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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2020년, 암흑물질 잡는 특별한 망원경이 온다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유전자를 편집해 진화의 흐름까지 바꿔 놓은 인간을 한순간에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 우주다. 우주의 95%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로 이뤄져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암흑’을 밝힐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그리고 그 야심찬 결과물로 ‘LSST(Large Synoptic Survey Telescope, 대형 시놉틱 관측 망원경)’를 내놨다. 알파고로 관심이 커진 기계학습까지 동원해 우주를 훑을 계획이다.


한밤중에
인공위성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본다고 가정해 보자. 불빛의 위치를 보면 사람들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를, 밝기를 보면 얼마나 모여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다. 우주에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찾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주의 관점에서 불빛은 곧 은하다. 은하의 밀도가 높은 곳엔 물질을 뭉쳐 별과 은하를 생성시키는 암흑물질이 존재할 확률이 높다. 또 은하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조사하면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론 어마어마한 도전이다. 수백억 개 은하의 지도를 3차원으로 그려야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은하를 관측한다고 해보자. 우리가 관측하는 방향에만 수백만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은하에서 나온 각각의 빛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휘어져 날아온다. 지구에 있는 우리는 이런 휘어진 빛들의 누적된 결과만 보고 원래 은하의 위치를 알아내야 한다. 또 역산해서 지구와 은하들 사이의 공간에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었는지, 시간에 따라 그 분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계산해내야 한다.

중력렌즈 효과 - 질량이 무거운 천체가 있을 때 그것의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변형되면서 빛이 구부러진 시공간을 따라 휘어져 오는 현상을 말한다. 천체의 질량과 휘어져 온 빛들의 시간차를 계산하면 빛이 처음 발생한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넓고 빠르게 하늘 전체를 찍는다

천문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LSST(Large Synoptic Survey Telescope, 대형 시놉틱 관측 망원경)’라는 새로운 개념의 망원경을 고안해냈다. LSST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을 맡은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과의 스티븐 칸 디렉터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LSST의 가장 큰 장점은 우주를 빨리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SST는 15초에 한 번씩 시야각 3도, 면적으로 9.6제곱도(square degree)에 해당하는 영역을 빠르게 찍을 수 있다. 보름달의 지름이 약 0.5도니까 달이 6개 가량 일렬로 늘어선 것을 한꺼번에 찍는 셈이다. 이런 속도면 3일에 한 번씩 남반구 하늘 전체를 스캔하는 것도 가능하다. 좁은 면적을 세밀하게 관측하는 허블 우주망원경으로는 120일 가까이 걸리는 작업이다. 10년 동안 남반구 전체를 1000번 가까이 찍을 수 있는데, 이것을 모두 합치면 정밀한 3D 우주 지도가 된다. 칸 디렉터는 “(관측주기를 짧게 두면) 한 자리에서 별의 밝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별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사라지는지 등의 변화를 민감하게 측정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LSST는 넓은 하늘을 빠르게 찍기 위해 사람의 상반신 크기만 한 3.2기가픽셀의 CCD(빛을 전하로 바꿔 이미지를 얻어내는 센서)를 설계했다. DSLR 카메라에 들어가는 CCD 수만 개를 합쳐놓은 규모로, 지금까지 개발된 카메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렌즈도 특화시켰다. 가운데가 뻥 뚫린 반지 모양으로 가장 바깥쪽의 반지름이 8.4m이다. 우주에서 오는 빛은 고리 모양 주경에 반사된 뒤, 부경과 삼경을 거쳐 망원경 가운데 설치된 CCD 카메라로 들어간다.

