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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잉태한 자연과 인간, 숲으로 돌아가다

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

 

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외형적인 화려함을 쫓는 생활이 더이상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늦게나마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은 자연에 가깝게 사는 삶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도시생활을 접고 자연을 찾아 떠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원시림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대자연의 품속에 자신을 맡겨본 탁광일 박사야말로 부러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캐나다 서쪽 끝 브리티시 콜럼비아주 서해안, 인구 3백명의 오지마을 뱀필드 숲이 바로 그가 매혹돼 4년을 보낸 보금자리다. 우연한 기회에 카약을 타고 이 지방을 여행하다 뱀필드 숲에 반한 그는 곧장 현장체험 중심의 환경교육학교(SFS) 캐나다센터에 지원해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했다.

‘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는 그가 뱀필드 숲에서 보낸 4년 동안 숲이 가르쳐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깨우침을 담은 책이다. 해안을 따라 바다와 바다동물, 바다 옆에 자리하고 있는 숲과 숲속동물, 그리고 자연과 인간을 만났던 그의 연구와 탐험이 여행기 못지않은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그가 발견한 숲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강가에 늘어진 나뭇가지는 그늘로 수온을 조절해 어린 연어가 살기에 적당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자란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강가로 돌아와 산란과 동시에 죽음을 맞음으로써 숲속 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동물들이 먹고 남은 먹이는 다시 숲의 거름이 된다. 연어가 이 지역 원주민들의 주된 양식으로서 인간의 생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숲은 연어의 양부모’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아가 숲과 연어와 사람들은 돌고 돌아 결국 ‘모든 것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숲이 사라지면 연어가 돌아오지 않고, 연어가 돌아오지 않으면 마을의 행복도 사라진다고 믿었던 원주민들은 생활용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이용할 때도 3분의 1 이상은 껍질을 벗겨내지 않았다. 지금도 뱀필드 숲에는 일부분만 껍질이 벗겨진 나무들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임을 믿고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베어 쓰지 않았던 뱀필드 사람들의 모습 속에는 그들이 자연에서 얻은 깨우침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숲과 개울, 연어와 바다는 ‘자연의 얼굴’을 빚어내고, 자연의 얼굴은 다시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과 사회의 ‘마음의 얼굴’을 빚어낸다는 저자의 생각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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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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