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날씨따라 가격 변동 시키는 원격제어 자동판매기

아르키메데스 지레 원리에서 현대 로봇공학 장비까지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면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판매기. 고대시대에 발명됐고, 근대 산업혁명 이후에 상업화된 역사가 오래된 장치다. 오늘날 자판기는 통신장비와 로봇을 장착하고 있다.


공원, 지하철, 터미널, 사무실의 휴게 공간처럼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면 빠짐없이 구석 한쪽를 차지하고 묵묵히 서있는 네모난 기기. 사람들이 다가와 동전이나 지폐를 집어 넣어주면 이 기기는 캔 음료나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밖으로 내보낼 뿐이다. 이 모든 일은 10초도 채 걸리지 않고 이뤄진다.

그렇다. 짧은 순간에 일을 처리하는 자동판매기(자판기)는 바쁜 우리네 생활 속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관심사는 아니다. 그저 덩그러니 서있으면서 사람이 원할 때 물건을 내놓으면 그만이다. 자판기가 자신의 동전을 잡아먹지 않는 한 말이다.

하지만 자판기는 인류의 기계문명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유물이다. 또한 생명체처럼 점점 진화하고 있다. 그 안에 숨어있는 인류의 지혜와 기술을 찾아보자. 자판기는 1857년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에서 최초로 상업화됐다. 처음에는 우표를 취급했으며, 19세기 말에는 담배, 껌, 사탕 등을 판매하는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유럽에서 먼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본격적인 발전은 자판기가 미국으로 건너한 후의 일이다. 1988년 껌자판기가 뉴욕의 지하철역사에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자판기는 미국에서 먼저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1902년에는 동전자판기로만 운영되는 레스토랑이 열렸다. 이 음식점은 1960년대까지 번창하다가 패스트푸드점이 생겨나면서 사라졌다.

자판기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인구 23명 당 자판기 1대일 정도(6백여만대)로 세계 최고의 보급률을 자랑하는 자판기 천국이다. 음료나 담배의 경우 40%가 자판기에서 소비될 정도로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또한 1997-1998년 사이에 유행했던 스티커 자판기를 비롯해서 새로운 개념의 자판기를 개발하고 유행을 선도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7년 일본의 샤프사로부터 4백대의 커피자판기를 수입해 지하철에 설치한 것이 최초다. 뒤이어 삼성전자와 금성사(현 캐리어-LG)가 일본과 기술 제휴를 통해 국산 자판기가 출시되기 시작했다. 현재 자판기 보급대수는 70여만대다.


01 그리스 사원에 설치된 자동 성수 판매기
지레의 원리 이용한 최초 자판기


최초의 자판기는 언제 누구에 의해 태어났을까. 뜻밖에도 최초의 흔적은 고대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기원전 1세기경 기계학자이자 물리학자, 수학자인 헤론은 그의 저서 ‘기체학’에 자신과 제자 테시비우스의 발명품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성수(聖水)가 자동으로 나오는 장치가 언급돼 있다.

기원후 1세기경의 그리스 사원에서는 참배객들이 주화를 넣으면 약간의 성수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갖춰놓고 운영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최초의 자판기는 성수자판기인 셈이다.

자판기의 핵심은 자동으로 주화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헤론이 발명한 성수자판기는 동전을 어떻게 자동으로 처리해서 동작되는 것일까.

성수자판기는 원통형의 항아리로, 그 안에 정화수가 담겨있다. 그리고 항아리의 뚜껑 한가운데에는 동전을 투입하는 구멍이 있다. 참배객들이 이 구멍에 동전을 넣으면 항아리 아래쪽에 난 구멍을 통해 성수가 나와 손을 씻고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성수자판기의 내부는 동전이 들어가면 아래쪽 구멍이 잠시 열렸다가 닫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동전이 성수자판기 안으로 들어가면 투입구 바로 아래에 있는 둥근 받침대 위로 떨어진다. 이 받침대는 평상시에 내부의 긴 기둥을 사이로 반대편의 성수가 나오는 구멍을 막고 있는 뚜껑과 평형을 이루고 있다. 동전이 떨어지면, 평형이 깨져 받침대는 아래로 내려가고, 성수가 흘러나가는 구멍을 막는 뚜껑이 올라간다. 그러면 성수가 바깥으로 흘러나가게 된다. 얼마간 받침대가 내려가면 동전이 아래쪽으로 떨어져 받침대는 올라가고, 성수 구멍은 닫힌다. 바로 이것이 성수자판기의 작동 방식으로, 지레의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02 기계식 동전선별기
크기 같으면 동전으로 인식


