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장을 구겨서 작은 뭉치로 만드는 과정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이에 대한 연구가 물리학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 2월 18일자에 발표됐다.
사실 종이를 구기는 일은 별 노력이 들지 않고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종이를 아무리 센 힘으로 구기더라도, 구겨진 종이뭉치를 75% 이상 차지하는 것은 공기다. 얇은 종이에 불과한데 왜 이토록 종이를 구기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일까.
미국 시카고대의 시드니 나겔 박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실험을 수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상을 깨뜨리는 결과를 얻었다.
구겨진 종이는 뾰족한 부분과 접혀있는 가장자리들의 집합 형태다. 이같은 모양 안에 종이뭉치를 압축시키는 에너지가 저장된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그리고 점점 작아질수록 뾰족한 부분과 가장자리가 늘어나면서 종이뭉치가 더이상 짜부라들지 못하는 한계에 도달한다는 모델을 세웠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종이를 구긴 다음, 일정한 힘을 가할 수 있는 피스톤이 있는 원통에 넣었다. 이때 구겨진 종이가 최종 크기로 금방 작아질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하지만 실험은 전혀 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그래서 알루미늄 풍선에 쓰이는 것 같은 좀더 얇고 강한 재질의 종이로 다시 실험을 해보았다. 그 결과 피스톤으로 힘을 가한지 3주가 지나도 여전히 종이 덩어리가 작아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 구겨진 종이의 부피가 시간에 따라 로그급수로 변했다.
연구팀은 종이뭉치가 왜 이같은 특징을 갖는지 알지 못한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다.