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의 꽃이자 현대산업 문명의 중심 운송 수단인 자동차.
신차가 발표되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살 계획이없더라도 한번쯤 탐욕스런 눈길을 보낸다. 이때 빼놓지 않고 얘기되는 내용은 엔진 성능에 대해서다. 예를 들어 최고출력 4백20마력, 최고속력 시속 3백km에 달하고 4.2초만에 시속 1백km를 주파한다는 식의 내용을 말이다. 자동차에게 엔진은 심장과 같은 것으로 성능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력한 힘뿐 아니라 엔진은 환경 친화적이며 경제적이어야 한다는 압력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 결과, 30년 전보다 배기 오염 물질에 대한규제가 20배 정도 강화됐다.
아울러 점점 고갈돼 가면서, 가격이 불안정해지는 석유자원 때문에 엔진은 더욱 경제적으로 연료를 소모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같은 양의 연료로 더 좋은 출력을 내거나, 더 적은 양으로 같은 출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코 앞에 떨어진 이산화탄소 규제 문제
최근에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이산화탄소가 도마 위에 올라와 자동차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더이상 방치해두면 인류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국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조짐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2009년 부터 판매되는 차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백 40g/km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승용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은 1백 90g/km 정도다. 현재 아토스나 마티스 같은 경차마저도 이 기준치에서 한참 떨어진다.
어쨌건 이 모든 문제는 엔진이 같은 기능을 발휘하면서 연료를 적게 소모하면 해결된다. 말이야 쉽지 현재의 엔진기술로는 당장 발등에 붙은 불을 끌 수 없다. 최적으로 연료를 소모하도록 하는 새로운 엔진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엔진의 안에서 일어나는 열유체 현상을 규명해야 하고, 더 나은 기계시스템 개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KAIST 기계공학과 배충식 교수가 이끄는 엔진실험실에서 바로 이같은 연구가 한창 진행중이다.
배교수는 최근 디젤 엔진을 중심으로 연구중이다.‘ 스모크’라고 불리는 미세먼지를 방출해서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디젤 엔진에 중점을 두는 까닭을 물었다. 그는“디젤이 가솔린보다 연료 경제성이 우수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가솔린은 디젤보다 연료효율이 더 높다. 따라서 가솔린이 디젤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방출한다. 이런 까닭에 가솔린 엔진으로는 유럽에서 요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되고 있다.
만약 디젤 엔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미세먼지는 연료가 산소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서 탄소들이 덩어리로 뭉쳐 생긴다. 따라서 연료가 산소와 충분히 결합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연료가 엔진 연소실 안에 분사됐을 때 좀더 미립화시키는 것이다. 연료 입자가 작아지면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엔진실험실은 광계측 기법을 통해 연료의 분사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연료입자의 미립화는 엔진의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컴퓨터로 연소현상 시뮬레이션
이를 구현하는 기술을 커먼레일(common rail)이라고 하는데, 이미 몇종류의 차량에 도입됐다. 얼마 전출시된 차량의 광고 구호가‘커먼레일 디젤 엔진 장착’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엔진 연소실에서의 연소제어 능력을 높여, 완전연소를 이뤄지도록 할 뿐 아니라, 남아있는 유해 물질을 촉매를 통해 정화시켜 밖으로 내보내는 연구, 저탄소 저공해 엔진, 직접분사식 가솔린 엔진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같은 연구는 상당부분 산학협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엔진실험실은 연구와 교육활동을 산학협동 연구를 통해 수행중이다. 이를 통해 실제로 응용가능한 연구를 진행하고 산학협동을 공고히 하고 있다. 외부 관련 기관과 엔진콘소시엄을 구성해 정보교환과 연구효율을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외국대학이나 연구소와 결연을 맺어 공동연구를 수행하거나 연구인력을 교환, 파견함으로써 국제 협력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엔진실험실이라면 얼굴에 항상 기름때나 묻힐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물론 기계를 연구하는 곳이기에 기름칠과 떨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컴퓨터로 엔진 속에서 일어나는 연소현상을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시간도 많다고 배교수는 말한다.
현재 엔진실험실은 배충식 교수를 중심으로 박사 후 연구원 3명, 박사과정생 9명, 석사과정생 6명, 그리고 기술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