오늘날 일부 사용중인 기계식 자판기에는 성수자판기에 쓰였던 지레의 원리가 적용됐다. 기계식 자판기가 동전을 선별·처리하는 중요 요소는 동전의 크기다. 5백원 동전만을 받아들이는 동전선별기의 경우를 살펴보자. 1차적으로 동전의 크기에 맞도록 투입구를 만들기 때문에 5백원보다 큰 동전이 들어가기 어렵다. 따라서 작은 크기의 동전이 문제될 수 있다. 이를 선별하기 위해 지레가 동원된다.

만약 1백원 동전을 넣으면, 5백원보다 작은 1백원은 곧바로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즉 자판기의 동전 반환구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5백원 동전의 경우는 반환구로의 경로가 아닌 동전통으로 향한 내부 경로를 지나간다.

이를 위해 특별한 지레가 고안됐다. 이 지레는 중심이 가운데에 위치해있지 않으며 수평이 맞지 않고 한쪽이 무겁다. 그리고 지레 양끝에 동전 크기보다 약간 작은 팔이 동전이 지나가는 길쪽으로 뻗어있다. 5백원 동전이 투입구에서 떨어져 이 지레와 만나면 지레의 양팔에 걸린다. 그리고 원래 무거웠던 쪽보다 반대쪽 끝이 동전의 무게로 인해 기울어진다. 그러면 지레가 그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이때 지레가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나있는 동전통 경로로 동전이 떨어진다. 동전통으로 제대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기계식 방식은 동전과 크기가 같고 지레가 기울어질 정도로 무게가 나가면 진짜 동전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철과 같이 자석에 붙는 가짜 동전의 경우는 걸러낼 수 있다. 동전통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자석을 부착시켜놓으면, 철 동전은 자석에 붙고 만다.
 

기계식 동전 선별법



03 전자식 동전선별기
자기장 통과시켜 재질 가린다


오늘날 기계식 자판기는 대부분 사라지고 전자식으로 교체됐다. 전자식은 동전과 지폐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다르다.

전자식 동전선별기에서 동전을 식별하는 핵심 요소는 재질이다. 기계식의 경우 자석으로 철로 된 위조 동전만을 가려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전자식은 각 동전의 고유 재질로 선별한다.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우리나라 동전은 구리, 아연, 니켈을 재료로 하며 동전마다 이들을 일정 비율로 합금해서 주조한다. 이같은 금속 물질들이 자기장을 통과하면 그 재질에 따라 자기장에 미치는 변화가 다르다.

따라서 전자식 동전선별기가 작동하려면 미리 각 동전이 자기장에 미치는 변화 값을 알아내야 한다. 또한 때가 낀 동전이나 오래된 동전이라도 자판기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기장의 변화 값을 오차를 둔 폭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 값을 전자식 동전선별기의 머리에 해당하는 내부 전자장치에 미리 입력해둔다. 그리고 동전이 지나가는 통로 양쪽에 있는 코일에 전류를 흐르게 해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그러면 동전이 지나가는 순간 이 자기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그 결과 코일의 저항이 순간적으로 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때문에 출력 전압이 입력 전압과 달라지는데, 그 값이 동전에 따라 다르다. 전압값에 따라 선별기는 동전이 가짜인지 그리고 얼마짜리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투입된 동전을 적절한 경로로 내보낸다. 가짜이면 반환구에, 10원이면 10원 동전통에 말이다.

그런데 한때 일본의 자판기가 우리나라 5백원 동전을 일본의 5백엔 동전으로 오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두 동전의 크기는 물론 재질까지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999년부터 일본은 5백엔 동전의 재질을 바꿔 발행하고 있다.


