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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다섯 행성 한자리에 모인다

서쪽하늘에서 눈으로 볼 수 있어

겨우내 밤하늘을 밝히던 목성과 토성이 점차 수성과 금성, 그리고 화성이 자리한 서쪽하늘로 이동중이다. 4월과 5월에 걸쳐 서쪽하늘에는 다섯 행성이 한자리에 모인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은 4월 15일 전후 초승달과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최근 서쪽하늘의 모습. 목성과 토 성이 점차 서쪽지평선으로 이동한 다. 이들은 이미 서쪽하늘에 낮게 위치한 화성, 그리고 점점 떠오르 는 금성과 4월에 만난다.



3월이 되면서부터 어느날 갑자기 해가 진 후 서쪽하늘에 밝은 별이 나타나 빛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별에 대해 무관심하다가도 이처럼 밝게 빛나는 별을 보면 무슨 별인지 궁금한 생각이 절로 난다.

이 별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별이 아니라 행성인 금성이다. 금성은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는 하늘에서 가장 밝다. 당연히 서쪽하늘에서 다른 별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가장 밝게 빛난다. 금성은 봄기운이 가득할수록 점점 서쪽하늘 높이 떠올라 더욱 밝게 보인다.


15일 초승달과 어우러져

봄이 무르익는 4월 중순이 되면,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미의 여신’ 금성을 앞세워 밝은 별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4월 15일 저녁에 하늘을 한번 쳐다보자. 이날 초저녁 서쪽하늘에는 조각배처럼 예쁜 모습을 한 초승달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걸려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초승달 바로 아래쪽에 무척 밝은 별 하나가 보이는데, 이 별이 바로 금성이다.

달의 위쪽에서 밝은 별 또 하나가 눈에 띈다. 이 별은 다소 붉은 빛을 띤다. 바로 ‘전쟁의 신’ 화성이다. 이 무렵 화성의 밝기는 평소보다 다소 어두워진 1등급대다. 이미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인 충을 한참 지나 지구와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졌기 때문에 충일 때보다 상대적으로 어둡다.

붉은 화성 위쪽에는 밝은 별이 두개 보인다. 하나는 ‘농경의 신’인 행성 토성이고 다른 하나는 황소자리의 1등성인 알데바란이다. 또 이 부근에는 화려한 겨울철 별자리들이 여전히 빛을 발하며 조연 역할을 한다.

여기에 하늘 높이 올려다보면 ‘신들의 제왕’ 목성도 눈에 들어온다. 정말 오래 간만에 많은 행성들이 한곳에 몰려 빛난다. 특히 금성, 화성, 토성, 목성은 하늘에서 거의 일직선을 그린다. 아울러 서쪽 하늘 매우 낮은 곳에는 ‘신의 전령사’ 수성도 빛나긴 하지만 고도가 낮아 확인하기가 거의 어렵다.

달과 금성, 화성, 토성 이렇게 세 행성이 밤하늘의 한자리에 모여 빛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럼 이날만 행성들이 모일까. 그렇지는 않다. 행성들의 위치는 날이 바뀌어도 많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은 매일 위치가 바뀌므로 날마다 성큼성큼 이동해 금새 다른 곳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4월 14일에는 금성의 아래쪽에 달이 위치하고, 16일에는 화성의 위쪽에 달이 나타난다. 아마 가장 예쁜 광경은 금성, 화성, 토성이 모인 하늘 중간쯤에 달이 걸리는 15일 쯤이다.

하늘에서 밝은 별들이 벌이는 축제가 어떤 모습인지 구경하는 일은 대단히 흥미롭다.


수성에서 목성까지 늘어선 이유

갑자기 행성들이 왜 서쪽하늘에 모이는 것일까. 신들의 제왕 주피터가 신들을 모아 최근 하늘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회의를 여는 것일까. 지난 세기말 행렬이 나란히 늘어서고 커다란 십자가를 그리면 지구에 종말이 온다는 낭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행성들이 서쪽하늘에 보인다는 이야기는 지구에서 봤을 때 그 행성들이 서쪽 방향에 위치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행성들이 보이는 방향만 동일할 뿐 실제로 우주공간에 함께 모였다는 말은 아니다.

이들 행성은 서쪽하늘에 모였다가 다음 어디로 움직일까. 태양계에 대한 간단한 지식을 이용하면 미리 예측해볼 수 있다.

먼저 금성은 내행성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면 태양에서 일정 각도(최대이각) 이상 절대 멀어지지 않는다. 즉 하늘에서 보이는 금성은 지평선으로부터 최대이각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금성은 점차 지평선에서 위로 떠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도가 좀더 높아질 것이다. 금성이 최대이각에 이르는 시기는 8월 말이다. 이때까지 점점 더 고도가 높아져 해가 질 때 약 40˚에 이른다.

