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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로 알아보는 빅뱅우주론 3

아인슈타인의 가장 큰 실수


아인슈타인의 가장 큰 실수

1917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론을 전체우주에 적용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우주가 급격하게 붕괴돼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과학자들에게 우주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정적인 존재로 보였다. 어느 과학자이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우주를 만들기 위해, 즉 붕괴되는 우주를 막기 위해 서로 밀어내는 힘인 우주상수를 끌어들였다.

1929년이 되자 상황은 바뀌었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이 당시 세계 최대의 망원경으로 여러 은하를 관측해 은하들이 거리가 멀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사실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즉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이다. 우주팽창이 발견되자 우주에는 더이상 끌어당기는 중력에 대항해 밀어내는 힘이 필요없는 것처럼 보였다. 우주상수는 불필요한 존재가 됐고, 실제 아인슈타인도 우주상수가 자신의 ‘가장 큰 실수’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최근 관측된 가속팽창우주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우주팽창을 가속시키는 가속페달인 ‘진공에너지’란 새 이름으로. 아인슈타인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경쟁자가 내뱉은 이름 빅뱅

1929년 벨기에의 사제 르메트르는 허블이 발견한 우주팽창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현재의 우주팽창을 과거로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 르메트르는 모든 물질이 아주 먼 과거에 ‘원시원자’라 불리는, 매우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터져 나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바로 빅뱅의 아이디어다.

1948년 러시아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가모프가 빅뱅 초기의 모습을 처음으로 정확하게 기술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유머감각이 풍부했던 가모프는 자신의 대학원생 알퍼와 함께 연구했는데, 논문의 저자를 그리스 문자의 알파·베타·감마 순으로 만들기 위해 별로 기여한 바 없는 물리학자 베테를 끌어들였다. 지금도 이 논문은 ‘알파·베타·감마’라고 불린다. 물론 이 논문의 내용은 유머감각 못지 않은 기지가 담겨져 있다. 온도와 밀도가 높은 ‘원시 불덩이’ 상태였던 초기 우주가 팽창하면서 점차 식었는데, 초기 우주에서 만들어진 수소,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가 현재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초기 우주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가 존재한다는 놀라운 내용이다. 실제로 이 두가지 예측은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가모프의 이론은 처음에 푸대접을 받았다. 1948년 영국의 우주론 학자 호일은 특이한 한점에서 대폭발했다는 사실이 못마땅해 예나 지금이나 같은 정상우주론을 제기했다. 당시 정상우주론은 각광을 받았고, BBC 방송에 출연한 호일은 가모프의 이론을 “어느날 갑자기 우주가 빵하고 대폭발했다(big bang)는 이론”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빅뱅이라는 이름은 이때부터 사용됐다. 빅뱅 이름을 지은 사람이 빅뱅의 경쟁자였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컬하다.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펜지아스와 윌슨



비둘기똥 치우며 밝힌 노벨상업적

빅뱅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초기에는 매우 높은 밀도와 온도 때문에 빛과 물질이 뒤엉켜 있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우주의 밀도와 온도는 낮아지고 빅뱅이 일어난지 30만년 후 빛과 물질이 분리되는데, 이때 최초로 물질을 빠져나온 빛이 바로 우주배경복사다. 당시 3천K(절대온도 K= 섭씨온도 ℃+273.15)였던 우주배경복사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었기 때문에 현재 약 3K여야 한다.

우주배경복사는 이 문제에 관심도 없었던 공학자들이 최초로 발견했다. 주인공은 1965년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근무하던 펜지아스와 윌슨이었다. 이들은 원래 정밀한 전파망원경을 사용해 전하늘을 관측하며 통신위성과 간섭현상을 일으키는 전파신호를 측정하려 했다. 그런데 예측 못하던 잡음이 사방팔방에서 잡혔다. 원인이 망원경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망원경의 부품을 모두 분해했다. 심지어 망원경 안에 사는 비둘기집을 발견하고 비둘기똥을 치우기도 했다. 그래도 이 잡음은 없어지지 않았다. 다름아닌 우주배경복사였던 것이다. 이 사실은 당시 가모프의 이론을 연구하던 프린스턴대학의 피블스가 확인해주었다.

우연히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펜지아스와 윌슨은 행운아들이었다. 현재 우주배경복사는 빅뱅우주론을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관측적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1978년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

우주배경복사는 1989년 발사된 미국의 우주배경복사탐사선(COBE)이 자세히 관측한 결과, 온도가 2.73K임이 밝혀졌다.

200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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