04 전자식 지폐선별기
광센서와 자기센서로 위폐 여부 확인


지폐투입구에 지폐를 넣으면 ‘윙’하는 모터소리와 함께 지폐가 자판기 내부로 빨려 들어간다. 참으로 똑똑하기도 하다. 어떻게 지폐가 투입구에 들어간 줄 알고 모터가 스스로 작동되니 말이다.

이 똑똑한 역할은 광센서가 담당한다. 투입구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선별기 내부에는 광센서가 배치돼 있다. 이 광센서는 위와 아래가 한쌍을 이룬다. 위쪽 센서에서는 적외선을 계속 내보내고, 이 빛을 아래쪽 센서가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지폐가 투입구로 들어오면, 광센서 사이를 가로막아 빛이 제대로 아래쪽 센서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아래쪽 광센서로 들어오는 빛이 급작스럽게 줄어든다. 이를 통해 지폐가 들어오려고 한다는 것을 광센서가 감지하면 모터가 작동된다. 광센서는 지폐가 위폐인지, 얼마짜리인지를 식별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활용된다. 선별기 내부를 들여다보면, 광센서가 몇군데 더 있다. 이때 광센서는 지폐가 내부를 지나가면서 지폐의 두께나 색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양을 감지한다. 즉 아래쪽 광센서로 투과되는 빛의 양이 두께나 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빛의 투과량 외에 지폐에 포함된 자기성분이 식별의 대상이 된다. 지폐선별기 내부에 자기센서가 두군데 배치돼 있다. 지폐의 가장자리에 분포해있는 자기성분을 죽 읽어내는 것이다. 광센서와 자기센서가 받아들인, 지폐의 위치에 따른 빛의 투과량과 자기성분의 값을 미리 내부에 저장된 진짜 지폐의 입력값과 비교하면 식별기의 역할은 끝난다. 이 과정이 이뤄지는데 단지 2초가 걸린다.
 

전자식 지폐 선별법
 



05 46% 차지하는 커피자판기
종이컵 모양과 나사 원리 이용해 컵 배출


우리나라에 분포해 있는 자판기 80%는 커피와 캔 음료를 파는 자판기다. 그리고 커피자판기만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가장 널리 퍼져있는 커피자판기는 어떻게 작동될까.

커피자판기는 10초만에 종이컵에 커피 내용물을 담아낸다. 신기하게도 커피자판기는 종이컵을 하나씩만 출구로 떨어뜨린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나사의 구동과 종이컵의 모양에서 해결할 수 있다.

커피자판기 내부를 열어보면 위쪽에 종이컵을 쌓은 탑이 여럿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종이컵이 떨어지는 통이 보인다. 종이컵 탑이 이 통에 연결돼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통은 커피 배출구까지 이어진다.

종이컵을 하나씩 떨어지게 하는 장치는 바로 이 통의 시작점에 있다. 통의 시작점에서 종이컵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걸려있다. 자판기 이용자가 돈을 투입해 커피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말이다. 버튼을 누르면, 여기에서 종이컵이 하나 떨어진다.

통의 시작점에서 종이컵이 걸려있는 까닭은 통의 안쪽벽을 봐야 알 수 있다. 안쪽 벽에는 단추 모양으로 생긴 장치가 튀어나와 있다. 그런데 이 장치의 둘레가 나사면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종이컵의 위쪽부분, 즉 바깥쪽으로 돌출된 가장자리를 받치고 있는 것이다.

나사면으로 종이컵을 하나씩만 아래로 내보낼 수 있다. 고객이 커피버튼을 누르면 이 장치가 돌아간다. 그러면 바로 위에 걸쳐있는 종이컵은 아래로 떨어지고, 떨어진 컵 바로 위에 있던 컵이 위쪽 나사면에 걸린다.

커피자판기의 또다른 궁금증은 어떻게 짧은 시간만에 커피, 프림, 설탕이 골고루 섞여 나올 수 있을까다. 사람이 커피를 타면 티스푼으로 잘 저어줘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커피자판기에는 흔들어주거나 섞어주는 것과 같은 기계의 노고가 숨어있지 않다. 뜨거운 물과 각종 재료가 섞여 지나가는 길을 잘 만들어주면 된다. 설계의 문제인 셈이다.

