스 등을 제공하는 한국경제신문의 KETEL, 기상대, 가락동도매시장관리공사, 한국기업평가(주), 한국표준연구소 등이 있다.
가공된 2차 3차 정보를
이번에 천리안II 서비스에 새로 추가된 유료 전문정보를 중심으로 컴퓨터통신서비스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자.
한국증권전산에서 제공하는 증권정보 서비스는 해당종목의 증권매매가 체결될 때마다 현재가 시가 고가 저가 매도호가 거래량 등이 즉시 입력돼, 정보를 찾아보는 시점에서 증권매매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정보은행에서 제공되는 정보서비스는 이러한 1차정보에 머물지 않는다. 즉 현재가 이외에도 증권투자가들의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공된 2차 3차정보가 제공된다. 현시점 직전 매매 체결 가격 등을 보여주어 호가에 따른 현재가형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해당 종목의 2주간의 주가동향, 최근 거래량이 많은 주요 종목시세, 당일의 거래량 상위 20개 품목 등을 제공해준다.
이처럼 현장에 나가도 파악하기 힘든 고급정보(판단하기 쉽게 가공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컴퓨터통신서비스가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일.
이같은 증권정보의 흐름과 시세를 파악하기 위해 이용자가 알아야 할 사용법은 극히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메뉴방식이기 때문에 컴퓨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자라 하더라도 10분 정도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증권정보서비스의 이용자는 일반개인은 물론 기업체의 임직원, 자금관리부서 관계자 등이 될 수 있다. 또한 투자금융기관이나 증권사에서 고객서비스용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주)가 제공하는 기업재무정보는 2천여개에 이르는 국내 상장회사 및 등록법인의 제품 연혁 종업원수의 일반정보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의 재무평가정보를 제공한다.
한국표준연구소가 제공하는 해외공업규격 정보는 세계의 주요한 국제 국가단체의 60여종 규격들에 대해, 수록정보의 상세한 내용을 모르더라도 주요용어나 명칭을 이용해 쉽게 찾을 수 있는 키워드(Key word) 검색이란 독특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은행이다. 이 정보은행을 이용할 경우 원하는 키워드에 의해 키워드와 관련된 규격의 내용과 변동사항 등의 다양한 정보를 한번에 제공함으로써 인쇄매체로는 불가능한 독특한 검색이 가능하다.
천리안II에는 앞으로 물가적산정보 건강 병무 교육 농수산물유통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추가될 예정이다.
선거운동도 가능
컴퓨터통신서비스 중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전사사서함(Electronic Mail). 우리의 경우 DNS에 가입하여 컴퓨터내에 자신의 사서함을 할당받은 후 통신망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다수에게 전달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한글전자사서함(H-Mail)이 개발돼 가입자의 수가 증가되는 추세. 한글전자사서함은 가입비가 8만원이고 1분당 통신료가 약 50원이다.
H메일의 특징은 한글 영문이 동시에 사용가능하고 동일한 메시지를 여러사람에게 동시에 보낼 수 있고, 수신시에도 필요한 메시지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의 본래 기능인 문서의 수정 편집 보관이 용이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전자사서함의 가입자가 늘면 선거운동도 가능하다. H메일의 기능은 보내기 받아읽기 게시판 등이 있는데 게시판을 활용하면 가입자들에게 선거선전문(?)도 전달할 수 있고 자신이 지은 시를 많은 사람에게 감상시킬 수도 있다.
전자사서함에는 개인식별번호가 있어 명함대신 주고 받으면 언제든지 이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사랑방모임을 중심으로 3백여명이 한글전자사서함에 가입하여 서로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
한글전자사서함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88올림픽을 계기로 DNS에 가입돼있는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대표적인 컴퓨터통신서비스가 WINS(올림픽종합정보망)이다. 올림픽 기간 중 선수경력 경기일정 경기결과뿐 아니라 문화행사 관광정보 호텔정보 병원안내 등의 정보를 서비스하게 된다.
WINS 터미널이 있는 곳이면 누구도 손쉬운 방법으로 올림픽 관련 정보를 뽑아볼 수 있고, DNS가입자에게도 집안에서 정보를 뽑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올림픽기간 중 제공되는 서비스이므로, 컴퓨터의 가치를, 특히 컴퓨터통신의 위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밖에도 87년 9월 개통된 제주지역 관광예약시스팀도 컴퓨터통신서비스의 좋은 예이다. 이는 숙박업소 교통기관 패키지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컴퓨터통신망을 형성하고, 여행기간 숙박업소 교통편 패키지관광 등 관광에 관련된 모든 상품의 발권업무를 지역에 제한없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저렴한 비용과 양질의 정보
컴퓨터통신서비스가 널리 실용화되려면 어떤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이용하기 쉽고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데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용하기 쉽다’는 문제는 해결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재도 정보은행이나 전자사서함의 사용방법을 익히는데 10분 이상 소요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격문제만큼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아무리 호기심이 동하고 필요를 느낀다 하더라도 16비트컴퓨터 한대에 3~4백만원(프린터포함)한다고 했을 때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의 경우 비디오텍스서비스를 위한 단말기를 값싸게 또는 일부에서는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을 편 바 있다.
그다음이 통신료와 정보이용요금 문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가입자도 많지않고 통신사용량과 정보이용횟수가 많지 않아 아직 큰 문제가 없으나, 외국의 경우를 볼 때 사용에 대한 요금과 이용확산은 반비례 관계이다.
요금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제공되는 정보의 양과 질. 정보은행이 얼마만큼 고객에게 필요한 알찬 정보를 갖추고 있느냐는 문제이다.
이번에 천리안II가 증권과 기업의 재무정보를 충실히 갖추고 홍보차원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웃 일본만 해도 정보제공업자들의 수가 7백여곳에 달한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제공자들의 수효가 전문 분야별로 어느정도 구색을 갖추고, 저렴한 가격으로 컴퓨터통신장비를 갖출 수 있을 때 예전의 전화처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컴퓨터를 전화 이상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와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치밀한 준비없이는 자동차댓수 늘어나듯이 컴퓨터사용자가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