LSST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것 외에도 다양한 천체를 관측할 예정이다. 첫 번째 세부계획으로 LSST는 밝기가 변하는 현상들을 측정하고 이것을 요약해서 1분에 한 번씩 전세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별의 밝기가 변하는 이유는 초신성, 감마선 폭발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많은 천문학자들은 이 현상들을 이용해 우주 팽창 등을 연구하고 있다. LSST팀은 초신성의 밝기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현상, 별이 움직이거나 맥동하면서 밝기가 변하는 현상 등 매분 1000만 개의 정보를 얻을 걸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별 170억 개, 은하 200억 개의 정보를 카탈로그 형식으로 매년 정리해 제공하는 것이다. 별의 정보는 매우 다양하다. 어느 위치에서 어느 정도로 밝게 빛나는지, 색깔과 구성 원소가 무엇인지, 질량은 어떤지, 처음 태어날 당시 얼마나 큰 자기장을 가지고 있었는지,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빛이 어떻게 휘는지 등 별 하나와 관련된 정보량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정보는 은하의 공간 분포는 물론이고, 은하의 모양과 크기가 과거에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려준다.
 


 INTERVIEW 

스티븐 칸 LSST 총괄 책임 디렉터(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Q. LSST 건설 계획이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나.
LSST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의 조립 계약을 모두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갔다. 부지는 칠레 중부 체르파촌 천체관측단지 내에 있다. 2020년까지 완공해 2년 동안 관측을 한 뒤, 2022년부터 10년간 본격적인 관측을 수행할 예정이다.

Q.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이 건설비용과 부지 등 상당 부분을 지원했다. 데이터 처리 기술과 대중 홍보에 쓰이는 금액까지 총 4억7300만 달러(우리나라 돈으로 약 5482억 원)를 지원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서는 카메라 설계와 조립에 드는 비용 1억6800만 달러를 댔다. 비정부 기금도 4000만 달러를 모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전 임원이었던 찰스 시모니의 ‘찰스 앤 리사 시모니 재단’에서 2000만 달러, 빌 게이츠가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 돈은 망원경을 이용하고 유지, 보수하는 데도 활용할 계획이다.

Q. 망원경 프로젝트에 구글이 참여하는 점이 놀랍다.
구글은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기관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구글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LSST에서 만들어진 방대한 데이터를 대중에게 어떻게 서비스할지, 구글이 관심이 많을 걸로 예상한다.
 

Q. 방대한 관측 자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역대 추진된 천문학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측정된 정보를 이미지화하는 소프트웨어가 기본이 되겠고, 기타 다양한 과학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자료 분석에 기계학습을 적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고 새로운 내용을 찾아낼 수 있게 하는 컴퓨터 알고리즘 또한 만들 것이다.



대용량 자료 처리가 관건

LSST에서 하룻밤 새 만들어지는 정보의 총량은 15TB(테라바이트)나 된다. 관건은 이것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보통 자료의 양이 많아지면 분석 비용이 증가하고, 잘못된 천체를 검출할 확률도 높아진다. 오는 4월 25~29일 대전에서 열리는 LSST 국제학회를 준비하는 신민수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LSST의 방대한 데이터 광산에서 유용한 정보만을 캐내기 위해선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가장 간단한 기계학습은 천문학자들이 학습 가능한 자료와 기본적인 학습 방법을 설정하면, 컴퓨터가 스스로 최적의 학습 방법을 찾아내 학습하고 이것으로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밝기가 변하는 천체들의 정보 전체를 학습 가능한 자료로 설정하면, 컴퓨터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천체 현상만을 찾아내는 식이다. 데이터를 처리하고 서비스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구글도 참여하고 있다. LSST는 현재 ‘LSST 코퍼레이션’이라는 비영리 회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프랑스 IN2P3 등 전세계 22개 대학과 연구소에서 100명이 넘는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올해 안에 MOU를 맺고 협력할 계획이다. 신 선임연구원은 “2020년 완공하면 LSST를 통해 찾아낸 천체를 2021년 가동 예정인 거대마젤란망원경(GMT)으로 후속 관측하는 등 기존에 추진해 온 다른 천문학 프로젝트와도 연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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