물통의 뜨거운 물, 각 재료통의 설탕, 프림, 커피는 하나의 큰 통으로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들은 통의 아래쪽 경사면 끝에 이어진 관을 타고 종이컵 바로 위까지 쭉 내려온다. 만약 그냥 쭉 내려오면 제대로 섞이기 어렵다. 그래서 통과 관이 만나는 길목에서 커피의 내용물이 흘러가는 길을 우회도로처럼 설계했다. 때문에 이들은 회전하면서 아래로 내려온다.


06 전자레인지 담고있는 팝콘자판기
마이크로파 강도 일반 가정용의 2배


자판기에서 파는 물품을 한번 떠올려보자. 커피나 캔, 담배와 같은 전통적인 자판기 품목 말고 특색있는 물품을 파는 ‘특이한’ 자판기를 말이다. 아마도 2-3년 전까지 유행했던 스티커자판기가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는 별로 없는 듯하다.

하지만 자판기로 파는 물품의 가짓수는 생각보다 무척 많다. 피자, 계란 후라이, 팝콘, 라면, CD, 우편카드, 맥주, 복권, 각종 일용품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이 자판기 모델이다. 이 중 팝콘자판기를 살펴보자.

팝콘자판기는 전자레인지가 내부에 장착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실 전자레인지는 피자자판기에도 포함돼 있다.

전자레인지는 팝콘의 재료가 되는 옥수수를 빠른 시간 안에 튀겨주기 위해 필요하다. 옥수수가 팝콘으로 변신해서 나오기까지 약 1분이 걸린다. 커피나 캔 자판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하지만 가정용 전자레인지로 구워내면 3분이 걸린다.

자판기의 생명은 시간이다. 커피자판기에서 종이컵이 뚝 떨어진 후 커피가 다 나오기까지의 10초도 길게 느껴진다. 때문에 팝콘자판기가 성공하려면 팝콘이 배출되기까지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자판기의 전자레인지는 가정용보다 마이크로파의 강도를 2배 이상 올렸다.

그런데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 점 때문에 팝콘자판기의 개발자들은 다른 자판기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안전 측면을 꽤나 신경써야 했다. 마이크로파가 밖으로 유출되면 큰일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판기의 경우 고약한 사람이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아서 안전이 심각하게 걱정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에 나름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우선 자판기 내부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뭔가로 인한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한다. 전자레인지 내부 빛의 양을 감지하는 센서로 말이다. 금속성분의 경우 전자레인지에서 불꽃을 일으키면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센서가 이 불꽃을 잡아내는 것이다. 말이 쉬워서 그렇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내부 빛의 변화만을 제대로 잡아내기는 어렵다.

이 외에도 사람에 의해 자판기가 손상돼서 외부로 마이크로파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아예 전자레인지가 작동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창은 이중으로 했고, 만약 창이 깨지면 창의 일부분이 누르고 있던 센서단추가 올라오면서 아예 자판기 시스템이 구동하지 않도록 했다.
 

전자레인지 자판기의 안전 장치^일반 가정용보다 2배 이상 강한 마이크로파를 내서 시간을 단축시켰다. 마이크로파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전자레인지 주변과 외부창에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07 수백가지 상품 판매하는 무인점포자판기
초보적인 로봇 기술 도입


자판기의 단점을 꼽으라면 하나의 자판기에서 선택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가 매우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슈퍼마켓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구입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최근 다양한 종류의 제품 수백가지를 담아놓을 수 있는 자판기가 등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무인점포화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자판기 속으로 들어가는 제품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모양이나 크기가 제각각일텐데 어떻게 일일이 하나씩 내보낼 수 있을까. 초보적인 로봇 기술이 동원되면 간단히 해결된다. 아예 제품이 있는 위치로 로봇이 이동해 직접 집어내는 것이다.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로봇이 이제야 자판기로 그 영역을 확대한 셈이다. 지난해 초 키오스텍이라는 국내 자판기제조업체에서 무인점포자판기를 선보였다. 이 업체에 따르면 현재 설악산, 금강산과 같은 몇군데 여행지에 이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커다란 유리창 안에 수백가지의 제품이 전시돼 있는 무인점포자판기는 어떻게 작동될까. 우선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의 코드를 확인한 후, 돈을 넣고 번호입력기에 상품코드를 누른다. 그러면 로봇이 정확하게 그 상품이 있는 위치로 이동한다. 그런 후 상품은 로봇에 달린 통 속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배출구로 보내지면 끝.