외행성인 화성과 토성, 그리고 목성은 현재 순행중이다. 순행이란 천구에서 행성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는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순행은 행성이 하늘에서 이동하는 일반적인 방향이다. 이런 움직임이 발생하는 이유는 행성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태양 둘레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성과 토성, 그리고 목성은 천구의 별들에 대해 조금씩 동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에서 가까운 행성일수록 움직임이 크다.

그런데 해가 진 후 매일 똑같은 시각에 서쪽하늘을 살펴보면 외행성은 점점 더 서쪽 지평선에 가까워진다. 즉 서쪽으로 움직인다. 왜 그럴까. 지구도 태양 둘레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공전하므로, 지구에서 보이는 별자리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즉 정확하게 모든 별(행성을 포함해)은 하루에 조금씩 서쪽으로 움직이며, 행성은 이 움직임에 조금 작게 동쪽으로 진행하는 움직임이 포함된다. 따라서 행성도 서쪽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별들보다는 서쪽으로 움직이는 속도가 느리다.

5월이 되면 이들 행성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 화성의 고도가 낮아지는 속도에 비해 토성이 낮아지는 속도는 더욱 빠르다. 그래서 5월에는 화성과 금성, 그리고 토성이 좀더 가깝게 모인다. 하지만 화성이 좀더 어두워지고, 전반적인 고도 또한 낮아진다.


지상풍경과 함께 카메라에 담자

천체사진이라고 해 별달리 특별한 사진은 아니다. 특히 하늘에 모인 행성들을 간단히 기록하는 일은 별다른 장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다.

행성들의 모임을 찍으려면 먼저 카메라와 삼각대를 준비하자. 카메라는 개방셔터(B셔터)가 있는 수동카메라면 되고, 삼각대는 가능한 튼튼한 장비가 좋다. 장시간 셔터를 눌러두기 위해서는 릴리즈도 필요하다. 릴리즈는 카메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우선 삼각대를 지면에 튼튼하게 세운다. 찍는 도중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삼각대의 다리는 길게 빼지 않는 것이 좋다. 필름을 넣은 카메라를 삼각대 위에 올리고, 카메라의 셔터 부분에 릴리즈를 끼운다.

모든 장비가 설치되면 서쪽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겨눈다. 이때 목표로 하는 행성들이 카메라 화각에 다 들어가는지, 지상 배경은 적절히 구도가 맞았는지 따져본다. 그 다음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사진촬영의 기본인 3가지 사항을 고려하자. 바로 초점, 조리개, 셔터 스피드가 고려할 사항이다.

초점은 무한대에 맞추면 된다. 별(행성)이란 굉장히 멀리 있으니까. 조리개는 가능한 개방한다. 별을 흐르지 않게 하고 점상으로 찍는데(점상 촬영)는 촬영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어진 노출시간에 가능한한 많은 별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리개를 많이 여는 것이 좋다. 즉 f/1.4 렌즈면 1.4에, f/1.8 렌즈면 1.8에 맞춘다. 다만 조리개를 개방했을 경우 수차가 심해져 주변부에서 별의 상이 찌그러지는 단점이 있다. 셔터 스피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50mm 표준렌즈의 경우 대략 15초 정도면 별이 점상으로 찍힌다고 기억해두면 편리하다.

릴리즈를 이용해 셔터를 누를 때에는 누르는 순간의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렌즈 앞을 검은색 종이로 잠시 2-3초간 가린다. 그러면 셔터를 누른 다음 2-3초 후부터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다.

점상 촬영은 천체사진 촬영의 가장 기본이면서 순간적인 현상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개의 경우 15초보다 더 오랜 시간 노출을 주면, 지구 자전 때문에 생기는 별의 흐름이 찍힐 것이다. 이렇게 찍으면 일주 촬영이 된다. 반면 흐름이 나타나지 않을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을 찍으면 별은 점으로 나타난다.

고정촬영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지상 배경과의 조화다. 지상 배경이 좋아야 멋진사진이 된다. 예를 들어 빼어난 나뭇가지 라든지 아름다운 산, 또는 탁 트인 평야 등을 찾아보자. 배경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은 매우 많다.

어떤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점상 촬영은 노출 시간의 제약 때문에 고감도 필름이 필수적이다. 가능한 많은 별을, 가능한 어두운 별까지 필름에 담기 위해서는 고감도 필름일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개 감도(ASA) 4백 이상의 필름을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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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강선욱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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