여기서 궁금한 점은 어떻게 로봇이 정확하게 상품의 위치를 찾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다. 무인점포자판기는 운영자가 내부의 상품 진열을 직접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 때문에 운영자는 언제라도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다른 종류로 교체할 수 있다. 같은 종류의 상품으로 바꾼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상품 종류가 다르면 상품진열창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다를 것이고, 그러면 제품의 위치변동이 이뤄진다.

이때마다 로봇은 상품진열대를 한번 훑으면서 제품의 위치를 파악한다. 위치 파악에는 빛이 이용된다. 로봇에는 광센서가 부착돼 있는데, 이 센서는 빛을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센서가 상품진열대와 가장 가까운 곳(상품의 코드명 부착부위)을 지날 때만 내보낸 빛이 다시 센서로 돌아오게 돼 있다. 이때의 2차원 위치 정보 x, y값을 얻는 것이다. 이 값은 자판기의 메모리에 저장된다. 그래서 고객이 상품코드를 선택하면, 곧바로 로봇이 이미 저장된 위치 정보에 따라 이동해서 상품을 집어낼 수 있다.


08 휴대폰·신용카드로 결재하는 무선자판기
네트워크화로 원격제어 꾀한다


각종 카드와 전자화폐를 통한 결재가 늘어나면서 화폐와 동전의 이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미리 동전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없고, 음식점이나 가게를 가기 전 자신의 지갑을 열어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여전히 자판기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동전과 1천원 지폐의 유무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자판기 앞까지 갔다가 돈이 없어 되돌아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 같다. 최근 휴대폰이나 신용카드로 결재하는 시스템이 부착된 자판기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자판기의 경우, 각 자판기마다 이동통신 번호를 갖는다. 고객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이 자판기에 전화를 걸면, 상품의 표시버튼에 불이 켜진다. 이때 일반 자판기처럼 버튼을 눌러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돈은 다음달 이동통신 요금과 함께 청구된다.

신용카드자판기의 경우, 버스나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카드 리더기가 자판기 한쪽에 부착돼 있다. 이곳에 카드를 갖다대기만 하면 그 다음은 휴대폰자판기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된다.

휴대폰이든 신용카드이든 이같은 결재 방식을 위해서는 자판기가 반드시 갖춰야 할 기능이 있다. 바로 무선통신 기능이다. 이들 자판기 내부에는 무선통신장치가 포함된다.

자판기가 무선통신 기능을 갖게 되면, 운영자 입장에서도 자판기 관리가 수월해진다. 자판기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운영자의 휴대폰이나 e메일로 연락이 가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판기를 보유·운영하는 기업은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자판기로 자신들이 생산해낸 음료를 판매하는 비중이 높다. 그래서 그들은 보유한 자판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코카콜라는 현재 자사의 자판기에 네트워크 기능을 갖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대의 자판기를 지역별로 네트워크화시켜 효율적인 운영을 꾀하고 있다. 한 사람이 여러 자판기를 관리할 수 있어 운영비 절감을 가져온다는 것.

자판기의 네트워크화는 전산기능과 맞물리면, 소비자들의 제품구매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시간대에 가장 많이 판매되는지, 계절에 따라 잘 팔리는 제품은 무엇인지를 한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기온 변화에 따라 제품의 가격을 변동시키는 일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1℃가 올라가면 음료가격을 10원 올리고, 반대로 1℃ 내려가면 음료가격을 10원 내리는 것이다. 네트워크화로 자판기의 원격제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원격제어를 위해 코카콜라는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중이다. 여기에 인공위성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세계 최대의 자판기 운영을 자랑하는 코카콜라는 자판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인공위성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기후에 따라 음료 가 격을 변동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 진행

    박현정

🎓️ 진로 추천

  • 정보·통신공학
  • 전자공학
  • 메카트로닉스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